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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

‘화성보통청년들’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는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역을 떠나는 게 당연한 시대, ‘화성보통청년들’은 경기도 화성 봉담읍에서 평범하지 않은 실험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기후위기나 불평등처럼 TV 뉴스에선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이슈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꼬집는다. 심각한 문제라고 해서 무겁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 대표의 입에서는 ‘일상’, ‘삶’, ‘소소한’, ‘관계’라는 단어가 자주 흘러나왔다.

요즘 근황을 소개해주세요.
이시원: 지금 대학교를 재학 중인데, 활동과 병행하니까 힘들어서 휴학했어요. 휴학하고 무엇을 할지 찾아보고 정리하고 있어요. 화성보통청년들의 첫 프로젝트인 ‘기후위기학교’가 지난달 마무리돼 이후 어떤 식으로 꾸려갈지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현재 활동 중인 ‘화성보통청년들’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이시원: 제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실무자, 감사, 자문 등 구성원이 총 11명입니다. 같은 화성의 페어라이프센터와 모모책방에서 활동을 많이 지원해주고 계세요.

‘화성보통청년들’의 첫 시작을 말씀해주세요.
이시원: 생활문화공동체 활동을 3년 간 이어오다가 ‘화성보통청년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의 당면한 과제가 기후위기고, 그로 인해 불안과 우울을 느끼는 청년이 많은데 도시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청년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게 1차 목표였어요. 일상과 삶을 나누고, 공부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였죠..

지금 화성에 살고 있죠. 어떤 곳인가요.
이시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 중이라 화성에 부모님과 살고 있는데요. 화성은 일종의 불모지에요. 문화시설이 거의 없고, 사람들도 2~3년 살다가 삶이 나아지면 떠나는 곳이거든요. 서울과 화성을 오가면서 지낼 때 그 격차를 많이 느꼈죠. 대학에서 환경 동아리를 하면서 각종 프로젝트와 워크숍을 열었는데 왜 지역에서는 이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로웨이스트를 하려고 해도 화성에서는 대나무 칫솔을 사러 서울까지 2시간을 가야하는 거죠. 지역에서도 그런 활동들이 이루어졌으면 했고,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  ‘화성보통청년들’은 기후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이시원: 활동 중 하나인 45일간의 ’그린그린실험실’은 제가 기획하고, 페어라이프센터와 함께 주최한 프로젝트인데요. 화성에 위치한 페어라이프센터에서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을 통해 고체비누 만들기 등 워크숍을 하면서 작년부터 환경 문제를 이야기해왔어요. 올해 저희는 제로웨이스트 팝업샵을 열었고 지구의 날(4월 22일)부터 환경의 날(6월 5일)까지 45일간 지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약속을 정하고 함께 실천하며 공유하는 실험이었어요.

‘45일 실험실’을 해보니 반응은 어땠나요.
이시원: 사실 팝업샵을 오픈하면서도 과연 화성에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어요. 기존에 관계를 맺지 않은 분들과도 새롭게 연결되었고요. 장년층은 ‘제로웨이스트’, ‘팝업샵’ 등의 단어를 잘 모르셨는데 쓰레기, 기후 문제를 하나씩 설명해드리니까 나중에는 친구들을 데려오셔서 이것저것 먼저 설명하시더라고요. 뉴스에서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환경 문제가 이웃과 나누니까 가깝고, 변화를 느끼게 됐다고 하시는데 참 뿌듯했어요.

‘기후위기학교’도 열었죠.
이시원: ‘화성보통청년들’을 처음 만들었을 때 구성원 모두 기후위기에 관한 위기의식이 높았어요. ‘기후위기학교’라고 하면 대개 강연, 지식, 전문가 위주로 구성되곤 하는데 저희는 이런 방식에 거리감을 느꼈어요.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막상 날씨, 계절, 자연이 주는 공포가 더 크니까요. 그래서 또래가 느끼는 기후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채식 요리를 나누고, 요가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시는 작가분을 모셔서 북토크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핵심은 전문가의 언어로 이뤄진 환경 문제를 일상에서 이웃이 느낄 수 있는 말로 전환하고, 관계를 통해 전달되도록 한 거죠. 그 결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청년들을 만나 함께 할 수 있었어요. 또래 이야기를 들으니 공감되어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작은 실천을 늘려가며 환경을 보호하는 삶의 모습도 볼 수 있었고요.

