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연구가 궁금한가요?

2022년 말 희망제작소는 1년간 활동 특히 연구활동을 돌아보면서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지역소멸 대응’에 초점을 맞춘 연구활동을 진행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지역소멸 대응이 해당 지역의 경제적 활성화를 넘어서서,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 지역과 지역,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와 생태계를 아우르는 어울림을 이루어내기 위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기에 희망제작소에 연구사업을 담당하는 ‘전환정책센터’는 2023년 감히 “지역소멸 대응과 지역사회 회복력 제고, 시민참여와 청년권 보장,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를 통해 우리사회와 시민 삶의 전환을 만들어갑니다”라고 부서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 당사자 중심의 지역 청년 정책을 연구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청년인구의 유지,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외부 청년인구의 유입과 정착을 위한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희망제작소 역시 지역 청년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최근 4년간 부천시, 울주군, 상주시, 문경시, 서울시 용산구 그리고 전주시 등과 함께 이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2023년 현재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청년 당사자의 정책 수요를 반영하고 청년의 삶과 밀착한 과제를 개발함으로써, 청년들이 지역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향성은 그래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남원시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두드러진 ‘대학부재, 일자리 부족, 고령화 심화’ 문제에 대한 고민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남원시 청년정책은 취ㆍ창업에 도전하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금융지원과 청년 관계망 형성을 위한 커뮤니티 활동 지원을 위한 독립적 ‘청년기금’ 운영계획을 담고자 합니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리기 위해 로컬로 향하고, 로컬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이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링크)라고 할 때, 지역 청년예술가들의 활동을 주목하게 됩니다. 이에 희망제작소는 현재 광주광역시 문화재단과 함께 지역 (예비)청년예술인들의 예술 생태계 진입과 지속적 창작활동을 위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 방안을 담는 정책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 희망제작소가 진행하는 문화도시완주리빙랩 워크숍 현장

📍 사회적 고립을 넘어서 연결사회를 꿈꾸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분의 1을 넘어섰으며, 가구 구성의 주류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증가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물론 ‘홀로’가 ‘외로움’이나 ‘고립’의 동의어는 아닙니다.(링크)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은 타인과 사회로부터의 고립과 물리적인 분리의 정도를 뜻한 객관적 차원, 물리적인 분리와 관계없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경험을 뜻하는 주관적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모든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 자체를 문제로 볼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망의 약화는 마음건강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마음건강 문제로 인한 사회문제 발생의 증가 역시 분명한 현실입니다. 사회적 관계망의 빈도와 질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노인빈곤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만의 특징으로 보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중년과 청년 등 모든 세대와 계층에서 이러한 특징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에 그러한 감정을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관계망 단절과 같은 사회적 조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마음건강 예방 및 회복을 위한 정책들이 여러 정부 부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신건강 치료, 커뮤니티 케어, 문화 및 인문 치유 사업들이 대표적입니다.1)

문화체육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 지역사회와 개인의 촘촘한 연결 및 여가활동 경험과 접촉을 통한 사회적 관계 회복의 영역으로 보는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사업’을 2023년도 시작하였습니다. 희망제작소 전환정책센터는 23년도 사업에 대한 평가 및 개선 방향 도출을 위해,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사례분석 및 모델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예방ㆍ완화하고 사회적 연결망의 질을 높이며, 시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소멸과 생존을 넘어…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이란

지역간 불균등(더욱 직접적으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간 불균등)이 심화되고, 비수도권 지역의 소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전략은 이제 생존의 문제입니다.

국가재정과 외부 대규모 자본(대기업)에 기댄 발전전략을 외생적 발전전략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추진된 대표적인 지역발전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에 기초한 발전과 성장이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역의 자율성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지역 내 기술, 인력, 자본, 전통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지역에 귀속시키며, 지역 내 재투자에 활용토록 하는 ‘내생적 발전전략’이 대안으로 등장합니다. 내생적 발전전략은 지역 내 재투자 강화와 지역산업 연관에 기초한 지역경제 발전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지역순환경제론’으로도 부를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기업 모델’, 미국의 ‘클리블랜드 공동체자산 형성 모델’, 영국의 ‘프레스턴 공동체 자산 구축’ 모델 등이 실제 사례에 속합니다. 공동체 자산 구축(Community Wealth Building)은 “협력적이고 포괄적이며 지속가능하고 민주적으로 통제된 지역 경제를 구축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경제발전” 2)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레스턴 모델의 실제 운영 모습을 살펴보고 한국사회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희망제작소는 2023년 4월 여러 지방정부 단체장ㆍ공무원들과 함께 영국 프레스턴시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당시 프레스턴 시의회 브라운 회장은 “지역 자산을 공동체가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며 협동조합을 장려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10년 전 ‘프레스턴 모델’을 처음 제안하며 꿈꾸던 일이었다고 이야기해줍니다.(링크)

현장을 둘러보고 모델의 개척자와 운영자들을 만나본 후 여러 단체장들은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 사례는 아닐지라도 이 모델이 △청년인구 감소 △지역경제 쇠퇴 △지역소멸 가속화를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 또 다른 고민과 통찰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희망제작소는 당시 함께 한 울산광역시 동구청과 함께 ‘지역공동체 자산 형성’ 모델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CLES_프레스턴 모델 주요 주체인 CLES를 방문한 한국 연수단

📍 코로나 엔데믹 속 미래를 그려보며

김승섭 등(2023)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고 불리는 시기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3) 그리고 “…(그) 경험으로부터 한국 사회가 배우고 변화해야 하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지역 ‘필수업무 종사자’의 근무환경ㆍ실태를 분석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충청북도 필수업무 종사자 실태조사 연구’는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어쩌면 앞의 질문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만 유효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2023년 여전히 열악한 경제적 여건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에 놓여 있는 많은 시민, 지역쇠퇴를 지나 지역소멸에 부딪치고 있는 지방정부와 사회는 또 다른 의미의 팬데믹을 겪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2006년 희망제작소 창립선언문 중 “희망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피어난다고 합니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과 열정, 헌신과 실천으로 희망의 씨앗을 잉태하고 키워왔습니다.”라는 글귀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우리의 연구에 그 정신을 담아, 우리 사회와 시민 삶의 전환에 미력하나마 역할을 다할 수 있길 다짐해봅니다.

각주1) 정보람ㆍ윤소영ㆍ이성우. 《문화예술기반 사회적 치유 정책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3.
각주2) 매튜 브라운, 리안 존스. 《프레스턴: 더 나은 경제를 상상하다》. 원더박스. 2023.
각주3) 김승섭 외.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동아시아. 2023.

– 글: 정창기 희망제작소 전환정책센터 센터장 | mayday3@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