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28)
커뮤니티 파워로 전기를 만드는 사람들

지난 6월 28일 도쿄 국립경기장에 약 5,5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센다이(川?)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재가동 제지 집회였다. 자민당 정권 교체 후 일본의 각 전력 회사들은 현재 가동 중지 중인 원전들의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전국의 7개 전력 회사가 9개 원전의 원자로 16기의 재가동을 정부 원자력 안전 위원회에 신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특히 원전 의존도가 높았던 관서 전력과 큐슈 전력이 필사적이다. 정부와 위원회는 우선 큐슈 전력의 가고시마현 센다이 원전의 안전 심사를 서두르고 있으며, 늦어도 올 10월에는 재가동할 계획이다. 이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운동의 중심에 있는 시민 네트워크 조직 ‘사요나라(안녕) 원전 1000만명 액션’은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움직임을 반대하면서 현재의 원전 가동 제로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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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요나라(안녕) 원전 1000만명 액션 거리 행진

17만 명이 모인 탈원전 집회

새삼 2년 전 여름이 다시 생각난다. 7월 요요기 공원에서 개최됐던 ‘안녕! 원전이여!’ 집회에 17만 명이 모이면서 탈원전 운동이 더욱 뜨겁게 떠올랐다. ‘안보’로 집결됐던 시민들의 의지가 40여 년 만에 ‘탈원전’을 목표로 다시 모인 것이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 비롯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온 것이다. ‘원전 없는 사회’를 향해 사회의 각 구성원들은 동참하기 시작했다. 당시 민주당 정부는 ‘2030년대까지 원전 제로’를 선언하며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재생 가능 에너지 중심으로 180도 전환시켰다. 1.6%(2012년 기준)에 머물고 있던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을 향후 20년 이내에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정부는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그중 가장 핵심적 정책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고정 가격 매입 제도(FIT)’ 실시와 ‘가정용 태양광 판넬 설치 보조금 지급’이다. 이에 따라 메가 솔라 발전 등이 사회적사업이 가능해지면서 대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은 각각이 또는 서로 협력하여 메가 솔라 발전소를 건립했으며, 주택용 태양광 판넬 설치에 대한 보조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전국의 약 130만 가구의 지붕에 태양광 판넬이 새로 설치됐다. 그 결과 재생 가능 에너지는 시민들에게 친근해졌고, 에너지 생산자로서 그리고 스스로 안전한 에너지를 골라 사용한다는 소비자로서의 의식이 자리 잡았다. 또한 표에서 보듯이 이 기간 동안 생산된 재생 에너지 양은 약 900만kw가 증가했다. 원전 1기의 발전용량이 약 100kw임을 비교했을 때 원전 9기를 줄인 성과를 가져온 셈이다. 덕분에 원전 가동 제로 상태에서 두 번의 여름과 겨울을 전력난 없이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커뮤니티 파워로 탈원전을 꿈꾸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 탄생 후 탈원전을 향한 사회적 합의가 다시 위협받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아베 정권은 경제 성장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2013년 12월에 책정된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원전을 여전히 중요한 기본 전원’으로 규정하고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당연히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를 위한 지원 정책도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단적으로 2009년부터 4년간 지급됐던 주택용 태양광 판넬 설치 조성금은 2014년 정부 예산에서 책정되지 못해 더이상 정부 보조비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일부 광역 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에서 일반 가정의 태양광 판넬 설치를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정부 정책이 자연 에너지 확산에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커뮤니티 파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커뮤니티 파워란,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자연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역에 있는 소규모 분산형 자연 에너지 시설을 활용하여 얻은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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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전력 연락회 발족 기념 포럼에 모인 커뮤니티 파워로 전력을 만드는 사람들

일본에도 1980년대부터 시대를 앞서 지역에서 시민 펀드를 조직하여 시민 태양광 발전소와 시민 풍차를 만들어 주체적으로 자연 에너지 도입을 추진해 온 시민단체들이 있다. 나가노현 이이다시의 ‘오히사마(햇빛) 진보 에너지 주식회사’와 ‘NPO법인 홋카이도 시민펀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부금으로 운영되었다. 또한 광역자치단체가 주체적으로 자연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에너지 자급자족과 지역 활성화라는 두 마리의 토키를 잡은 지역들도 있다. 이와테현의 쿠즈마키정, 홋카이도의 토마마에정 등 ‘에너지 100% 자립 지역-에너지 영속 지대’가 50여 곳에 이른다. 이들 자치단체 또한 정부의 환경 조성금에 의존해 설비를 갖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전력 고정 가격 매입 제도 실시로 자연 에너지 도입의 문턱이 크게 낮아지고 채산성을 맞출 수 있게 돼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 시민 공동 발전소를 자주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시민운동과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자연 에너지 추진 협의회를 구성하고, 전력 생산을 위한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시민 펀드와 지역 금융 회사에서 돈을 빌려 자금을 마련했다. 이처럼 추진 주체나 설립 자금은 다양하게 실험되고 있지만 커뮤니티 파워를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세계 풍력 에너지 협회는 커뮤니티 파워의 3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 바 있다.