🏄‍♀ 화성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청년네트워크

지역에서 ‘화성보통청년들’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이시원: ‘화성보통청년들’은 화성에서 자발적으로 구성된 청년네트워크죠. 지역에서는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계세요. 가는 데마다 어른들이 힘이 된다고 기특하다는 말씀도 해주시고요. 다른 지역의 마을 활동가 분들을 만나면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게 가장 큰 문제이고, 걱정거리라고 하시거든요. 그런데 화성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청년 스스로 키워드를 갖고 움직이는 게 힘이고, 희망이라고 해주시는 것 같아요.

화성에서 ‘최초’로 판을 열면서 힘든 지점은 없었나요.
이시원: 많은 설명을 해야 한다는 거요. 수용력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대학 내 환경학회에서 여러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거든요. 서울에서는 어떤 문제에 관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대로 수용된다면, 지역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든 사람에게 설명해야 하더라고요. 이런 게 지칠 때도 있지만, 더 의미는 있는 것 같아요. 문화적 소외가 존재하는 지역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동네의 언어로 말하는 게 필요하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역 기반으로 활동 중인데, 청년에게 필요한 자원이 하나씩 눈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이시원: 달래 님 얘기가 생각나요. 달래 님과의 인연은 생활문화공동체 활동으로 시작됐어요. 공예를 하고 싶어서 SNS를 통해 달래님의 ‘양말목 공예’ 계정을 팔로우 했는데 동네 분이셨어요. 무작정 메시지를 보내 섭외하며 관계가 이어진 경우예요. 알고 보니 달래 님도 청년 1인 가구로 지역 내 연결성이 크게 없는 상태였는데,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큰 분이였어요. 그렇게 공예를 비롯해 비건 다이닝, ‘아무튼 비건’ 토크쇼를 함께 열었죠. 달래 님이 저희와 활동하면서 화성에 연고가 없는데도 지역에 남길 선택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요소 중 하나가 일자리와 주거문제더라고요. 지역과 활동에 열망이 있지만, ‘열정 페이’로 활동하거나 주거,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아 불안한 현실이 해결돼야 할 것 같아요.

🏄‍♀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은 청년에게 생계는 필수 조건

청년이 지역에 남길 원해도 일자리와 주거가 가장 큰 문제군요.
이시원: 청년들이 지역에서 자신의 노동을 투입하고자 하는데도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게 안타까워요. 지역에서 활동가에게 일정 부분을 지급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사회적 경제나 지역의 다양한 가치를 움직일 때 생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청년 지원 정책이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는 관계도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하는 거죠.

수도권에 여전히 머무는 청년에게 지역은 어떤 기회일까요.
이시원: 청년들은 대부분 거점 위주로 생활하잖아요. 지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블루오션과도 같아요. 서울에서 이미 많이 했던 모임이지만, 화성에서 모임을 열면 ‘최초의 일’이 되거든요. 지역에서도 청년의 움직임을 갈망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는 청년이 직접 살아볼 수 있는 지원 정책이 많으니까 충분히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의제에 관심이 있나요.
이시원: 지금까지 기후 문제를 주로 다뤘다면 청년의 주거 문제에도 관심 있어요. 지역에서는 ‘청년의 주거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하는 의제가 나오고 있는데요. 또, 주거 불평등이 기후위기와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주거가 열악할수록 기후위기에 노출되는데, 기후 불평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이러한 지점에 대한 의제를 풀어가고 싶습니다.

동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이시원: 워낙 하고 싶은 게 많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하고싶었던 일, 상상만 했던 일이 실현될 때 사람들이 함께 즐거워할 때 지속할 힘을 얻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시원: 지방소멸과 청년이란 주제를 생각해보면 서울에 집중된 활동들이 그 외 지역에 고루 퍼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서울에 살고자 하는 청년도 있지만 내가 살았던, 혹은 살고 싶은 지역에 문화적 인프라가 있다면, 굳이 서울에서 살아야 할까 싶거든요. 실제로 전 서울에서 참여했던 프로그램들을 지역에서 실행해보면서 화성에서 보내는 시간의 비중이 늘어났는데요. 이러한 소소한 변화가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고, 각자에게 재미있는 일들을 펼칠 수 있길 바라요!

-인터뷰 진행: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
-인터뷰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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