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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좌담] 인구감소 지방소멸 시대, 지방정부 생존법①
발상의 전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 대한민국은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를 지나며 총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저출생뿐 아니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입니다. 아울러 2020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가 총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도 극에 달했습니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총인구 감소, 지방소멸과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처방해야 할까요? 희망제작소가 신년을 맞아, ‘인구감소 지방소멸 시대, 지방정부 생존법’을 주제로 진행한 전문가 좌담을 공개합니다.

사회 |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패널 | 박진도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前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배규식 희망제작소 이사(前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前 국토교통부 장관)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임주환) 지난해에 이어 2023년의 한국사회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시대라는 거대한 전환점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좀처럼 대안을 찾기 힘든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농업·농촌, 제조업과 일자리, 균형발전과 부동산 분야에서 정책지식 생태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세 분을 모시고, 융합적이고 통섭적인 시각에서 지혜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주제인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원인’에 대한 모두발언을 듣겠습니다.

▲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이하 박진도) 저는 ‘지방소멸’이라는 말에 이견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지방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을 말하니, 지방소멸이라면 수도권 이외 지역은 모두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말이 안 되는 이 말의 원조는 ‘마스다보고서’(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前 일본 총무상이 2014년 발표한 보고서)인데요. 마스다보고서에서는 지방소멸을 ‘수도권 일극집중에 의한 극점사회의 도래’라고 합니다. 수도권 집중화의 폐해를 지적하는 말입니다. 두 번째, 지방이라는 것을 하나로 퉁쳐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에는 광역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등 다양한 공간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하나로 묶는 것은 지방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발언입니다. 세 번째, 마스다보고서에서 제기하는 지방소멸론은 굉장히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것으로 순수하지 않다고 봅니다. 일본 내에서도 지방소멸론 이후 제시된 지방창생정책에 대해 ‘소멸가능성 도시’를 중앙정부 정책대상에서 ‘잘라버리기’ 위한 시책이라고 크게 반발했습니다. 그래서 지방소멸이라는 말에 이견을 제기합니다.

지방소멸의 원인으로 인구감소를 많이 얘기하는데, 수도권 집중과 지방인구 감소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인구의 자연감소가 아니라 사회적 감소인데, 특히 청년의 지방이탈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배규식 희망제작소 이사(이하 배규식) 대한민국의 저출생 고령화 현상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전국이 비슷한 상황인데, 지방은 청년들이 많이 유출되기 때문에 그 현상이 더 심화하는 양상입니다. 지방에서 청년들이 이탈하는 원인은 첫 번째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고, 교육과 문화 등 인프라 부족도 문제입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2000년대부터 청년인구 유출이 빠르게 증가하다가 2010년 중반 줄었는데,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구조를 보면 젊은 층이 많은 알라딘 램프형이었다가 점차 고령자가 많은 청자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베이비붐세대를 중심으로 고령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는 바뀌기 힘들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역에서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농업이나 축산업, 어업, 지방제조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관련 산업이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농어촌 면·리 지역은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인력의 주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만 겪는 현상은 아닙니다.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 20세기 초 이탈리아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다만, 우리는 수도권 집중화와 급격한 고령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는 것이지요. 결국 노동력 부족 문제는 향후에도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최근 지방으로 가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의미 있는 삶, 새로운 생활양식, 돈벌이 되는 일을 개척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청년들이 좌절하거나 기회 부족, 문화적 빈곤감, 외로움 등으로 인해 수도권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방으로 가는 청년들이 지방에서 성과를 내고 정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교수(이하 변창흠) 지방소멸 문제는 대한민국의 문제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서열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강남 3구로 대표되는 지역이 최상위를 차지하고 교육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권력, 심지어 삶의 가치마저도 위계화되어 있습니다. 상위의 모든 것은 수도권에 있고, 지방은 하위로 평가받으니 수도권으로, 서울로 몰리고 지방은 소멸위기를 겪습니다. 때문에 이 문제는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는 풀 수가 없습니다. 지방을 서울의 아류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지방소멸위험지수는 20세부터 39세까지의 여성인구를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로 나눈 비율로 측정합니다. 가임여성의 비율이 높을수록 소멸위험이 적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20세부터 출산이 가능하지도 않지만, 신체적으로 출산 가능한 인구의 비중이 지역의 활력을 나타낼 수도 없습니다. 지방에서 서울·수도권과 다른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인구를 몇 명 더 유입하는 수준의 고민을 넘어서, 정말로 다른 길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동안 지역을 살린다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설치하여 수많은 정책을 시행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정책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이 추진되면 현재의 지역불균형, 지방소멸, 저출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실패한 정책을 이름과 형태만 바꾼 채 반복하고 있습니다. 개별부처 수준의 대책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 근본적 전환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지역의 구체적 현실을 살피라

임주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두 문제를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적절한 상황인식이 아니라는 점, 이민과 청년 문제에 대해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 개별부처의 수준을 넘어선 근본적 전환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덧붙이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변창흠 배 원장님께서 청년들의 인구이동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수도권 인구유입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2002년에 21만 명으로 최고수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순유출을 기록합니다. 그러다가 2017년부터 다시 순유입으로 전환하여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습니다. 수도권 인구유입이 멈췄던 시기는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혁신도시와 같은 지역균형 발전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특별한 정책이 없다면 수도권 인구집중 추세는 바꾸기 힘들다고 봅니다.

