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만랩들의 ‘우리 마을 살리기’ 비법 전수

‘2023 정책디자인 아카데미’ 현장 ⓶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바글바글 모여 사니 일상이 스트레스입니다. 귀농 ̛̛귀촌 꿈꾸는 사람, 많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려니 엄두가 안 나는 것이죠.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돈은 벌 수 있을까? 이들이 ‘우리 지역’에서 살아볼 결심을 하게 하려면 지방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희망제작소 ‘2023 정책디자인 아카데미’ 두 번째 시간의 주제는 ‘지역을 살리는 귀농 ̛귀촌으로 안성의 미래를 그리다’입니다.

직접 해본 사람만이 전수할 수 있는 내공이 있습니다. 지난 13일 안성맞춤 아트홀 소공연장에서 열린 두 번째 시간에 신명식 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과 이종수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이 강사로 섰습니다. 신 전 원장은 내일신문 편집국장을 지내고 경북 김천에서 유기농 배농사를 지었습니다. 유기농 온라인쇼핑몰 등을 운영해 수익을 꽤 남겼습니다. 이종수 이사장은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꾸렸습니다. 소멸 위기 5위였던 남해, 그중에서도 고령화가 심했던 상주에 사람들이 모인답니다. 이제 본격적인 비법 전수 시간입니다.

배는 왜 추석 때나 먹는 과일이 됐을까?
이날 강연에 온 안성시 공무원 300명, 귀에서 피 나나 보실래요? 신 전 원장, 작정했나 봅니다. 귀농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잘못된 점을 알아야 잘할 수도 있겠죠. 실용적인 대안도 따릅니다.

신명식 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

“농촌 지역으로 주민등록 이전해 5년 안에 농업으로 진입한 사람은 매년 8만~9만 명씩 꾸준히 늡니다. 그중 35%, 3만3000명은 조상한테 땅 한 평 물려받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들어옵니다. 그 3만3000명을 어떻게 끌어들일지가 관건이죠.

저는 50살 넘으면 스마트팜 하지 말라고 해요. 빚도 많이 지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딸기 스마트팜 1000평에 하우스 하나 짓는데 2021년 견적으로 2억1000만 원 들어요. 이런 시설에서 연 매출이 평당 7만 원입니다. 그런데 농어촌공사에서 벌인 비축농지 임대형스마트팜 사업은 한 명 당 온실 면적 360평씩 줍니다. 평당 매출 10만 원을 올려도 연 매출 3600만원이에요. 비축농지에는 파이프조 연동형 비닐하우스만 세울 수 있는데 대출담보물로 설정할 수도 없어요. 오겠습니까? 이런 정책 하면 안 됩니다. 360평으로 스마트팜 하라는 건 하향평준화해 다 같이 죽자는 뜻이에요. 안성은 그나마 비축농지 늘릴 가능성도 없어요. 공장 부지, 학교, 택지 만드느라 일 년에 평균 농지 5천 평이 사라집니다. 개발이익으로 농지 확보해서 농사짓겠다는 사람들에게 장기임대해 줘야 해요.

지원 정책을 최소한 5년은 해야 변화가 일어나요. 논타작물지원제라고, 벼 농가가 옥수수, 콩으로 전환하면 1헥타르당 340만 원씩 줬어요. 3년간 3558억 원 집행했는데 사업이 끝나고 62%가 논으로 복귀했습니다. 반면에 이런 사례도 있어요. 예전에 천안호두과자에 국산 재료가 하나도 안 들어갔어요. 호두는 미국산, 팥은 중국산 그랬어요. 우리밀에 미친 천안밀영농조합에서 15년간 노력해 200헥타르에서 800톤을 생산했습니다. 지금 천안호두과자 80%가 우리밀을 쓰고 있어요.

스마트한 농업이란 시장의 흐름을 아는 농업입니다. 배는 한때 과수 분야 매출 1~2위였는데 지금은 명절 때만 먹는 과일이 됐습니다. 농식품부가 포장이 너무 커서 안 팔린다면서 포장을 바꿨어요. 그렇다고 배가 팔릴까요? 왜 배가 이렇게 됐을까요? 지베렐린(식물의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덩치만 키우고 익지 않은 신고배를 추석에 출하해서입니다. 이 경우 지원사업이 되레 독이 됐어요. 지자체가 중국산 꽃가루 구입비 지원하고 수분 시기에 공무원 동원해 꽃가루를 발랐어요. 이보다 수종 갱신을 지원해야 해요. 조생종부터 만생종까지 다양하게 재배해야 합니다. 원화, 화산, 신화, 추황, 감천, 황금, 만풍… 세종시에 10가지 배를 생산하는 농가가 있어요. 로컬시장에 풀거든요. 소비자들도 맛있는 배라는 걸 알아요.

농민이 가격협상력을 가지려면 품목별 생산자 조직이 있어야 해요. 이런 조직을 지원해야 합니다. 2010년 가공용 유기농 배 납품 값이 kg당 1200원이었어요. 당시 25명이 모여 유기농배영농조합을 만들고 거래처와 협상해 kg당 2500원을 관철했습니다.

