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 Happy Zone

편집자 주/’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1318 Happy Zone

9월 17일 저녁 8시 퇴근길. 문 닫힌 문정1동 주민 센터를 끼고 골목길에 들어서자 한적한 주택가가 펼쳐졌다. 주택가 안쪽에 일반 다가구 주택 1층을 개조해서 무지개빛청개구리(이하 무청) 지역아동센터가 사용하고 있다.

내일은 청소년 밴드 오디션 날이다. 우승하면 윤도현 밴드 전국투어가 시작하는 날 오프닝 무대에 올라서 연주를 할 수 있다. EBS를 통해 12월 중 전국에 방송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청개구리밴드는 지금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이윤복 대표 교사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드럼소리가 약하니 좀 더 박력 있게 음을 맞춰보자’라든지 ‘좀 더 신나게 연주하자’면서 연신 아이들과 의견을 나눈다. 주택가 한복판에 있다 보니 방음 장치는 되어 있어도 혹시라도 주변 주민에게 피해를 줄까봐 너무 늦게까지 연습할 수가 없다. 밤 9시, 아쉽지만 연습을 접을 시간이다.

[##_1C|1217754629.jpg|width=”600″ height=”450″ alt=”?”|연습 중인 ‘청개구리밴드’ _##]
송파구 장지동, 문정동은 한창 개발 중

송파구 장지동, 문정동 무허가 비닐 하우스 촌에는 현재 약 200여 가구가 모여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 동안 서울시 재개발로 갈 곳을 잃은 도시 빈민들이 하나 둘 이 동네로 모여들었다. 그 당시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정착한 사람들이 지금까지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다. 1999년 12월 비닐하우스 한 동을 개축해서 마을 주민 자녀들을 위한 송파 꿈나무 초등부 공부방이 문을 열었다. 무청은 2006년 12월에 송파 꿈나무 공부방 졸업생을 중심으로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로 독립하였다.

문정동은 현재 유통단지와 법조단지로 개발 중이며 이곳 주민들 중 일부는 10월부터 장지지역 임대아파트로 입주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근처 가락시장에서 노점으로 생업을 잇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라 먼 곳으로 이전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노점상으로 얻는 소득 수준 보다 월등히 많은 임대료가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걱정거리다.


청소년들의 꿈을 지역 주민이 함께 지켜주는 곳

무청은 대표교사 이윤복(복실이, 42)씨와 그의 아내인 엄미경(방글이, 40)씨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고 있다. 부부는 자원봉사자로 인연을 맺었던 송파 꿈나무 공부방에서 2004년부터 교사로 일을 시작했다. 공부방 아이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때문에 함께 운영하던 품앗이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아이들’을 아예 접었다. 그 후 2006년 12월에 무청이 청소년 전용지역아동센터로 독립하면서 이윤복(복실이42)씨가 대표교사를 맡게 되었다.

무청에서는 모두 별명을 사용한다. 대표교사 부부처럼 아이들도 저마다 별명을 갖고 있다. 제과제빵사가 되겠다는 박태 태욱, 만화가를 꿈꾸는 마담 성욱, 기타리스트의 꿈을 가진 옆동 지혁, 쌔우 성욱, 사회복지사 길을 가겠다는 감자 태곤, 승짱 승관, 바람 성원이 등.

교과 학습은 주로 일대일 수업방식으로 진행된다. 아는 분의 추천으로 호주에서 온 동포 2세가 영어회화를 가르쳐 주기도 했었고, 지금은 이화여대 영문과 대학원생이 자원봉사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무청을 졸업한 감자 등 3명의 대학생도 영어 이외 각 교과목을 담당하는 자원봉사 교사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무청 아이들은 저마다 지역 사회에서 자기 직업을 갖고 충실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여학생들은 미용사나, 네일아트, 요리사, 제과제빵사 등이고, 남학생들은 자동차정비사, 애완동물 사육사 등이다.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직업을 탐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 중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모셔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몇 번 시도해보았던 직업탐구 특강이 호응이 좋았기에 이런 기회가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청은 큰 교실, 식당 겸 거실, 청개구리밴드 연습 방 크게 세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중, 고등학생 40명에 자원봉사 교사, 문지영, 김동희 교사를 포함 네 명의 상근 교사가 활동하기에는 공간이 비좁다.