– 지역의 이해 관계자가 프로젝트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소유할 것
– 의사 결정이 커뮤니티에 기초를 둔 조직에 의해 이뤄질 것
– 사회적?경제적 이익의 다수 또는 전부가 지역에 분배될 것

각 지역의 연대 또한 활발하게 이뤄져 지난 2월에는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14개 단체가 ‘시민 전력 연락회’를 결성하고 설립 기념 심포지움을 개최하기도 했다.

공공시설 옥상에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다

조후시(調布市) 서부 아동관 옥상에 시민 공동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현관 입구에는 그날 그날의 발전량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도 설치돼 있다. 주민들은 매일 모니터를 통해 발전량을 확인하면서 자연 에너지 지킴이가 되었다. 자연 에너지를 생활 속에서 체험하는 것이 자연 에너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것은 이미 암스테르담 대학의 연구자들이 독일에서 실시한 비교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 조사에 의하면 풍력 발전을 소유하고 있는 지역 주민의 62%는 주변의 풍력 발전소 설립에 대해서도 ‘찬성 혹은 매우 찬성’하며, ‘반대 혹은 매우 반대’는 겨우 1%였다. 이에 비해 풍력 발전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지역의 주민은 ‘어느 쪽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가 47%나 되며, ‘찬성 혹은 매우 찬성’이 26%, ‘반대 혹은 매우 반대’가 27%나 된다고 한다(‘재생 가능 에너지의 지역 수용도-독일 남동부의 케이스 스터디’, 파비앙 데이비드 무셀, 오노 킥). 주민 교육에 있어서도 커뮤니티 파워가 중요함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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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후시 서부 아동관 옥상에 설치된 시민 태양광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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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에 설치된 모니터

서부 아동관 옥상에 설치된 발전소는 시민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2012년 4월 대표 코미네 아츠시(小峰充史)를 중심으로 조후시 청년회의소 등의 맴버들과 마을만들기에 나선 시민단체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지역의 에너지 자립과 지속 가능한 마을만들기를 함께 생각하는 ‘일반 사단 법인 조후 미래 에너지 협의회’를 조직했다. 협의회에는 지역 실업가, NPO, 자치단체, 지역 금융 기관 등에서 폭 넓게 참가했다. 지역에 이익이 환원되는 자연 에너지 발전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그 추진체로 ‘조후 마치나카(마을 내) 발전 비영리형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회사가 발전 사업의 주체가 되어, 2013년 11월에 조후시와 조후 시내 공공시설의 지붕 이용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토지가 제한된 대도시에서 자연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지붕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시 소유의 공공시설 옥상을 무상으로 임대해 비용을 절감시켰다. 대신 정전 시에는 무상으로 지붕을 빌려 쓰고 있는 시설에 전력을 우선 공급해 주기로 했다. 판넬 설치비는 지역 신용 금고에서 빌려서 마련했다.

이렇게 해서 조후 마치나카 발전은 그동안 34개의 공공시설에 시민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했다. 19개의 시영 주택 옥상과 5개의 아동 시설을 비롯해 노인 복지 시설, 마을 회관 등 모두 시민 생활과 밀접한 곳들이다. 하나 하나를 보면 수십 kw의 소형 발전소지만 모두 합치면 약 1mw 가까이 된다. 즉 인구 22만 명의 베드타운 조후시 시내에 메가 솔라 발전소가 하나 들어선 셈이다. 소비 전력으로 환산하면 약 300세대의 가정이 원전의 위험성에서 벗어나 안전한 자연 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지역 신용 금고에서 약 3억 4천만 엔의 설비 자금을 빌려서 시작했는데, 생산한 전력을 고정 가격 매입 제도를 이용해 도쿄 전력에 팔면 연간 약 4천만 엔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20년간 빌린 설비 자금을 갚고 필요 운영 경비를 빼고 나면 약 7천만 엔(약 7억 원)의 순수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시민 발전소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전력 생산으로 얻은 수익을 지역에 환원해 마을 만들기 활동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회사 정관에 따르면 수익을 다음의 4가지 활동 즉,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공공시설에는 ‘전력 모니터’를 설치하여 시민들이 절전을 위한 행동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며, 둘째 시내의 에너지 효율를 개선하기 위한 Smart Grid의 조사 연구비에 기부하며, 셋째 시의 ‘그린 환경 보전 기금에 기부하며, 넷째 시민들의 에너지에 관한 각종 상담 창구를 만드는데 사용하여,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자연 에너지 발전 설비를 계속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 발전으로 얻은 수익을 절전형 스마트 도시 만들기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이었다.

이처럼 분산형 시설을 이용하여 메가 솔라 발전소급의 지역 에너지를 생산하며, 그 수익을 환경을 생각하는 절전형 도시 만들기에 사용하는 조후시 시민 공동 발전소는 대도시 베드타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협의회에서는 앞으로 마치나카 발전과는 다른 사업 주체를 설립해, 민간 시설의 지붕에도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공공시설과 달리 어떤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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