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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아래에서의 자본시장은 자본을 소유한 개인들의 자본소득을 연상시킨다. 그것의 극단적인 형태는 비도덕적인 자본투기이다. 오늘날 자본시장의 탈규제화의 가속화와 함께 내가 투자한 기업이 어떠한 부도덕한 일로 이윤을 창출하더라도, 그저 고수익만 얻으면 된다고 하는 ‘묻지마 투자’도 같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허나 애초에 효율을 목표로 하여 만들어진 시장이라는 장과 자원 동원의 힘을 갖고 있는 자본이 결합된 자본시장이 반드시 돈 있는 개인들의 자산증식을 위해서만 기능하라는 법은 없다. 좋은 뜻을 품고 있는 돈을 효율적으로 굴리며, 오롯이 공동체와 사회를 위해 순기능을 하는 목표의 펀드를 왜 생각할 수 없으랴.

정의에 투자하기

최근 독일에서는 단지 고수익이 아닌, 새로운 목표를 표방하는 펀드가 생겨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기독교 계열의 KD은행(Bank f?r Kirche und Diakonie, 교회 및 자선은행)과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GLS 은행(Gemeinschaftsbank f?r Leihen und Schenken: 대부 및 기부 공동체은행)이 서로 힘을 합쳐 만든 공정세계펀드다.

이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은 물론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후진국의 개발정책 기준까지 고려한 최초의 펀드상품이다. 이 펀드는 약 3,200만 유로의 적립금으로 시작해 지난 3월 중순 이미 3,360만 유로를 기록하며 호조를 띠고 있다. 단, 며칠 사이에 분명한 상승곡선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베를린에서 열린 공정세계펀드 소개회에서 KD 은행 총재인 에케하르트 티슬러 박사와  GLS 은행의 토마스 요르베르그 이사회 대변인은 공정세계펀드의 조성동기에 대해 “정의에 투자하기”라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계속 초기의 방향성을 분명히 할 것임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의 정신을 자본시장에 접목시키는 작업이 바로 시대의 정곡을 찌르는 일입니다. 고시 기간 동안에 이미 공정세계펀드에 대한 두 은행 고객들의 구매 문의가 쇄도했습니다.” 

”사용자한편, 기독교 자선 기관인 ‘세계를 위한 빵(Brot f?r die Welt)’과 범종교적으로 세계 경제문제를 다루기 위해 1991년 발족한 ‘쥐트빈트 연구소 (S?dwind Institut, 남풍연구소라는 뜻)’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들은  친환경ㆍ사회적인 관점은 물론, 후진국 개발정책의 관점에서도 금융자산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목록을 작성해 공정세계펀드의 구체화에 기여하려 한다.

“두 은행은 자신들의 특별한 투자 노하우로 인해 ’세계를 위한 빵’이 설정한 기준을 직업적인 자산 운용 컨셉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 자금의 조정기능은 후진국 개발정책적 관점에서만 발전 가능합니다.” KD은행 총재 티슬러 박사의 설명이다. 투자자는 원할 경우, 펀드의 수익금을 ‘세계를 위한 빵’을 통해 기부할 수도 있다.  

‘묻지마’를 거부한다

이 펀드의 투자기준은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이른바 배제기준 원칙에 준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배제되는 대표적 투자대상은 포르노그래피와 아동노동, 조직적 부패, 그리고 유전자변형 종자 등이다.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는 부정적 기준은 조직적인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는 국가와 군수물자 생산업체 및 국제 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규범을 구조적으로 위반하는 기업 등이다. 그러한 기업들은 이 펀드의 투자대상에서 즉각 제외된다.

또한 자본시장을 위한 행동규범도 투자기준에 속한다. 그러한 기준에 따라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예로는 외환투기와 투기성 파생상품 거래, 그리고 탈세를 목적으로 해외 조세 피난처에 회사를 등록하는 기업 등이 있다.

공정세계펀드는 위에서 언급한 기준에 따라 적립금의 약 70 %를 국가나 기업들의 공채 및 채권에 투자하고 약 20%를 일반 주식에, 나머지 10 % 정도를 소형 금융펀드에 투자한다.  펀드운용 시의 시장 상황에 따라 특정 대상(주식, 부동산, 현물, 옵션 등)에 집중 투자할 수도 있다. 

펀드운용은 조합형 펀드사인 ‘유니온 인베스트먼트(Union Investment)’가 맡고 있다. 이 자산운용회사는 1,600억 유로에 상당하는 펀드투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독일 최대 펀드운용사 중 하나이며, 또 지속가능성 관련 상품도 25억 유로 정도 취급하고 있다.

공정세계펀드와 같은 시도는 자본에 반하는 운동을 넘어 자본을 통한 가치의 실현을 향한 새로운 움직임임에 틀림없다. 한 나라 사회적 자본의 초국적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시도가 기존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계를 돌파하여 인간적 세계화의 실현을 이루는데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베를린=희망제작소 박명준 객원연구위원 (mj.park@makehope.org)

* 본 글은 독일어권의 인터넷 대안언론 글로컬리스트(Glocalist)의 3.22자 기사를 참조해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독일 본에 거주하는 김인겸 님이 재능기부를 통해 번역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사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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