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 작지만 큰 공동체

<오산이주노동자문화센터>

‘작은 고추가 맵다.’ 한국인이라면 익히 잘 알고 있는 속담이다. 체구는 작지만 깔보면 큰 코 다친다는 선조의 뜻 깊은 가르침이다. 면적 40.53㎢의 오산. 좁은 면적이지만 그 안에서 누구보다 매운 맛을 내는 단체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오산이주노동자문화센터’를 찾았다.

작지만 큰 공동체
2003년 설립되어 올해로 4년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산이주노동자문화센터’. 그리 길지 않은 연혁에도 상담을 비롯해 쉼터, 한글교실, 컴퓨터, 영상, 영화교실, 문화 활동, 어린이집, 여러 나라 공동체, 이주민 방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노동 관련 상담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결혼 이주 여성이나 이주가정의 문제까지 상담해준다. 때문에 상담 전화가 끊일 새가 없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다섯 통이 넘는 전화가 왔다. 인터뷰를 해주신 이주여성담당자 오영미님께 “너무 바빠 퇴근은 할 수 있겠냐?”고 걱정 섞인 물음을 던졌다.

“퇴근 시간이라는 게 없어요. 오산은 작은 지역이지만 주변 지역에서도 상담요청이 많이 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는 지역으로 갈수록 더 심각합니다. 그래서 상담활동이 중요합니다.”

상담활동 외에 이주 가정을 위한 활동도 많다. 결혼 이주여성이나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글교실을 열어 의사소통을 돕고 있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참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주가정에서 탄생하는 자녀들을 돌봐주는 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주민 자녀들은 의사소통이 불완전한 부모님 때문에 학습과 적응에 부진한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의 이주민들이 오랜 시간 일을 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들은 소외되고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스리랑카,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팔, 방글라데시 등 많은 공동체들이 자발적인 모임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영화교실이다. 한 나라씩 돌아가며 자기 나라 영화를 선택해 상영하고, 자국의 문화나 관습 등을 설명함으로써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공동체 활동은 나라별로는 서로 어려운 점을 나누며 힘을 모을 수 있게 하며, 다른 공동체를 이해해 존중의 문화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오산이주노동자문화센터’는 당장의 문제 해결에만 매달리기보다 아시아가 연대할 수 있는 전망을 지향한다. 비록 작은 지역에 있을지라도 넓고 큰 연대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힘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돕고
“이주노동자들 스스로의 의식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돕도록 우리는 잠시 도울 뿐입니다.”

‘오산이주노동자문화센터’는 ‘스스로’를 목표로 한다. 나라별로 공동체가 형성된 것도 누가 계획해 추진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상담을 받았던 여러 나라 사람들이 각각의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모여든 것이다. 각 공동체의 모임이나 일은 최대한 스스로 하게끔 하는 것이 이곳의 활동방향이다. 이주민 방송을 만든 것도 이주민 스스로 목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중에는 이주노동자문화센터 자체를 이주민들이 운영하는 단체로 변화시킬 생각이다.

이곳의 상근자는 소장님과 간사님, 단 둘이다. 지난 9월부터는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지원해주는 서포터즈 5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처음 설립했을 때는 월급은커녕 함께 우유배달을 하며 어렵게 운영해 나갔다고 한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상담활동이 기본인데다 한국말이 서툰 이주민들의 문제를 처리하려면 직접 나서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여전히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재정은 전적으로 개인이나 노조 내 동아리 같은 작은 모임들의 후원으로 충당된다. 가끔씩 하는 문화행사나 프로젝트는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일상적 운영에 드는 비용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후원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후원이 많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 가끔 말투가 퉁명스럽고 공손하지 못한 사람을 간혹 볼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처음 말을 배울 때 모델이 된 사람의 말투 때문이다. 이주민들에게 우리는 거울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들도 똑같이 한다. 이주여성 담당자인 오영미씨는 마음이 조금만 따뜻해지면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심코 하는 인종차별적 말들이나 교만한 말들이 그들에게 상처가 될 뿐 아니라 똑같이 우리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주민은 대한민국에서 아직까지는 약자다.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가 배려하는 것이 어떨까.
[이민애_해피리포터]

오산이주노동자문화센터

전화 :031-372-9301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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