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공익적 시민활동 지원하는 대전의 ‘풀뿌리 사람들’

박원순의 한 걸음 더

나는 스스로를 내 다이어리의 기계인간이라고 부른다. 빼곡이 찬 수첩의 일정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10여 개씩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다음 일정이 무엇인지 내 다이어리를 보아야 한다. 그 많은 일정을 모두 외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아주 인상적인 사람은 오래 기억을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언제 만났는지 조차 잊어버린다. 나름대로 잊어먹기 위해서 받은 명함에다 그 사람을 만난 모임, 인상 등을 적어놓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오래 기억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네준 명함이 아주 인상적인 경우가 그렇다. 그 중의 하나가 ‘풀뿌리사람들’의 명함이다. 일주일쯤 전에 서울의 희망제작소를 직접 방문하여 내 강의를 요청해 듣겠다고 온 사람들이다.


[##_1C|1333986262.jpg|width=”350″ height=”19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대전 ‘풀뿌리 사람들’ 명함_##]
‘풀뿌리사람들’의 명함 앞면은 “공익적 시민활동을 지원하는”이라는 관용구를 앞에 붙이면서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고 있다. 필자가 일본의 여러 곳을 여행하다 보니 거의 모든 큰 도시마다 ‘NPO지원센터’ ‘NPO 서포트센터’등을 만날 수 있었다. 비영리단체(NPO)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인 것이다.

사실 NPO를 운영하다 보면 열심히 자신의 활동도 벌이랴, 모금도 하랴, 회원들을 모으고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랴, 간사들 교육도 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더구나 몇 명 간사가 되지도 않는 조직은 아예 이런 제대로 된 활동을 벌이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런 열악한 NPO를 돕는 전문단체가 생겨난다면 이들에게는 천군만마가 되기 마련이다. ‘풀뿌리사람들’은 바로 이런 단체인 것이다.

자세히 보면 이들이 활동하는 지역은 대전이다. 그러니까 대전지역에 있는 “공익적 시민활동”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탄생된 조직인 것이다. 대전의 NGO나 NPO는 바로 이 ‘풀뿌리사람들’ 때문에 꽤나 행복할 것 같다.

그 명함의 옆을 보면 “‘마을과 일터’- 세상의 중심, 대안의 뿌리!“라고 써놓고 있다. 마을과 일터, 모두가 소중하며 그 곳에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는 구호이다. ”생각은 전 지구적으로, 활동과 실천은 지역에서“라는 구호가 한 때 유행하였다. ‘풀뿌리사람들’은 바로 자신이 사는 마을과 자신이 일하는 일터에서 대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_1L|1324415323.jpg|width=”250″ height=”27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명함 뒷면에는 단체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이 모두 담겨있다_##]그 명함 뒤를 보니 한 사람이 아니라 이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의 얼굴과 이름, 연락처가 다 나와 있다. 같은 명함을 모두 쓰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이사장이나 상임이사, 그리고 간사들 중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말하자면 이 단체는 모두가 평등한 지위를 가지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풀뿌리 사람들이라고 할만하다.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대한민국과 지역사이에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방균형을 주창하지만 사람도, 돈도 수도권으로만 몰려가고 있다. 지역은 점점 위축되고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이렇게 지역을 지키고 활성화하려는 사람들의 노력들이 줄기차게 벌어지고 있다.

대전의 ‘풀뿌리사람들’처럼 순수하고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지역에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내가 바빠 강의만 하고 일어서야 했는데 서울까지 올라온 그이들에게 저녁을 사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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