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가 광주 동구에 기부하고 싶은 이유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하 고향사랑기부제)이 시행된 지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다양한 답례품을 제공하고 주요 거점을 활용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어느 지역은 벌써 몇억을 모았다느니 등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하지만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이 제도가 제 역할을 온전히 하고 있느냐, 아니,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전망을 하자면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다.

○○,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 1억 원 돌파!!”

“AA기업 대표, □□군에 고향사랑기부금 500만 원 전달

△△군 출신 배우 홍길동, 고향사랑기부금 500만 원 기탁

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된 소식은 상기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한 홍보 채널의 제약이 있다 보니, 지자체는 전통적인 홍보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제도를 알리는 브로셔를 만들고, 서울역과 용산역 등 유동인구가 몰리는 지역에 전광판 광고를 내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감성적인 영상을 내보내는 곳도 존재한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에 어떤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례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6개월여라는 짧은 시행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그 누구 하나 과감하게 뛰쳐나오거나 뛰쳐나오려는 시도를 충분히 하지 않는다.

이는 중앙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에서 일부 비롯되었다. 제도 초기부터 행정안전부로 대표되는 중앙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자체의 지방위기 대응을 위한 무기로 온전히 활용될 수 있도록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존 행정활동 홍보 방식의 답습을 야기했고, 일원화된 고향사랑기부를 위한 플랫폼은 제도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기는커녕 잦은 시스템 오류와 직관적이지 못한 구조로 마음먹고 기부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마저 혀를 내두르게 했다.

기금사업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모금한 고향사랑기부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률상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ㆍ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ㆍ예술ㆍ보건 등의 증진,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 등에 사용하도록 되어있어, 사실상 지자체에서 주민을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정책, 사업에 기부금을 활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고향사랑e음(https://www.ilovegohyang.go.kr/) 플랫폼을 개편하여 기금사업을 둘러볼 수 있는 코너가 신설되었지만, 직관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상세페이지를 클릭하여 들어가면 상기 나열한 법률상의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것이고, 2023년에는 전액 적립하겠다고 업로드 해놓은 지자체가 대다수이다.

변화의 움직임. 혁신 지자체와 민간의 결합

일본에선 다양한 고향납세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개설하기도 하고, 많은 시민이 활용하는 플랫폼은 민간이 운영한다. ㈜트러스트뱅크가 운영하는 “후루사토초이스”는 일본 고향납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우리네 플랫폼과 닮았지만 다른 부분은 역시 시민이 지자체의 사업을 보고 바로 기부를 선택할 수 있는 “거버먼트 크라우드 펀딩”(GCF, Government Crowd Funding)이다.

▲야마나시현(山梨県) 기타쓰루군(北都留郡) 다바야마촌(丹波山村)은 후루사토초이스 플랫폼을 통해 이주민을 위해 빈집 등 주택정비 사업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후루사토초이스, 검색일: 2023.08.01.)

“마을만들기”, “어린이ㆍ교육”, “음식”, “관광”, “신산업”, “건강ㆍ복지”, “전통”, “재해”, “동물”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기금사업들이 존재하고, 지자체별로 기금사업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지역에 기부를 할 것인지 명확지 않더라도 사업만 보고도 기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단순한 기능보다 내가 기부한 기부금이, 그 기부금으로 조성된 지역의 새로운 예산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를 내 손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세금의 사용처와 효과를 내 손으로 선택할 수 있으니 기부자의 체감도와 참여도는 지속해서 상승할 수 있다. 현행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는 이와 같은 기부는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자체의 기금사업 정보 자체가 충분히 제공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광주광역시 동구와 민간단체의 새로운 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는 사회적기업인 ㈜공감만세와 협력하여 기금을 중심으로 한 고향사랑기부에 나섰다. ㈜공감만세가 구축한 “위기브” 플랫폼을 통해, “광주극장의 100년 꿈을 응원해주세요”, “발달장애 청소년 E.T야구단에게 희망이 되어주세요”라는 지정기부를 시작한 것이다.

이 중 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광주극장”의 재생이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필자 역시 오랜 기간 지역의 오랜 문화공간이었던 광주극장을 애용했다. 중학생이었을 무렵 처음으로 친구와 함께 야구를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를 본 기억도 생생하다. 삼촌 손을 잡고 송강호 배우가 출연했던 영화를 보러 간 기억도 바로 떠오른다. 광주극장과 함께 충장로에 있었던 태평극장도 떠오른다. 지자체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만 보고도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와 함께 응원의 마음이 샘솟는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비단 해당 지역 출향민만을 타겟으로 한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초기 지자체가 주 타겟으로 하고 있는 대상자들은 역시 출향민들일 수밖에 없다. 법률 이름 자체가 ‘고향사랑’이다 보니 제도가 온전히 안착하기 전까지 이러한 전략은 지속될 가능성 역시 크다. 그렇다면 광주광역시 동구와 ㈜공감만세의 도전은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이고, 비단 개인적 경험이긴 하나 충분히 와 닿았다.

사실 위기브 플랫폼은 제도 시행과 함께 오픈하였지만, 제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조치로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해당 플랫폼에 들어가 보면 1월에 이미 광주광역시 동구와 같은 시도를 했던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의 지정기부 사업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양구군은 위기브 플랫폼을 통한 지정기부 모금은 중단한 상태이다. 중앙정부의 준비보다 앞서갔던 지자체와 민간의 공동노력을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는커녕 가로막은 것이다.

물론 몇몇 지자체의 새로운 시도와 위기브와 같은 플랫폼의 존재가 고향사랑기부제의 성패를 좌우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방위기 대응을 위한 주요한 무기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지자체 등의 노력은 새로운 변화의 물꼬가 되어줄 것이 자명하다. 중앙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를 우리가 왜 시행하고 있는지, 지역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장에 있다는 것은 상기해내길 바란다.

▲광주광역시 동구는 지역 문화공간인 광주극장을 재생하기 위한 지정기부 모금을 시작했다. (출처: 위기브, 검색일: 2023.08.01.)

글 박지호 전환정책센터 연구원 jh@makehope.org

*편집자 주: 한국사회 의제에 대한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칼럼으로 전합니다. 토론 거리이자 변화의 소재로 활용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