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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

문경청년협의체 <가치살자>는 문경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구성원과 사업체 대표가 모인 커뮤니티 비즈니스 그룹이다. <가치살자> 대표인 주재훈의 본업은 카페 피코와 레스토랑 파밀리아 운영이다.

주 대표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 사이 고개가 있는 동네를 기반으로 본업은 물론 ‘달빛탐사대’(2020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로컬 인사이트 스쿨’, 전시회 기획 등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주 대표가 겪은 다양한 경험이 원천인지 그가 전하는 이야기 하나하나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 ‘본캐’와 ‘부캐’가 절묘하게 섞인 주재훈 대표를 만났다.

▲ 주재훈 가치살자 대표 ⓒ주재훈

원래 직업이 카페 사장님이라구요?

– 안녕하세요. 주재훈 대표님의 근황을 나눠주세요.

주재훈: 오늘부터 이틀 간 <가치살자> 운영진과 워크샵을 진행해요. 당장 내년도 사업을 비롯해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갈지 논의하려고요.

– 코로나19 영향도 클 듯 한데, 그간 어땠어요.

주재훈: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히려 지역으로 여행을 오는 분이 늘었어요. 코로나19 전보다 매출이 늘었어요. 사실 여러 사업을 동시에 꾸리며 힘든 점이 있죠. 제 본업은 카페와 레스토랑 운영인데, <가치살자> 활동하면서 ‘본캐’가 ‘부캐’가 되고, ‘부캐’가 ‘본캐’가 된 느낌. 그래도 ‘부캐’ 활동으로 도지사 및 대통령 표창을 받았네요.

– 영화산업에 종사했다고 들었어요.

주재훈: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졸업한 뒤 바로 일을 시작했거든요. 당시 서울에 연고도, 기반도 없이 자취를 시작했는데 끽 해봐야 살 수 있는 데가 용산구 해방촌 반지하더라고요. 매일 밤샘 작업 후 집에 와서 잠만 자고. 복합적인 이유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다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바리스타로 일했어요. 우연히 요리사인 사촌동생이 고향인 문경에서 카페와 레스토랑을 오픈했고요. 일련의 경험을 거쳐 문경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 다양한 경험 끝에 문경에 정착하고, ‘달빛 탐사대’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주재훈: 처음 어디를 가든 기반이 없잖아요. 해방촌에 살 때 동네 주민들이 서로 관심을 갖고, 돌봤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봐요. 다들 따로 홀로 살잖아요. 만약, 그 때 누군가 가이드를 해줬더라면 팍팍한 생활에서도 푸근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은 거죠. 문경에 왔을 때 지인과 선배들이 많이 도와줬거든요. 그래서 저도 문경에 처음 오는 친구들을 경계하거나 배척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잘 적응하고 도와주고 싶었어요. 이런 지점이 ‘달빛탐사대’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고민을 나누고 서로 돕는 청년들이 모이다

– <가치살자>의 첫 시작과 구성원이 궁금합니다.

주재훈: <가치살자>는 2019년 말 4개 사업체가 모여 구성한 협의체입니다. 기존에 세 팀이 교류했는데, 제가 마지막에 합류했죠. 그러다가 지금 대표를 맡게 됐고요(웃음).

– <가치살자>에 합류한 과정이 어땠나요.

주재훈: 처음 사촌동생과 함께 고향(문경)으로 돌아와서 지원사업 없이 일을 시작했어요. 시행착오도 많았죠.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나니 그 다음이 걱정이더라고요. 앞으로 무얼할지 고민하던 차에 문경시 관광두레 천금량PD가 우연히 제가 하는 일을 보고 찾아오셔서 청년정책포럼 발표를 요청하셨죠. 이 때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청년도 힘든 과정을 겪는 지점을 발견한 뒤 관계를 이어왔죠. 일종의 ‘공생관계’.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수록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니까요.

– ‘달빛탐사대’는 지난 2020년 행안부 청년마을로 선정됐죠. 현재까지 청년이 얼마나 참여했나요.

주재훈: 지난 2년 간 122명의 청년이 ‘달빛탐사대’를 다녀갔어요. 이미 지역에서 살고 있거나 문경 출신인 청년 45명, 타 지역에서 온 청년 77명. 이 중 22명이 문경에 정착해 살고 있죠. 정착하지 않아도, 저희나 지역과 관계를 유지하는 청년이 50명 정도 됩니다.

