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남] 시장님, 이런 게 ‘뉴타운’ 입니다

박용남의 도시 되살림 이야기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꿈꾸는 뉴타운


일본의 타마 뉴타운은 동경도의 행정권역에 속해 있는 타마시, 하찌오지시, 이나기시, 그리고 마치다시의 4개 시역의 일부로 구성되어 있다. 타마 신도시 건설사업은 총면적 약 2,980ha에 계획인구 30만 이상의 도시를 건설할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신도시 건설사업은 수도권의 집중을 억제함과 동시에 모도시 주변의 무질서한 도시개발과 무분별한 확산을 계획적으로 조절하면서 ‘풍부한 자연과 다양한 도시기능이 조화된 활기찬 거리와 환경친화적인 주거단지의 건설’을 기본방침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1965년에 결정된 신주택시가지개발사업에 따라 전체구역은 중학교 1개소와 초등학교 2개소를 기본단위로 하면서 구역내 주요 간선도로로 구획되는 모두 21개 주구(住區: residential area)로 나누어 개발이 진행되어 왔다. 각 주구에는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없도록 상업시설을 분산배치했고, 주구가 서너 개씩 합해진 지구(地區: sub-district)마다 지구센터와 병원, 그리고 공원 등을 계획적으로 입지시켰다.

또한 타마 뉴타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뉴타운센터가 타마 중앙역(10주구와 18주구 사이에 위치) 근처에 조성되었고 대형상점과 문화시설, 그리고 관공서 시설 등이 밀집되어 있다. 이외에도 각 주구마다 아동관과 보육소 등 복지시설을 설치하고, 주구 내에 내과, 소아과, 치과 등 의료시설을 입지시켰으며, 지구마다 외과, 산부인과, 안과 등의 진료소를 개설하여 주민들이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_1C|1031987228.bmp|width=”550″ height=”36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타마센터의 역전 보행데크 ⓒ 박용남_##]하수도는 빗물과 오수(汚水)를 분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빗물은 우수관을 통해 하천으로 방류하고 있지만, 오수는 오수관을 통해 타마천 인근에 설치된 미나미타마 처리장에 모아 이를 처리한 뒤에 하천으로 방류하고 있다. 여기에다 쓰레기의 진공집진(眞空集塵), 지역냉난방, 중수도(中水道) 등 환경친화적인 기반시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또한 타마 뉴타운에는 공원과 녹지 분야는 물론 광장과 보행자를 배려하는 다양한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어 인간과 자연이 완전히 공생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뉴타운 개발 이전에 존재했던 싱그러운 자연과 풍부한 녹지공간을 가능한 한 원형 그대로 유지한다는 원칙 아래 공원을 배치하고, 자연식생과 조화되는 택지조성이나 경사지를 활용하는 주택의 건설 등을 통해 자연생태계의 훼손을 최소화시키면서도 ‘자연이 풍부한 생활공간’을 창조하고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공원이나 서비스시설을 주민, 특히 보행자가 자동차와 교차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완벽한 보행자 전용도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차도 위로 단지와 단지, 동과 동을 잇는 보행자전용도로를 설치해 이동거리를 축소하고 보행과 차량 통행을 철저히 분리시키는 공중보도 시스템은 타마 뉴타운을 상징하는 아주 흥미로운 아이콘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다.

손님에서 주인이 된 주민들

타마 뉴타운에는 10개 이상의 철도역이 있는데,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도쿄의 중심부인 신주쿠역과 직접 연결되는 케이오 사가미하라(Keio Sagamihara Line)와 오다큐 타마 선(Odakyu Tama Line)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밖에도 JR 남부 선(JR Nambu Line)과 타마토시 모노레일 선(Tama Toshi Monorail Line)이 연결되어 타마 뉴타운은 철도에 의한 대중교통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다.

차 없는 개발(Car-Free Development)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국제사회에 널리 정평이 나있는 타마 뉴타운은 녹색교통과 대중교통이 유기적으로 잘 발달된 지속가능한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신도시 건설사업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점에서 교훈과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사업을 우선 여기서 2가지 정도만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타마 뉴타운의 제15주구를 일컫는 벨-콜린 미나미오사와(Belle-Colline 南大澤) 단지는 일본에서는 최초로 프랑스에서 활용되던 지구건축가 제도를 모방한 총괄건축가(MA: Master Architect) 제도를 도입해 구릉지를 모범적인 주거단지로 개발해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주요 사업 영역과 도시개발 직능을 합친 것과 비슷한 일본의 ‘주택ㆍ도시정비공단(현재의 도시기반정비공단)’이 공개적으로 대내외에 자랑하는 선도사업이기도 하다.