“공부방 맞은편에 있는 교회와 문정1동 주민 센터가 주중에 공간을 빌려주어 그곳에서 학습을 한다.” 이렇게 모자라는 것은 주변에서 도움을 받고 채우면서 아이들은 나눔의 소중함을 배운다.

무청의 운영비는 매년 대략 1억2천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복실이샘의 이야기를 옮겨보자면 “다행히 2006년 10월부터 SK그룹과 부스러기 사랑나눔회가 공동으로 하는 ‘1318 HappyZone’사업에 선정되어 운영비 8천만 원을 지원받고, 구청 급식지원 3천만 원이 들어와 후원회원 없이 꾸려왔다. 이듬해인 2007년 10월부터는 3천6백만원을 1318HappyZone 사업단으로부터 지원 받았지만 올해 10월부터는 HappyZone 사업단의 지원은 없다.” 라고 한다.

주 수입원이 끊겨서 당장 어려움을 겪을 처지인데도 복실이샘은 태평하기만 하다.

“정부에서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로 약 2천4백여만 원을 지원받고 그동안 후원회원을 조직해서 1천5백만 원 정도가 들어오고 있다. 구청에서 지원되는 급식비가 연간 3천만 원 정도이고 열심히 하다보면 지역 주민들이 필요한 운영자금을 모아주기도 한다. 미리 돈을 걱정하고 운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서 밝게 웃는다.
[##_1C|1237000956.jpg|width=”400″ height=”300″ alt=”?”|무지개빛 청개구리 지역아동센터 ‘복실이’ 샘_##]
학생들이 무청에 참여하는 경로는 대부분 현재 다니고 있는 친구가 소개하거나 부모님끼리 소개, 아니면 동사무소 등 관공서에서 추천하는 경우다. 복실이 샘은 “아이들이 각자 친구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에는 친분관계로 쉽게 적응한다. 그런 친구들은 우선 대기 상황에서 학부모와 면담을 통해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를 협의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협의하여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 의사소통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권 가정 아이들이나 모자 가정 아이들을 중심으로 관공서에서 추천하거나 방문하는 가정들은 상담 과정을 거쳐 대기상황 없이 바로 무청에 다닐 수 있다.


마을 속에서 청소년 역할을 찾는 학생들

무청 전체 운영위원회에는 학생들도 대표를 선출하여 참석한다. 운영위원회는 지역 후원회원과 학부모, 학생, 교사가 참여하여 무청 사업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결정한다. 학생들은 전체 자치 회의를 일주일에 한 번 열어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 이 자치모임에서 학생들은 자치회장과 총무를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무청 학생들은 1주일에 한 번 열리는 자치모임을 통해 청개구리밴드 공연 일정을 스스로 꾸려 나간다. 2007년 12월에 열린 자치 모임에서 멤버들은 크리스마스이브 콘서트를 ‘태안 주민들을 위한 자선 공연’으로 치르기로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공연을 통해 얻은 소중한 성금은 “기름덩어리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태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 그곳에서도 축복된 크리마스를 맞았으면 한다.”는 취지로 전액 기부했다. 아이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배운 공동체의 사랑을 통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과 가족을 사랑하는 법도 자연스레 터득하고 있다.

무청은 교과 학습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아이들이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배워서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직업이 아니라 궁극적인 직업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하는 등 인문학습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요즘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에 기획안을 신청하여 학생들이 직접 ‘송파구 비닐하우스촌의 역사와 송파구 역사’를 공부하고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지역을 탐방하고 지역 주민 인터뷰를 하는 모임을 진행 중이다. ‘송파구에만 숨어 있는 역사적인 가치가 무엇일까?’ 학생들 스스로 묻고 찾으면서 배운다.