– 각 지역마다 청년마을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달빛 탐사대’만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주재훈: ‘달빛탐사대’는 정착에 중점을 두기보다 지역을 ‘경험’하는 곳이죠. 자신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더라도 문경으로 휴가를 오거나, 지역살이를 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장소로요. 정착은 개인의 의지에 달려있으니까요. 물론 청년마을 사업 초기엔 정량적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청년을 억지로 지역에 정착하도록 부추기면 오히려 나중에 떨어져 나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달빛탐사대’는 경북 문경시 예산으로 진행 중인데, 정착 수보다 관계인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 ‘달빛탐사대 3기’ 프로그램에서 프로젝트 실험비(최대300만원)를 지원한 게 눈에 띄었어요.

주재훈: 운영진과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많이 논의하는데요. 참여자들이 틀이 짜여진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게 싫더라고요. 참여자가 ‘달빛탐사대’에 왔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실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프로젝트 실험비를 지원하게 되었죠.

– 구체적으로 프로젝트 실험이 궁금합니다.

주재훈: 팜, 푸드, 컬쳐, 라이프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눴어요. 청년은 해당 카테고리 중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일례로 여성 농업인 2인 1조인 팀은 드론을 농업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과연 농업과 드론을 어떻게 연결할까 싶었는데. 농장 부지를 드론 촬영해 홍보하고, 해당 홍보로 직거래 판로 개척을 모색하더라고요. 또 여성 농업인으로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는데 드론으로 농약이나 비료 살포도 가능하고요. 겨울철이 농업 비수기인데 드론 교육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가수입도 창출하더라고요.

‘유턴 청년’을 향한 부정적 인식 개선 필요해

– 이주 청년이 문경에 살면서 겪은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주재훈: 대부분의 도시에서 살던 청년들은 지역정서를 이해하기 쉽지 않거든요. 평생 지역에 산 사람들도 부딪히는 게 지역 정서거든요. 그 지점을 우리가 ‘통역’할 필요가 있죠. 바뀐 환경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는 일종의 ‘에어백’ 역할인 셈이죠. 지역정착 정책이나 사업을 보면 꽤 극단적이에요. “우리 지역에 오면 거주를 지원해줄게.”라는 식인데 이것으로만 해결되진 않거든요. ‘낯선 곳에 살면서 겪는 충격, 이걸 어떻게 줄일까’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 지역 청년(원주민)과 이주 청년 간 정책적 소외로 융합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주재훈: 무엇보다 인식개선과 지원제도 개선이 밑바탕이 돼야 해요. <가치살자> 프로그램 참여자의 40%는 지역청년으로 분배해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역 청년과 이주 청년 간 균형이 필요하죠. 결과적으로 활발한 상호 교류가 이뤄졌어요. 지역 청년은 이주 청년의 시선으로 문경을 재해석하는 데서 새로움을 경험하고, 지역 청년이 지닌 문경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이주 청년에게 큰 도움이 되죠. 서로가 만나면서 시너지를 만드는 긍정적 결과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 문경에서 인식 개선은 어떤 지점을 말할까요.

주재훈: 지역 어르신은 ‘지역을 떠나는 게’ 출세하는 거라고 봐요. 지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사람은 ‘실패자’라고 낙인을 찍죠. 젊은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유턴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인 편이죠. 이러한 인식은 청년이 나서는 것으로만 바꿀 수 없어요. 당사자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서 인식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 앞으로 <가치살자>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나요.

주재훈: 지역 정착 사례로서 데이터를 분석하려고 합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데이터가 쌓이고, 이러한 데이터는 제도 개선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예컨대 ‘달빛탐사대’에서 공유차량을 지원했는데요. 청년의 활동 범위가 엄청 넓어졌거든요. 만약 공유차량이 없다면 하루 2대 만 다니는 대중교통을 타야 하는데 어딜 갈 수 있겠어요. 지역 안착은 면밀하게 살펴야 해요. 거시적으로 집이나 일자리 위주로 고민하기 마련인데, 양질의 일자리가 있으면 뭐해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할 수 없는데. 데이터 분석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무언가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보기에 다양한 실험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 |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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