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수익 0’ 토지에 투자하는 이유

희망제작소는 10회에 걸쳐 ‘착한 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글은 일본의 NGO 활동가 16명이 쓴 책《굿머니, 착한 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의 일부를 희망제작소 김해창 부소장이 번역한 글입니다. 몇몇 글에는 원문의 주제에 관한 김해창 부소장의 글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일본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눈에 비친 전 세계적인 돈의 흐름을 엿보고,  바람직한 경제구조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을 아는가? 이 공유지의 비극은 현재의 경제제도와 환경문제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이해하기 위해 상상력을 조금 발휘해보자.

어느 마을에 양을 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양치기는 양을 기르기 때문에 물론 자신의 목초지를 갖고 있지만, 마을에는 마을 사람 전체가 이용하는 드넓은 공유지도 있다. 만약 양치기가 자기의 양을 그 공유지에 방목한다면, 공유지의 목초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사료 값을 절약할 수 있다.

만약 이 양치기가 ‘나 혼자쯤이야…’ 하고 공유지에 자기 양을 방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양치기 하나만 공유지에 양을 방목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을의 양치기가 모두 같은 생각으로 너도나도 자신의 양을 공유지에 풀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양들이 순식간에 목초를 모조리 뜯어먹어 공유지는 불모지로 변해버릴 것이다. 이것을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한다.

공유지의 비극

이 공유지의 비극은 허황된 이론이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어업을 예로 들어보자. 규슈 서쪽에 있는 동중국해는 과거 일본 어획고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어장이 풍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다수의 어민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 나머지, 앞으로를 위해 잡으면 안 될 고기마저 다 잡아버리는 바람에, 현재는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도 수산물을 지나치게 잡아들여 어획량이 줄어들었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그물이 아닌 다이너마이트나 청산가리까지 동원해 고기를 잡게 되었다. 이러한 어획법은 고기의 씨를 말릴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 산호초까지도 파괴해버린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원래대로라면 공유지여야 할 바다 생태계를 심하게 파괴해버린 것이다.

자,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기업 등의 상품 생산자는 자신의 이익을 올리기 위해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고 싶다’ 고 생각하는 상품을 만들려고 한다. 돈을 내고 상품을 사는 이들이 동시대 사람이들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달리 생각하면, 생산자가 상품을 만들 때 아직 존재하지 않고, 돈을 내지도 않는 미래 세대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미래 세대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한다고 해도 생산자 자신은 손해를 입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사람들에게서 불평을 들을 일도 없다. 생산자가 미래 세대에게 피해를 입히는 방법으로 상품을 만들어도 결과적으로 상품이 팔리고 당장의 이익이 많아지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앞서 소개한 어업의 예에서 원래 공유지였던 어장이 파괴된 것은 미래 세대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자본주의 경제의 숙명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어민들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미래 세대의 일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당장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고기를 많이 잡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남획을 통해 수입이 올라간다해도 그 청구서는 반드시 미래 세대에게 전해진다. 어장이 파괴된 상태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이제 앞 세대와 똑같은 자연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공유지의 비극은 어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환경문제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의 고갈 같은 문제도 모두가 ‘나 혼자쯤이야’ 라는 생각에 석유라는 공유재산을 마구 소비하는 데서 생겨나는 문제다.

토지를 지키는 사람들

자본주의 경제의 큰 문제점은 이 공유지의 비극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법률이나 규제 등으로 문제발생을 억제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생각과 행동을 이어가는 한, 미래 세대의 이익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경제는 언뜻 보기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인류가 지속적으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결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고 그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면서 만든 상품을 사지 않음으로써 생산자 측에 의사표시를 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러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만일 다른 사람이 그 상품을 계속 구매한다면, 생산자 역시 그 상품을 계속 만들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좀 더 주체적으로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해야 한다.

그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것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란 시민들이 자발적인 모금 등을 통해 토지를 매입하거나, 지자체에 매입을 요구하거나, 토지 소유자와 사후 기증 · 기부를 받는 계약을 맺어 그 토지를  ‘있어야 할 모습’으로 후세에 남기자는 운동이다.

[##_1C|1243210628.jpg|width=”450″ height=”42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다시 말하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토지를 지키기 위해 시민이 의도적으로 공유지를 만들어내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통해 생겨난 공유지는 시민이 공동으로 관리하므로 결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엉망이 되는 일은 없다. 그 결과 미래 세대는 지금과 다름없는 자연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일본에서도 옛 도시인 가마쿠라 개발에 대한 반대운동을 계기로 이 운동이 시작돼, 2006년 9월 현재 54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적은 금액이라할지라도 누구나 기부를 통해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지구상의 모든 토지를 시민이 사서 공동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운동에서 배워야 할 점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해득실을 떠나 토지를 지키는 정신이다.

