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골라서 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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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해외평생학습동향 ⑫ 공부, 골라서 하는 재미가 있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평생학습 관련 동향과 사례, 단체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대안교육운동부터 각 나라의 평생학습 정책을 대표하는 단체와 프로그램까지. 정해진 틀은 없다. 각 나라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우리의 평생학습 체계와 내용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기대할 뿐이다. 이번 호부터는 유럽을 넘어 아메리카 대륙, 미국으로 가보자. 미국은 경제, 사회, 복지제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의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입학사정관제 같은 대학제도부터 대안교육까지 교육부분에서도 미국의 많은 사례와 제도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녹아들고 있다.

‘와’에서는 미국의 다양한 교육제도 중 ‘커뮤니티 컬리지’를 직접 경험하고 활용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글쓴이는 미국 유학생으로 커뮤니티 컬리지를 통해 필요하고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글쓴이와 글쓴이 주변 친구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또 한번의 기회를 주는 평생학습의 핵심, ‘커뮤니티 컬리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모든 것을 가르쳐 드립니다

“사람들은 커뮤니티 컬리지에 대해 백화점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내가 다닌 MHCC의 프로그램을 한번 보자. ‘도대체 안 가르치는 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커뮤니티 컬리지의 프로그램은 대개 세 가지 트랙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아카데믹한 것, 또 하나는 기술적인 것, 그리고 마지막은 그 둘의 중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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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HCC 카탈로그 (세부 교육내용 보기)


아카데믹한 프로그램의 경우 많은 이들이 4년제 종합대학에 들어가기 전 학점 이수 과정으로 많이 이용한다. 그 이유는 커뮤니티 컬리지가 공적 재정으로 운영되므로 학비가 굉장히 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레곤 주민의 경우 MHCC의 학비는 1학점 당 97.75불로 오레곤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틀랜드에 있는 4년제 종합대학 포틀랜드 주립대학(Portland State University, PSU)의 1학점 당 142불보다 44불이 싸다¹. 그래서 정말 집에 돈이 너무 많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많은 경우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최대)2년 동안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고 4년제 대학으로 옮겨간다. 컬럼비아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다고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도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처음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지 않는가.

1. 커뮤니티 컬리지를 비록해 주립 대학은 주(州 ,state) 재정으로 운영된다. 주 재정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확보되므로, 주민이 주립 학교를 들어갈 경우 학비는 타 주에 살거나 외국 학생에 비해 훨씬 싸다. MHCC의 경우 타 주에 사는 학생의 학비는 한 학점 당 216.75불, PSU는 480불이다. 외국 학생은 그보다 30불 정도 더 비싸다.

또 하나의 트랙은 기술을 습득하고 연마하는 것이다. MHCC의 프로그램에는 자동차 정비술에 대한 프로그램도 있고, 포틀랜드와 그 주변 지역을 커버하는 대중교통인 Trimet 정비기술에 대한 프로그램도 있다. 또 도제 프로그램이라 하여 산학협력과 같이 특정 기업과 연계하여 학교와 기업이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에 해당 기업에 취업도 가능하다. 이러한 직업 교육 프로그램은 학업 기간에 따라 학위 과정 (2년제, Associate degree)와 자격증 (1년제, Certificate)으로 나뉜다. 수업은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열리기 때문에 체력만 받쳐준다면 주경야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지막 트랙으로 이름에 ‘커뮤니티’를 달고 있는 만큼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역시 가지고 있다. 컴퓨터 교육은 물론이고, 소기업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 우리에게 익숙한 댄스, 요가, 기타 등의 취미 교육도 물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취미 교육의 경우 그 성격이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되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DIY-Do it yourself, 즉 뭔가 스스로 만들고 고치는 것에 대한 교육이 많다는 것이다. 기타 교습은 어디에나 있지만 기타를 만드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그래서 기타를 만드는 강좌는 나에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자동차 정비 교육은 포드, GM, 도요타 등 브랜드 별로 나뉘어져 있고, 디지털 카메라 강좌도 캐논 따로 니콘 따로 한다. 요가, 필라테스, 태권도 같은 생활체육 수업은 학점 인정이 되는 과목들이어서 학생들도 많이 듣는데, 이런 수업들은 학생들과 지역 주민, 다양한 연령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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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HCC 학교 입구. 문턱만 낮을 뿐 아니라, 교문도 담장도 없다. 모두에게 열린 커뮤니티 컬리지. 저 멀리 보이는 눈 덮힌 산이 후드산이다.