[##_1C|1279452671.jpg|width=”400″ height=”300″ alt=”?”|’은실이’ 샘이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는 중이다._##]
나는 언제나 너희들 편이다

복실이 샘은 흐뭇한 표정으로 자랑한다. “아이들이 공부방에 와서 변하는 모습에 성취감을 느낀다. 예를 들면 악기 연주 실력이 늘었다거나, 자기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줄때다. 지난해까지 졸업생을 5명을 배출했다. 그 중 3명은 지금도 자원봉사 교사로 무청과 인연을 맺고 있다. 한 친구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는 관계로 참여는 하지 못하지만 언제든지 달려올 친구고 한 명은 군대에 갈 예정이다.”

문득 궁금한 마음에 센터 안에서 학생들 사이에 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묻자 복실이 샘은 이렇게 대답한다.

“가난과 교육의 소외가 대물림되듯이 아이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물림 현상이 있다.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폭력성을 가진 환경에서 아이들이 또한 폭력성에 노출되는 것이다.그래서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가정방문, 개인면담, 혹은 가정 통신문을 보내 어떤 방법으로든 학부모와 꼭 소통을 한다. 직접 당사자와는 선배들을 통해서 대화하고 놀이를 함께 하는 등 간접적으로 또는 솔직한 대화를 통해 상황을 풀어간다고 한다.

대학 시절부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를 꿈꿨다는 복실이 샘에게 무청 공부방은 그 꿈으로 가는 디딤돌이다. 지역에서 유년과 노년이 서로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는 마을 공동체를 꿈꾼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은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단초다. 아이들이 커서 지역 문예일꾼으로 컸으면 좋겠다. 사실 대학 때 꿈은 많은 노동자들이 있는 대공장에서 문예패 일꾼이 되는 것이었다. 여러 상황때문에 꿈이 좌절됐지만 우리 아이들은 지역의 문예일꾼이 되었으면 한다.”


“꿈을 꾸면 온 우주가 너를 지지해준단다.”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지지 받은 경험이 없는 친구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지만 복실이샘은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늘 부족함과 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언제나 아이들을 끝없이 지지해주는 어른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한다. 청개구리 아이들을 늘 따스하게 품어 안는 복실이 샘이 가진 속마음이다.

송파 꿈나무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복실이 방글이 부부의 두 아이들이 무청으로 왔다. 오후 10시. 하루일과가 끝나고 복실이 샘은 봉고차로 청개구리 학생들을 집에 데려다 주러 나가고, 방글이 샘은 큰아이의 숙제를 봐준다. 복실이 샘이 다시 센터에 도착하면 문을 닫고 네 식구는 봉고차로 집으로 향한다.


무청 후원 안내

무청은 지역에서 빈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가정 청소년들의 전용 지역아동센터로서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는 1318Happy Zone으로 선정되어 재정적인 부담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왔지만 10월부터는 재정 지원이 끝나 앞으로 재정적인 부담을 안고 청소년들과 함께 해야 하기에 점점 더 힘겨울 것 같다.

재정자립을 위해 선한 인연을 마을속에서 많이 맺었으면 좋겠다.

방글이 샘은 이렇게 얘기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버거움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지역 속에 다양한 청소년들의 색깔을 오밀조밀 그려내며 따뜻한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어 봅니다.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그동안 마을 속에 둥지를 틀고 빈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과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무지개빛청개구리를 방문하시고 청소년들의 성장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함께 웃는 희망 공동체’ 무지개빛청개구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무지개빛청개구리

주소 :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33-5번지 101호 (우 138-825)
전화 : 02-431-1319
손전화 : 010-6216-1053
해피로그 주소: http://happylog.naver.com/rainbowgf.do
이메일 : bok-sil@hanmail.net


[글,사진_이성필/해피리포터]


[##_1L|1269670503.jpg|width=”120″ height=”79″ alt=”?”|_##]해피리포터 이성필(nunjari@naver.com)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정호승님의 시 구절입니다. 지붕 없는 새집처럼 별똥별, 낮달 등등 외로운 사람들의 희망을 담아 보고 싶습니다.



★행복발전소 바로가기★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