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은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창립3주년 기념 특별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국내외의 다양한 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 때, 한국 경제의 비전과 전망을 나눌 수 있는 다섯 분의 최고의 강사를 모셨습니다. 3월 20일, 그 세 번째 시간에는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의 "빌 게이츠도 성공하기 힘든 한국사회, 그럼에도 기업가 정신이 해답이다"라는 주제의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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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KAIST석좌교수), 그의 이력은 참 특이하다.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운명처럼 컴퓨터 바이러스를 접한 이후, 컴퓨터 보안연구소인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해 내실있는 벤처기업으로 성장시킨다. 이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경영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KAIST 경영대학원 석좌 교수로 재직중이다. 3월 20일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은 그가 전하는 경제 위기 진단, 희망과 대안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안정된 직업, 전망이 밝은 분야라는 환상

안철수 교수는 먼저 우리사회의 영재 교육을 화두로 꺼냈다. “어떤 사람이 영재라고 생각하시나요? 학교를 조기 졸업한 사람,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문제를 잘 푸는 사람인가요?” 사회에 대한 소속감 없이 오히려 개인의 성공만을 좇아 사는 영재는 과연 우리 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교육은 언제부턴가 속도위주, 결과위주, 기능 위주로 치닫고 있다.

“미국 대학의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한국 학생과 미국 학생에게 일을 시켜보면 모두 정해진 순서에 맞게 일을 잘 처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물어보거나 근본적으로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한국 학생들은 막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해요.”

창의력은 남들이 정한 방법론에서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믿는 것을 다르게 생각해보고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답이 중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답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의미 있는 시대입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한 고민과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 창조적 사고가 녹아 있어야 합니다.”

얼마전 교육부에서 직업만족도 순위를 발표했다. 직업만족도 1위는 사진 작가였으며, 만족도 하위는 모델과 의사였다. 실제로 의사들이 보는 잡지 <굿모닝닥터스>에 실린 통계자료에 의하면 의사의 77%가 자신이 불행한 삶을 산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가장 선망하는 자녀의 진로가 의사이기에 무척 놀라운 결과다.

안 교수는 직업에 대한 안정 혹은 전망이 결국 환상과도 같이 덧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자신이 의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잘할 수 있는 일을 택하여 오랫동안 하면 그 분야의 전문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것 만큼 전망이 좋은 게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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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서론이 길었습니다.(웃음). 본격적인 기업가정신에 관한 강연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기업가로 통용되는 프랑스어 Entrepreneur의 올바른 의미를 되집어 보겠습니다. 기업가란 ‘企業家’일까요 혹은 ‘起業家’인가요?

많은 분들이 企業家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정답은 ‘일으킬 기’ 자를 쓰는 起業家가 Entrepreneur에 더 맞는 표현입니다. ‘업을 일으킨다’ 즉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첫 번째 말은 비즈니스맨이라는 뜻이 강하죠.”

한편 ‘기업가 정신’ 이라고 번역되는 Entrepreneurship의 표현에도 안 교수는 문제를 제기했다. “-ship은 activity의 뜻이 강합니다. 발휘를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을 정신이란 단어로 표현을 합니다. 정신이란 단어는 의미를 다 함축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것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 이상으로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가는 특별한 사람이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의 통계를 보면 1년 동안 결혼 하려는 인구보다 창업하는 인구가 더욱 많고, 출생하는 인구보다 창업하는 인구가 많다. 시기의 차이일 뿐 창업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문제인 것이다.

“기업가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대부분 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우리나라의 경우 NHN 이해진 사장, 다음의 이재웅 사장, 그리고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모두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입니다.”

내성적인 성격인 사람들이 자신을 보다 내밀하게 들여다 보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사나 잘 하는 것을 더 잘 아는 경우가 많다. 성공에는 보통 5~7년의 긴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이 일차적 목적이 되어서는 그 시간을 결코 감당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 따라서 자신이 재미있어 하고, 의미있는 일을 찾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기업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가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성공을 지나치게 개인화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사회가 제공해 준 기회 없이 혼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성공은 자기만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과 노력, 올바른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남들이 못 보는 기회를 발견하고, 불확실성에 대해 즐겁게 견뎌낼 수 있어야 함을 뜻합니다. 바뀐 환경을 감지하고 바로바로 계획을 수정하여 적응할 수 있어야 하구요. 또 끈질김이 필요합니다. 문제해결능력은 창의력보다는 끈질긴 인내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실패의 요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식의 포트폴리오 구성과 비교해 생각해 보면 쉽다. 즉, 대기업만 존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특정 위험요소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분산 투자하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IMF이후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고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직자들이 진입하기 쉬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활성화되어야 일자리문제의 해법을 얻을 수 있다. 또 통계에 따르면, 어느 나라든지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나머지 10%는 대기업에서, 나머지 90%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성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4가지 가정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사업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 보상이 적다는 것, 성공 확률이 적다는 것,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각각을 따져본다면, 사업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말은 우선 맞지 않아요. 예전에도 늘 사람들은 사업 기회가 없다고 해왔지만 누군가는 그 속에서 사업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행에 옮겨서 성공했거든요. 5년 후 다시 지금을 돌아본다면 지금 발견하지 못했던 가능성이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보상이 적다는 것 또한 맞지 않아요.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들에게 돈은 일차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 번째,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은 어느 정도 유효한 분석이라고 생각해요.경영자의 자질과 실력이 좋지 않고, 사회적 인프라가 부실하며, 대기업과 정부의 거래 관행이 문제요소로 작용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한번 실패한 사람은 다시 재기하기가 너무나 힘들어요.

미국은 다릅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흔히 성공의 요람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실패를 용인해주고 실패한 기업을 육성해 주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죠. 우리는 실리콘 밸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위험부담이 큰 또 다른 요인에는 대표이사 연대보증제가 있다. 외국 같은 경우 CEO가 회사운영이 더 이상 힘들거 같으면 주주총회를 열어 동의를 구하고 회사를 정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을 그만두면 100% 고스란히 CEO 개인의 빚이 되므로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회사를 살릴려고 노력하고, 그 와중에 다른 기업들도 함께 몰락하게 된다.

진정한 성공을 위한 과제

“기업가는 끊임없이 배우면서 실력을 키워야만 합니다. 또한 대기업에서 조기퇴직하신 분들을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과 연계하여 함께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대부분 중소기업과 대기업사이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가격책정에만 국한해 생각하는데, 그 뿐만 아니라 구두로 계약하고 거래를 파기하는 등, 거래 전후로 발생하는 문제를 조명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중소기업이 고발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감시를 강화해야 하구요.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문제가 이미 너무 고착화 되었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학, 정부, 대기업 모두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해결에 나서야 해요.”

안교수의 말처럼 우리사회가 실패에 너그러운 ‘실패의 요람’ 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안철수교수는 오늘 강연에서 강조하였던 기업가정신을 지닌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해 이날 강연의 심화버전인 <안철수의 소셜디자이너스쿨>을 4월 2일부터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