타마 뉴타운의 서부지역에 위치한 이 주거단지는 자연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녹지가 풍부한 주거ㆍ환경을 조성했으며, 문화유산의 보호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또한 주택ㆍ도시정비공단이 1981년 설립된 이래 오랜 세월동안 축적했던 모든 설계기술과 기법을 총동원하여 21세기를 바라보는 모범적인 집합주택단지를 실험적으로 건설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일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부응키 위한 2세대 동거형 주호나 새로운 수요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프리 플랜(Free Plan)이나 알파-룸(α-room)-보행도로에 접한 단위주택의 1층에 다양한 용도의 공간을 배치해 보행자들과의 만남을 유도하는 독립실을 말함- 그리고 가로형주택이나 중정형주택 등과 같은 새로운 단지구성방식을 채택해 일본의 집합주택에 신기원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가로광장과 보행자전용도, 인공적인 실개천, 아기자기하게 디자인되어 가로에 활력을 더해주는 시설물 등을 요소요소에 배치해 공동체 활동을 진작시키고,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주택공급과 대학유치를 통해 직주근접(職住近接) 개념을 실현시키기도 했다.

벨-콜린 미나미오사와 단지와는 달리 ‘자연과 이웃을 중시하는 나가이케 지구라는 의미’를 가진 N-City는 타마 뉴타운 중에서도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이다. 이곳은 생활과 직장, 휴식과 교육 기능 등 다기능 도시를 추구하는 타마 뉴타운 안에서 개발된 지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는 비교적 새 지구로 최근 새로운 주거모델로 급부상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_1C|1093227204.bmp|width=”550″ height=”35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타마 신도시의 중앙공원 ⓒ 박용남_##]N-City에는 도시재생 전문회사인 ‘어반 르네상스(Urban Renaissance)’가 토지를 매입한 후 직접 건설한 곳도 있고, 개발업체에 되팔아 건설한 곳도 있으며, 조합에서 직접 땅을 사들여 독자적으로 지은 코퍼레이티브주택 등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코퍼레이티브주택은 주민들이 완공된 집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곳에 집을 짓고 싶은 사람들이 그룹이나 커뮤니티, 조합 등을 만들고, 이들이 땅을 사서 공동체 구성원과 늘 함께 토의해가면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주거단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도시재생 전문회사 또한 유기채소와 화초 등을 키울 수 있는 동네정원을 포함하는 다목적광장과 클럽 하우스 등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 공간은 주민들이 회비를 거둬서 직접 관리하는데, 코퍼레이티브 구성원들 간의 친목도모 뿐 아니라 다양한 주민행사를 여는 공동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N-City의 코퍼레이티브주택은 개발과 이익의 논리에 밀려 도시의 주인이 아닌 손님으로 살아온 도시민들이 이제 스스로 주체가 되어 내 집 만들기와 우리 마을 가꾸기를 통해 타마 뉴타운을 환경도시로 완성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타마 뉴타운의 딜레마에서 배운다

타마 뉴타운은 국토해양부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해 온 판교 신도시를 비롯해 국내의 대다수 신도시 개발사업의 모델도시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40여년의 장구한 개발 역사를 경험하면서 타마 뉴타운은 외형적인 성공과는 달리 최근 들어 커다란 딜레마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약 20만 명이 거주하는 타마 뉴타운은 1971년 입주가 시작되어 현재 대규모 주택단지 대부분이 노후화됐고, 입주시에 육아 세대였던 주민도 고령화되어 최근 10년간 65세 이상 주민 수가 약 20배 이상이 증가했다. 또한 저출산으로 인해 초ㆍ중교 6개가 폐교됐고, 약 4만 가구의 공공 임대주택이 재건축 시점에 이르는 등 도시재생의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또  2001년 지가가 최대로 하락한 이후에 일본의 개발정책이 외곽에서 도심으로 회귀하면서 도쿄의 핵심지구로 꼽히는 미나토구에 위치한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 등의 도심개발이 완성되자 타마 뉴타운 등 도쿄의 외곽에 위치한 신도시들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국내의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타마 뉴타운은 요즘 들어 고령화된 주민이 일할 수 있게 폐교 등의 유휴시설을 비즈니스나 창업 지원의 거점으로 바꾸는 등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 글은 현대제철 사보 <푸른연금술사>에도 게재된 원고입니다. 지식공유를 허락해주신 박용남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글_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2001년 ‘꿈의 생태도시 꾸리찌바’ 를 소개하면서 꾸리찌바 박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 후 여러 곳에서 기고와 강연을 통해 신도시 건설에 집착하는 우리 도시 재생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그는 자동차와 건설에 치우친 도시재생의 개념을 사람을 중심에 두는 개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를 비롯한 해외 도시들의 참다운 도시 재생사례를 수집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계도시라이브러리는 우리 지역과 도시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는 희망제작소의 프로젝트로서 국내외 전문가, 공공리더, 해외동포, 일반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집니다.
2009년 세계도시라이브러리는 주로 참다운 도시재생에 관한 사례를 모아 소개할 계획입니다. 도시의 속성상 끊임없이 제기되는 교통, 쓰레기, 주거 등의 문제를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방안으로 풀어가는 생생한 사례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박용남의 도시 되살림 이야기는  앞으로 여섯번에 걸쳐 매주 1회 연재될 계획입니다.  이 글은 세계도시라이브러리 블로그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세계 도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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