우리 농업에는 소비자 개념이 부족합니다. 정부나 지자체는 돈 버는 농업이 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정품은 유통방식 달리해서 제값 받고 팔고, 비품은 가공해서 더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 더 비싸게 팔아야 합니다. 안성시에 농산물가공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이용 조건이 한 사람당 몇 시간으로 정해져 있더라고요. 좋은 기계를 갖추고 있습니다만, 이 시설에서 차별화된 가공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유기농 도라지와 배를 농축액으로 팔았는데 한살림, 초록마을이 경쟁자였어요. 거긴 6시간 끓인다기에 우린 낮은 온도에서 24시간 끓였어요. 오래 끓일수록 분자가 잘게 쪼개져 흡수가 잘되거든요. 차별화하지 않으면 농업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소멸위기였던 남해에 사람들이 자꾸 살러 오는 까닭은?”
다음 강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당장 경남 남해로 가서 살고 싶어집니다. 이곳에선 마을과 학교가 아이들을 함께 돌본답니다. 경쟁이 아닌 연대를 지향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남해에서도 끝, 상주에 모입니다. 특히 30대 여성 인구가 늘고 있답니다. 한국에서 이런 마을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종수 남해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이 상주의 여정을 들려줍니다.

이종수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

“귀농 ̛귀촌 정책의 핵심은 지역 공동체를 잘 만들어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드는 것이에요. 저는 아이들 학원 보내는 교육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니 도시에선 같이 놀 친구가 없더라고요. 다 학원 가버려서요. 2016년 상주로 왔어요. 당시 상주 인구의 40%(702명)가 65살 이상이었어요. 중학교에 38명이 있었는데 그중 30명이 축구부였습니다. 답이 없는 상황에서 상주중학교는 대안 교육으로 활로를 찾았어요.

대안학교 학부모들이 마을과 학교를 어떻게 연결할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마을 교육공동체를 모색한 거예요. 동고동락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유예요. 설립 정신은 이겁니다. 경쟁이 아닌 연대하는 삶의 공동체, 학교와 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우는 교육공동체, 개인적 소비적 삶이 아닌 함께 나누는 경제공동체, 함께 먹고 춤추고 노래하는 행복한 마을공동체.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는 상상놀이터를 만들고 아이 돌봄 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했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연구회를 결성해 토크쇼, 인문학 강좌 등도 벌였습니다. 상주초등학교가 행복학교로 지정되면서 초등 중등을 연계해 대안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소문이 돌자 학부모들이 더 많이 이주해왔어요.

남해 상주의 학교마을공동체

대부분 지자체에서 귀농 ̛귀촌 인구 늘리려고 혜택을 많이 줘요. 일자리, 집 주겠다, 어떤 데는 아이들 해외 어학연수까지 보내주겠다며 합니다. 우리는 혜택 없어요. 딱 이것만 내걸었어요. 마을과 함께 하는 교육, 자연과 만나는 교육. 그런데 초등학교 학생 수가 36명에서 올 3월에 63명, 중학교는 18명에서 92명으로 늘었어요. 2016년 이후 학부모나 청년들이 200여 명 상주로 들어왔어요.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어른들을 위한 인생학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노인돌봄과 아이돌봄을 연계한 사업도 꿈꾸고 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지역 아이들과 청년을 보면서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이요. 소멸위기 작은 마을이었던 상주는 아이들이 어른들과 어울려 웃고 노는 마을로 어느 정도 기본은 갖춰 가고 있습니다.

저는 키워드가 ‘전환’이라고 생각해요. 도시 모델을 농촌에 가져오면 100% 실패합니다. 백화점 멋있게 지어봤자 서울에 더 멋있는 거 있습니다. 경쟁교육, 자본주의 소비경제, 개인적 삶 대신, 삶을 위한 교육, 공동체 경제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마을을 만들어야 합니다. 위계적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는 공동체가 필요하죠.

인구 감소 위기는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해 다양한 삶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극복할 수 있어요. 농촌 사람들은 아이를 서너 명 나아요. 키우기가 부담스럽지 않으니까요. 아이들이 학원을 안 다니니까 돈 쓸데가 없어요. 중학교까지는 장학금을 지역에서 주니까 오히려 애들이 돈을 벌어와요. 남해로 오면서 제 소득은 3분의 1로 줄었지만, 생활에 지장 없어요. 우리 마을에서 명품백 들고 다녀봤자 누가 알아보지도 않아요.

지역은 소멸할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어요. 집값은 점점 올라가죠. 청년들이 지역으로 올 수밖에 없어요. 작년 기준 귀농 ̛귀촌한 인구가 51만 명이었는데 30대가 거의 과반수를 차지했어요. 또 공간의 제약이 사라졌어요. 노트북 하나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됐죠. 차별적 가치와 생태를 만드는 로컬은 지속가능합니다. 지역의 공유 자산을 활용해 자립구조를 갖춰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해요. 사람을 모이게 하는 건 사람입니다.”

*김소민 시민이음본부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