박진도 우리가 흔히 서울과 지방을 비교하면서 혹은 도시와 농촌을 비교하면서 서울(도시)에는 뭐가 있는데 지방(농촌)에는 뭐가 없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지방이 서울에 비해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현저하게 낙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인데, 이것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지방이 모두 서울이 될 수도 없으니, 균형발전이 지방(농촌)이 서울(도시) 따라하기가 되어서는 가망이 없습니다. 지방이 가진 경쟁력과 매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물론 농어촌 지역의 경우 생활인프라가 현저하게 낙후하여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간단한 생필품 하나 사기 위해서도 읍이나 면 소재지에 나가야 하는데, 교통이 불편해서 이마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균형의 좁은 의미는 국민이 어디에 살든 국가가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균형의 적극적 의미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균형은 영어로 밸런스(Balance)라고도 하고 이퀄리브리엄(Equilibrium)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후자의 의미를 중시하는데, 이퀄리브리엄은 물리학이나 경제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개념으로, 회복력 혹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마치 오뚜기가 외부의 충격에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힘이 있듯이, 균형발전이란 각 지역의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력을 키울 수 있는 내발적 발전이 중요합니다.

▲ 배규식 희망제작소 이사

배규식 도시로의 인구집중이 세계적인 추세이긴 합니다. 분권화가 잘된 독일도 베를린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데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시로의 인구집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처럼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은 매우 특이한 상황입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임금을 비교해 보면, 제조업 분야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전체 취업자의 83%가 고용되어 있는 서비스업 분야는 현격히 차이가 납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입니다.

한편으로 도시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충남을 사례로 살펴보면 금산군, 계룡군, 논산시에서 활동하는 젊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교육, 문화, 생활공간 등의 이유로 대전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젊은 층의 도시 이주를 막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듯합니다. 젊은 층을 위해서는 직장과 생활공간이 분리되는 측면은 인정하는 권역별 접근도 고려해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창흠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합니다. 균형발전이라고 하면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 ‘인위적인 나눠먹기’라며 비판합니다. 이명박정부는 법률과 정책에서 ‘균형’이라는 용어를 빼고 ‘지역발전’이라는 명칭으로 바꿨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하여 지방시대위원회로 변경하는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 현실이 ‘균형’을 빼고 시장에 맡길 수 있는 것인가? 라고 반문해 보면, 지역균형발전은 여전히 필요한 가치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어떤 균형이어야 하는가? 먼저 광역권으로서 수도권과 지방광역경제권 간의 균형발전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광역대도시권 내에서 선순환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다음에 광역경제권 내 소지역생활권 간의 균형을 고민해야 합니다. 대도시 중심의 광역경제권은 공공기관, 기업, 지방대학, 연구소 등이 함께 결합해서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인프라 등이 자족가능한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1차목표가 되어야 하고, 그다음에 권역별 내 소지역생활권 균형, 동 단위 균형, 마을 단위 균형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균형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이런 공간적 우선순위 개념이 없기 때문에 국가도, 시장·군수도, 이장도 모두가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며 각축을 벌이다 보니 지역불균형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균형발전의 공간 단위에 대한 인식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균형발전에 ‘지역’은 없었다

임주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두 번째 논의주제인 국가균형발전정책으로 넘어갔습니다. 균형발전을 둘러싸고 다양한 입장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정부 정책의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 계속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배규식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는 협동조합의 도시, 중소기업 혁신클러스터 도시로 유명한 곳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좌파정부가 집권했던 곳인데, 당시 보수가 집권한 중앙정부와의 차별화에 집중하면서 독자적인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이탈리아에서도 유명한 지역성공모델이 되어 잘 사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각 지역이 가진 소재, 산업 생태계, 분업 등을 활용하여 지역에 업종별로 전문화된 소기업들이 연합한 산업지구(Industrial Districts)를 만들어 대량생산이 지배적인 모델이 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대에도 대안적인 생산모델이 된 바가 있습니다. 우리도 균형발전을 고려할 때 국가적 차원에서 자원의 배분에만 집중하지 말고 지역이 스스로 힘을 키워서 선순환할 수 있는 역량강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로 알려진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11곳을 살펴보았는데, 지방정부 중심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본 몇 안 되는 사례입니다. 중앙정부가 구상하고 지방정부가 실행만 하는 구조로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 다양성을 살린 정책이 나오기 어렵지요. 지방이 스스로 사업을 구상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진도 마강래 교수가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분권이 나라를 망친다>라는 책들을 썼는데, 핵심은 모든 지방도시를 살릴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대도시 광역으로 행정을 통합하고 광역 대도시 중심으로 지역을 살리자는 이야기인데요. 이런 압축과 네트워크화를 통한 균형발전이 실제 가능한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사실 광역경제권은 참여정부에서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을 수정할 때 나왔고, 이명박 정부에서 5+2 광역경제권 계획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최근 광역경제권의 일환으로 ‘부울경 모델’이 제시되었지요. 이 모델은 일본 간사이 광역연합모델을 참고했는데, 일본에서도 이게 실제 작동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결국 SOC만 남고 실체가 없을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광역경제권이라고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모델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구가 일정 규모가 되면 경제가 선순환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환상 아닌가, 마찬가지로 광역도시권 내 거점을 만들고 주변과 협력하는 네트워크라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의구심이 듭니다. 저는 균형이라고 하는 것을 자꾸 중앙정부 중심으로 획일적 기준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각 지방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고 지속가능성, 회복력을 키우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봅니다.

* [신년좌담] 인구감소 지방소멸 시대, 지방정부 생존법②로 이어집니다.
* 본 글은 좌담의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희망제작소가 발행하는 <목민광장 23호>에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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