[한국일보·희망제작소32] 교도소에서 날아온 희망 편지

한 수감자 님의 아이디어가 희망제작소와 공동기획을 진행하고 있는 행정자치부를 통해 날아 들어왔습니다. 사회창안센터는 20장이 넘는 제안 글과 손수 그린 그림을 받았습니다. 본인이 처한 수감 시설 속의 현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로 20장이 넘는 글을 써주신 K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가지 아이디어 중에 아래 기사는 ‘TV 편성표 – 자원 절약 차원에서 종이 대신 자막으로’ 와 ‘교도소 혼거실 내 개인 공간 절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주>

교도소 담장 안에서 날아온 ‘희망 편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TV 편성표, 종이 대신 자막 공지 해주세요”
채널 1개뿐이라 달달 외울정도… 방마다 붙여진 편성표 자원낭비
목포서 채택… 종이 월 3천장 절약 “전국 교도소로 확대 어떨까요?”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 행정자치부의 공동기획 ‘이건 어때요?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에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재소자들도 동참했다. 목포교도소에 수감된 김모(43)씨는 최근 “온 국민의 작은 아이디어를 희망제작소와 행자부 등에서 받고 있다는 신문 보도를 봤다”며 희망제작소 측에 25쪽에 달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왔다. 교정시설 관련 아이디어를 담은 ‘감옥으로부터의 제안’이었다.

김씨는 교도소 내 TV방송 편성표와 관련, 물자절약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전국의 교정시설에선 매주 금요일 ‘주말 TV 편성표’가 담긴 A4용지를 수감자 방마다 한 장씩 붙여놓는다”고 말했다. 수감자의 교정과 교화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드라마나 교양 프로그램 위주로 짜여져 있다.

하지만 김씨는 “불필요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경기 중계 등 특별 편성되는 1, 2개의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매주 방송내용이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그는 “몇 시에 어떤 프로그램이 나오는지 달달 외울 정도”라고 했다.

차라리 금요일 오후 8시30분께 TV시청 시간이 끝날 무렵 화면 자막으로 편성표를 공지하는 편이 낫다는 게 김씨 생각이다. 그는 “어차피 채널도 1개뿐이어서 1분만 띄워놓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목포교도소만 해도 한 주에 750장, 한 달에 3,000장의 종이를 아낄 수 있다”며 “복사에 필요한 토너와 전기, 공무원의 행정인력 등도 절약하는 셈 아니냐”고 강조했다.

김씨는 5월께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5월 16일 행자부 쪽에 편지를 보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반송됐고, 주제넘는 짓이었나 하는 부끄러움도 들었다”며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본 한 교도관이 ‘쓸만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해 줬다”고 말했다. 목포교도소는 최근부터 TV 자막으로 프로그램 편성내용을 공지하고 있다.

김씨는 교도 행정이 바뀌는 모습에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자원절약 효과가 있음을 확신했다”며 “전국 모든 교도소로 확대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다시 아이디어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각 교도소별로 자체 편성하고 있는 TV 프로그램 방송은 내년부터 통합 운영된다.

전국 모든 교도소의 방송이 동일해진다는 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종이 형태의 편성표를 원하는 수감자들도 있다”면서도 “물자 절약을 위해 전국의 교도소에 TV자막으로 안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청송교도소에 수감된 강모씨는 추석을 앞두고 오토바이 날치기 범죄예방 지침서를 보내왔다. “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편지를 보낸다”는 그는 자신의 수법을 낱낱이 적은 뒤 각 상황별 대처법을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날치기범 대부분은 다른 지역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만큼 번호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사이드미러 등 눈에 잘 띄는 부분에 지역 표시를 하게 하면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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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9/06 18:20:43

“책상을 반으로 쪼개면 개인공간 생겨요” – 교도소 사색·독서 공간 절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재소자 A씨는 15.37㎡(4.68평)짜리 혼거실(재소자들이 단체로 생활하는 방) 중앙에 놓인 공동책상에서 탄원서 등을 쓸 때 조용한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맞은편에서 바둑ㆍ장기 등 오락을 즐기는 다른 재소자들의 대화나 잡담이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이 나빠져 옷, 가구 등을 만드는 작업장 일에서 제외된 B씨도 마찬가지다. 하루 30분 야외운동을 제외하면 줄곧 혼거실에서 독서를 하거나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그는 잠시나마 사색의 여유를 갖고 싶다.

목포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 김모(43)씨는 재소자들의 개인공간 활용에 대해 “방 중앙에 놓인 책상을 개조, 식사시간 외엔 양 벽면으로 분리해 개인 공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라며 6일 희망제작소에 아이디어를 냈다. 식사시간엔 현재와 같이 중앙에 설치해 수감자간 화합을 도모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분리하거나 벽면으로 옮길 경우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접이식 공동책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인 2002년 10월 재소자들의 인권 및 수감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됐다. 재소자들은 이전엔 배식 때 받는 비닐 포대 위에 각자 식판을 올려놓고 먹었다. 공동책상은 방 한 켠에 접어둘 수도 있고 식사시간 때 등에는 동그랗게 둘러앉을 수 있다.

목포교도소의 경우 공동책상은 크기에 따라 작은방(1인용)에 제공되는 종이재질(가로60cm 세로 50cm 높이 30cm)과 중방(4인용), 대방(6인용)에서 쓰이는 나무재질(가로 120cm 세로 60cm 높이 30cm) 두 종류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수감시설 내 공동책상 배치 등을 명시한 규정은 없다. 각 지방의 교도소에서 재소자 인원, 거실 크기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실제 일부 교도소에선 1인용 책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감자들의 개인 공간의 필요성에 십분 공감한다”며 “각 교도소 별로 형편에 따라 개인용이나 개조용 책상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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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입력시간 : 2007/09/06 18: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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