한국에 계신 나의 어머니는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문화센터, 주민자치센터, 기타 평생학습기관에서는 생물학 강좌를 열지 않았고, 엄마가 생물학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은 대학이 아니고선 찾기 힘들었다. 막연하게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문화센터의 강좌는 너무 가볍고,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는 원하는 강좌를 찾기 어렵고, 대학교의 강좌는 진입 장벽부터 너무 높다. 무슨무슨 연구소 혹은 무슨무슨 아카데미에서 하는 강좌들은 너무 학술적이지 않는가. 수능을 보지 않아도 대학교 수준의 강좌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게 생물학이 됐든, 종교학이 됐든 너무 가볍지 않고, 시작 자체가 너무 어렵지 않은 그런 곳에서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과정이 있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더욱이 취미로, 재미있어 시작한 공부가 학점으로 쌓여 나중에 학위까지 받을 수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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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HCC 튜터링 센터 풍경 (출처 : http://www.mhcc.edu/news.aspx?id=3095)


커뮤니티 컬리지는 교육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은퇴한 시니어나 임신, 출산,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된 고학력 여성들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되기도 한다. MHCC의 튜터링 센터²(tutoring center)에는 머리가 하얗게 샌 물리 튜터, 케빈 할아버지가 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박사님을 닮은 그는 내가 들고 간 모든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주었다. 여러 차례 도움을 받으면서도 왜 튜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했는데, 여하튼 그의 탁월한 물리학 지식이 커뮤니티 컬리지를 통해 순환될 수 있어 기쁠 따름이다. MHCC에서의 마지막 학기에 나는 문법 수업을 들었다. 담당 선생님은 남편을 따라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경력 단절이 되었는데, 아이들이 웬만큼 자라자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작문 튜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글을 쓰고, 글을 고치고, 문법을 설명하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닫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 MHCC에서 작문 교수로 일하고 있다. 커뮤니티 컬리지는 이처럼 숨어 있는 지식과 자원, 능력을 순환시킨다. 지역 사회 안에 있지만 지역주민의 도서관 출입마저 불허하는 한국의 대학, 높다란 담장과 커다란 교문으로 자신만의 울타리를 지키는 한국의 대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 튜터링 제도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돕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일정 정도의 학점 평균을 유지하면 튜터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들은 시간당 꽤 높은 돈을 학교로부터 받으며 정해진 시간 일을 한다. 이들에게 부과된 업무는 동료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 함께 문제를 풀거나,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튜터를 하는 학생들에겐 훌륭한 아르바이트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공짜 과외 수업이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자격을 충족한다면 튜터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짧은 시간을 살면서, 다른 건 몰라도 꼭 하나 한국으로 옮겨가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커뮤니티 컬리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스템, 언제나 그렇듯 ‘달콤한 열매’는 어느 누구도 보장하지 못하지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것만으로 이 제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_ 김이혜연 (전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 연구원, National College of Natural Medicine 재학 중)

* 해외평생학습동향 연재 목록
1) 영국에 부는 대안교육의 바람
2) 영국의 평생학습 생태계, 그 비밀을 캐다
3) 누구나 배우며, 누구나 가르치는 대학
4) 개인적 학습을 넘어 사회적 학습으로
5) 시민참여교육, 투 트랙(Two Track)이 필요하다
6) 여유만만 독일 시민들은 공부 중
7) 함께하는 정치교육, 국가는 거들 뿐
8) 독일의 교육안전망 ‘시민대학’
9) 닮은 듯 다른 평생학습지원제도
10) 함께 살며 서로 배우는 독일 시민들
11) 문턱 없는 마을학교 ‘커뮤니티 컬리지’
12) 공부, 골라서 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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