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촌스러운’ 월드컵 응원의 진수
논두렁 개구리들도 개굴개굴 덩달아 흥얼거렸던 그날 밤, 도시사람과 농촌사람,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학생들이 한 데 어울려 얼~쑤! 한 바탕 신명나는 놀이판을 만들어갔더랬죠.
조금은 특별했던 이 날의 행사가 열리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농촌기획자 박종범씨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 두 가지 생각에서 ‘오디따고 응원도 하고’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박종범씨는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에 올렸고, 이를 본 희망별동대 빛트인 팀이 곧바로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지닌 빛트인 친구들이니 만큼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에 필이 꽂히지 않을 수 없었죠. 열정이 넘치는 내이랑 마을분들 덕분에 박종범씨의 ‘제안’은 ‘현실’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의 과정은 일사천리~ 빛트인팀은 희망별동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된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도 기꺼이 내이랑 마을로 출동하겠다는 얘기를 하셨지요. 거기다 필봉농악대, 쌈지농부까지 합세하게 됐습니다. 물론, 내이랑마을 분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번 행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구체적인 행사 계획이 잡히고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홍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신청자 100명이 금새 모였습니다. ‘시청’과 ‘광화문’을 떠나 새로운 월드컵 응원 마당을 찾던 이들에게 ‘농촌’은 참신한 놀이판으로 느껴졌나봅니다.

행사 당일, 주륵주륵 비가오기 시작하는 게 아닙니까. 마을분들을 비롯하여 빛트인, 자원봉사단 등 행사 준비를 위해 몇날 밤을 지샜는데 말이죠. 비가오면 야외 체험 뿐 아니라 응원도 못하게 될 판이니 모두가 아침부터 가슴을 졸였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달리, 현장 접수 인원까지 합쳐 약 130명의 사람들이 내이랑 마을에 운집한 겁니다.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모인 수 십 가구의 가족들로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마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설렘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말이죠.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도시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기획단은 크게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응원에 앞서 2시부터 농촌체험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첫 순서는 일명 ‘님도보고 뽕도 따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비를 맞아가며 뽕나무에서 오디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어진 떡메치기 체험, 느림보 마을택시(경운기) 타기도 참가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찐밥으로 떡메를 쳐서 떡을 만들던 한 도시 아이는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죠.
“밥으로도 떡이 만들어지는 난생 처음 알았어요!’
즐거운 체험행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어둑어둑한 저녁 시간이 됐습니다. 마을표 ‘웰빙 비빔밥’으로 저녁을 해결 한 뒤 모두 옹기종기 마을회관 앞 스크린 둘레에 모였습니다. 가마솥뚜껑 빈대떡과 막걸리가 함께하는 환상의 월드컵 응원이 시작되었지요.
2:0의 시원한 승리~ 현장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는 굳이 말씀을 안드려도 될 듯합니다. 승리에 취하고, 막걸리에 취한 사람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지요. 별이 쏟아지는 시골하늘 아래 맞는 기분좋은 밤. 상상이 가시나요?
글_ 회원센터 배민혜 위촉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