또한 요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라는 제도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이라는 행위에 가격을 매기는 것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체에 조금씩 부담을 줘 공유지를 오염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 세계가 협력해 줄여가자는 것이다.

지구 환경이라는 공유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가 조금씩 양보하고 자본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개인에게 곧바로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유지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러한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 이러한 노력을 한다면 무엇보다도 지구 환경이라는 공유지를 보전하는 데 공헌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이해득실 계산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이러한 만족감이야말로 다음 세대 사람들을 구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글_ 가지타 히로토
번역_김해창 (hckim@makehope.org)

【우리는 지금 | 김해창】한국의 내셔널트러스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본래 영국에서 시작됐는데, 우리말로 옮기면 ‘국민신탁운동’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통해 자연과 문화유산 지역의 땅이나 시설을 사들인 뒤 영구히 보전하는 환경문화운동’을 말한다. 현재 세계 30여 개국에서 이러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동화의 주인공인 토끼 ‘피터 래빗’의 고향이 개발 위험에 처하게 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지난 1895년 여성운동가인 옥타비아 힐 여사, 변호사인 로버트 헌터 등이 나서서 만든 민간단체다. 그 뒤 1907년 ‘내셔널트러스트 법’이 제정돼 각종 법적인 지원도 받게 됐다.

우리나라는 1999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시작되었다. 부산의 ‘100만 평 시민 문화공원조성 운동’을 비롯해 경기도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보전 운동, 광주 무등산 공유화 운동, 경기도 용인 대지산 살리기 운동 등이 국내의 대표적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운동에 힘입어 2006년 3월에는 ‘문화유산 및 자연환경 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이 제정 공포됐다. 이 법에 따라 2007년 3월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자연환경국민신탁이 함께 설립됐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보전 가치가 높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문화유산을 소유자에게서 기부받거나 시민들에게서 모금한 기부금 등으로 매입해 보존하고 활용해나가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현재 보전 · 관리하고 있는 문화유산은 조정래의 대하소설《태백산맥》에서 토벌군들이 묵었던 ‘남도여관’으로 묘사돼온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보성여관(등록문화재 제132호)’과 울릉도 도동리의 이영관 가옥(등록문화재 제235호) 등이 있다. 또한 국민은행의 전격 지원으로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이 세 살 때부터 20여 년 동안 살았던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이상의 옛집’도 매입했다.

자연환경국민신탁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내 밭과 과수원 약 1800평방미터(신탁자 문국현), 충남 연기군 산 약 8,000평방미터(신탁자 송정숙) 등 전국 각지에 신탁재단을 갖고 있다. 특히 사단법인 ‘부산 100만 평 문화공원조성 범시민협의회’는 시민들의 기금으로 부산 강서구 서낙동강 유역 둔치도 내 토지 1만 평방미터를 매입해 2007년 6월 ‘자연환경국민신탁’에게 맡기기도 했다.

이 국민신탁은 세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국가에 이익이 되는 공유지와 공동체의 재산을 새롭게 형성해야 하는 것, 둘째는 공유재산이 없어지는 것을 막고 이들 재산의 복구에 노력하는 일, 셋째는 수많은 공유지와 재산들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할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일이다. 


● 연재순서

1. 당신의 돈이 전쟁을 돕는다
2. 저금이 환경을 파괴한다?    ? 다시 생각해봐야 할 국책ㆍ공공사업
3. 토빈세, 야만과 싸우는 세금
4. 단리와 복리, 어느 쪽이 친환경적일까?
5. 인플레이션도 피해가는 화폐   ? 한국의 대표적 지역화폐 공동체 ‘한밭레츠’
6. 은행이여, 내 예금의 사용처를 공개하라
7. 저축계좌를 바꾸면 세계가 바뀐다
8. 지구를 살리는 ‘굿 감세ㆍ배드 과세’
9. 그들이 ‘수익 0’ 토지에 투자하는 이유   ? 한국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10. 지금, 돈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    ? 개발을 거부한 도심 속의 오래된 미래, 물만골공동체의 도전

Comments

“그들이 ‘수익 0’ 토지에 투자하는 이유” 에 하나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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