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특별한 만남
10월의 마지막 주 26일 금요일에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호프메이커스클럽과 1004클럽 회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비추며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는 회원들의 모습이 매우 정겨워 보입니다.
이날 우리가 방문한 곳은 희망제작소(종로구 평창동) 근처의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입니다. 지난 9월, 인턴 연구원으로제작소에 첫 출근을 할 무렵 개관해서인지 오가는 길에 무심코 관심이 가던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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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예술이다’
서울미술관은 석파문화원이 운영하는 곳으로 ‘모든 것은 예술이다’라는 모토 아래 우리 삶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다각적으로 조망하고, 한국 미술과 세계 미술의 다양한 조류를 선보이며 동시대의 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는 역동적인 공간을 지향하는 곳입니다.
“흥선대원군의 별장 땅이라고 지나가면서 듣기만 하다가 드디어 와보네요.”
윤석인 소장의 인사말로 오늘의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윤석인 소장과 서울미술관의 이주헌 관장은 과거에 같은 신문사에서 일을 했었던 동료라고 합니다. 신문사에서 일하다가 본인이 가고 싶은 일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두 사람의 과거(?)도 궁금했지만, 우리는 서울미술관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이주헌 관장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sand stone이라는 독특한 돌로 미술관을 외벽을 처리했다는 소개와 함께 석파정, 내부 전시실 및 작품 등 미술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였습니다. 특히 석파정이 흥선대원군의 별장이 된 유래를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세도가의 한 양반 별장에 방문했던 대원군은 이곳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지만 쉽게 내주지 않자, 어린 고종을 데리고 와서 이 별장에 머무르게 하였다고 합니다. 임금이 한번 거처한 곳은 신하들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하니, 결국 대원군의 꾀에 넘어가게 된 것이지요. 회원들은 이주헌 관장이 소개하는 PT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조선시대 유적지와 현대미술관에 대해 호기심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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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술관 내부와 연결된 동선을 따라 외부에 위치한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장으로 쓰였던 곳으로 오랫동안 사유지였다가 서울미술관을 통해서 민간인에게도 개방이 되었다고 합니다. 석파정 초입 암반에 새겨진 ‘물을 품고 구름이 발을 치는 집(巢水蕓濂菴 소수운렴암)’이라는 권상하의 글처럼 빼어난 산수와 계곡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였습니다. 알록달록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이 정말 진풍경이었습니다. 저 멀리 인왕산 성곽길을 따라 수려하게 단풍이 든 모습도 볼거리였습니다. 눈에만 담기엔 너무 아쉬운 석파정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회원들은 저마다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석파정의 고즈넉한 산책길을 따라 가을을 만끽해보는 즐거운 발걸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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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섭, 르네상스로 가세!
석파정에서 풍경을 즐기고, 근. 현대 대작 위주로 전시한 제 2전시실(Deep & Wide)을 잠시 관람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중섭 작가의 전시를 중점적으로 관람하였습니다. 여기서 ‘둥섭’은 이중섭이 동료들에게 불리던 애칭(‘중섭’의 서북방언)이라고 합니다. 뜬금없이 등장한 ‘르네상스’도 서구의 문화운동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당시 이중섭과 그의 동료들이 즐겨 찾으며 작품을 전시하던 부산의 한 다방 이름이라고 합니다. 회원들은 전시장 한 켠에 마련된 르네상스 다방을 재현한 공간에서의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차 한 잔을 하는 여유로운 시간도 누렸습니다.
이중섭의 아내 마사코는 일본인이었습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매우 사랑했습니다. 이중섭의 그림엔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두 아들을 그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꽃게는 제주도 서귀포 피난시절 가족들과 함께 했던 모습을 회상하며 그렸다고 합니다. 그 당시 매우 가난해서 꽃게를 많이 잡아먹었는데, 미안한 마음을 속죄하는 의미로 작품 속에 꽃게를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큐레이터의 작품해설과 함께 사뭇 진지하게 전시를 관람하다가도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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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을 모두 마치고, 세미나실로 다시 모인 회원들은 새로 함께하게 된 신규 회원들의 간단한 소개와 인사말을 들으며, 이날의 서울미술관 탐방에 대해 소감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나은중 회원은 희망제작소 회원프로그램 중 하나인 강산애로 오래 활동했지만, 1004클럽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하니 어지럽다며, 앞으론 좀 더 문화생활도 하고 사회 나눔에 대해서도 더 생각하고 싶다는 따뜻한 말을 전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호프메이커스클럽 회원으로 함께한 이소정 회원은 대한민국 한복명장으로 7월 초에 종로구 계동으로 이사를 왔다고 소개하며, 작업공간은 아담하지만 마음껏 작품을 펼치고 후진 양성에 힘쓸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옥숙 회원은 캐나다 벤쿠버 거주하는데, 그곳 겨울이 길고 지루해 서울에서 지내려고 왔습니다. 서울에 머물러있는 동안 1004클럽 모임에 자주 오겠다고 합니다. 서울미술관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는 유영아 회원은 “강산애(강과 산을 사랑하는 희망제작소 회원모임)와 희망제작소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가 30억이 있다면, 30억짜리 그림보단 밥을 굶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희망제작소의 많은 일들에 동참하시고 종종 이런 만남을 통해 삶에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희망제작소의 오랜 벗다운 진심이 담긴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깊은 가을의 단풍을 즐기며, 이중섭과 기조동인 작가들의 멋진 작품과 함께한 서울미술관에서의 10월 모임은 유쾌하고 웃음 가득했던 하루였습니다.
· 글 : 회원재정센터 김규린 인턴연구원
· 사진 : 회원재정센터 서은송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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