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세상을 바꾸는 상상력, 그린디자인

                                                                                   소셜디자이너스쿨 4기 2강


권지희 여성신문 기자(소셜디자이너스쿨 4기 수강생)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발생 증가율이 세계 1위라고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분명 매력적인 곳이지만 이렇게 ‘멋’있어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과 씀씀이가 너무 과도한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희망제작소 ‘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두 번째 강사는 ‘그린 디자이너’로 유명한 윤호섭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다. 그는 첫 등장부터 덥수룩한 수염과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하더니, 허를 찌르듯 희망제작소 험담(?)을 늘어놓고, 9년 전 찍은 자신의 하반신 누드 사진을 공개하며 “세월은 흘렀지만 아직 몸매가 괜찮다”고 너스레를 떤다.  

”사용자하지만 그의 진정한 매력은 ‘지구를 바꾸는 디자인 상상력’에 있다. 9년 전 집에 산처럼 쌓인 티셔츠에 충격을 받고 ‘인사동 티셔츠 할아버지’가 됐고, 5년 전에는 굳이 돈 들일 필요가 있냐며 빨간색 공휴일을 뺀 달력을 만들었으며, ‘그린 디자인’ 과목을 만들어 몇 년째 학생들과 지구 온난화 포스터를 만들고 있다.
“지구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디자인 전문성이 없어도 얼마든지 그린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윤 교수의 ‘그린 디자인’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재활용 아이디어 최고봉 ‘티셔츠’

“2000년에 장롱 속을 뒤졌더니 있는 줄도 몰랐던 티셔츠가 우르르 쏟아지는 거예요.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요. 내가 그동안 말해온 환경과 자연의 가치는 무엇이었나, 스스로 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윤 교수는 곧장 티셔츠를 들고 인사동에 나갔다. 그리고 친환경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윤 교수는 그렇게 일요일마다 ‘인사동 티셔츠 할아버지’가 된다. 오후에는 대학로 필리핀 장터로 장소를 옮겨 헌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올해로 벌써 7년째다.

”사용자티셔츠로 시작된 윤 교수의 ‘생활 속 그린 디자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최근에는 버려지는 테이프와 알루미늄 호일을 모아 공을 만들고 있다. 이 공들로 지난해 8월 코엑스에서 전시회를 열었는데, 지금도 계속 붙이고 있어 늘 새 작품이다.

“이거야말로 지속가능한 작품 아니겠어요?(웃음) 제 전시회를 보고 어린이는 물론, 외국인까지 집에서 테이프 재활용 공을 만들고 있다고 해요. 물론 재활용 공을 만든다고 해서 지구 환경이 갑자기 좋아지진 않겠죠. 하지만 최소한 이 공의 크기만큼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드는 비용은 줄일 수 있지 않겠어요?”

소금 테이블과 소금 냉장고도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소금은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주변 공기를 차갑게 만들어요. 전기 에너지가 필요한 냉장고 대신, 소금으로 만든 냉장고를 사용하면 지구 환경을 덜 오염시킬 수 있겠죠. 소금이 수분을 흡수하면서 미세먼지도 함께 흡수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 아니에요.(웃음) 연구소에 의뢰하려면 2000만원이 든다고 해서 지금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답니다.”


환경과 참여를 생각하는 ‘달력’

그린 디자인의 영역이 어디 재활용뿐일까. 윤 교수는 5년 전 공휴일이 없는 특이한 달력을 만들었다.

“나남 출판사에서 소설 ‘토지’ 단행본 발간을 기념해 달력을 디자인해달라고 의뢰가 왔어요. 작정하고 친환경 달력으로 만들기로 했죠. 일반 종이보다 3배는 비싼 재활용 친환경 종이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어요. 표지도 년도만 적어 아래 3분의 2를 날려 버렸고, 재단 비용을 줄이려고 재단 선도 그대로 남겨 뒀죠. 가장 큰 특징은 공휴일이 없다는 건데, 빨간색을 사용하면 돈이 더 들잖아요. 달력 사용자가 직접 숫자를 적을 수 있으니까 오히려 더 좋아진 셈이죠.”

참여형 달력에 대한 고민은 숫자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직접 숫자를 적어달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이 달력은 달마다 숫자 모양이 제각각이다. 처음에는 유명인이었다가 몇 해 전부터 동네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있다. 이 달력이 갖고 있는 친환경적 메시지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사용자

자동차 도로 위에 페인트로 새긴 교통표시도 윤 교수의 예리한 눈을 피하지 못했다.
“도로 위 직진 표시를 보면 세모와 직선 모양으로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잖아요. 세모 전체가 아니라 테두리에만 페인트를 칠하거나 직선을 없애도 충분히 직진이라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요. 지금보다 적어도 페인트 사용량을 3분의 2 이상 줄일 수 있는 거죠.”


지구 온난화를 이기는 ‘포스터’

윤 교수가 갑자기 포스터를 하나 보여준다. 김연아 선수가 멋지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닥은 얼음이 아니라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땅이고, 김연아 선수의 발엔 인라인 스케이트가 신겨져 있다.
“국민대 학생이 만든 지구 온난화 포스터에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앞으로 김연아 선수의 멋진 연기를 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죠. 지난해 일본 지구환경센터 갤러리에서 전시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윤 교수는 몇 해째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포스터를 제작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 다양한 곳에 전시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인은 미술적 테크닉보다는 아이디어가 핵심이에요. 실제로 비전공 학생들의 작품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아요. 지구에 올려져 있는 계란후라이와 리우데자네이루가 바다에 가라앉고 돌고래가 그 위를 헤엄치고 있는 포스터도 있는데요. 지구온난화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돋보이죠. 학생들의 작품을 보면서 늘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로 우리 사회를 바꿔낼지, 윤 교수의 다음 행보에 기대를 건다.


▶ 강연제목 : 소셜디자이너스쿨 4기 제 2강 <세상을 바꾸는 상상력, 그린디자인>
▶ 장소 :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
▶ 강연일 : 2009.07.20
▶ 강연자 : 윤호섭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 강의분류 : 소셜디자이너스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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