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 건강한 치아, 건강한 마음, 건강한 세상 –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한 TV프로그램이 ‘최고의 공포와 긴장의 순간’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치과’가 당당히(?) 5위를 차지했다. 이 아픈 건 참아도 치과는 도저히 가기 두렵다는 사람도 있으니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무서운 치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예 치과에 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앓던 이를 뽑는’ 행운이 모두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나 저소득층, 외국인 노동자 등은 치과 의료 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치과 치료의 특성상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시술이 많은 뿐더러, 보험 적용이 된다 하더라도 치과 진료 비용은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다.

평범한 대학생인 리포터도 수십만 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수개월째 썩은 이를 방치해두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건강불평등’의 사회를 바꿔보고자 하는 독특한 치과 의사들이 있다. 바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다.

[##_1C|1052369679.jpg|width=”300″ height=”222″ alt=”?”|▲10일 광화문, 바람에 휘날리는 건치의 깃발_##]6월 항쟁과 함께, “우리도 뭔가 해야겠지?”

87년 6월의 거리는 뜨거웠다. 호헌 철폐를 외치는 수많은 시민들의 외침이 광장을 채웠다. 날카롭게 날이 선 경찰의 방패는 시민들을 향했고 수천 명의 시민이 연행되어 갔다.

시민들은 분노했고, 분노의 불꽃이 그렇게 조금씩 민주주의를 밝혀나가던 시절이었다. 소용돌이 치는 역사 속에서 시대를 고민한 이들은 학생과 넥타이부대 뿐만이 아니었다.

여기 저기서 시민들이 다쳐 나가자 의사들이 흰 가운을 입고 광장을 함께 누볐다. 그런 움직임에서 바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가 시작되었다.

“당시 개원한 치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우리도 무언가 해야한다’고 느꼈던 거죠. 그들은 비밀리에 움직여 ‘청년치과의사회’의 전신인 ‘연세민주의사회’를 창립하게 됩니다.”

박상태 공동 대표는 선배 의사들이 어떻게 ‘건치’라는 치과 의사 단체를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후에 ‘청년치과의사회’는 ‘건치’로 다시 태어난다.

“정치와는 전혀 상관 없을 것처럼 보이는 그들이 벌인 이 사건(!)은 당시 언론에서도 주목할 만큼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고 합니다.”

‘건치’의 회원은 약 천오백 명으로 우리나라 치과의사 백명 중 다섯 명은 건치 회원이다.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값비싼 장비나 비용 등도 자발적인 회비로 감당하고 있다. 소득이 많은 만큼 그 소득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인술’로 꽃피운 평화

최근 ‘건치’가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베트남에서 벌이는 진료 봉사
사업이다. 왜 하필 베트남이었을까?

[##_1C|1010335098.jpg|width=”450″ height=”337″ alt=”?”|▲’건치’를 비롯한 베트남평화의료연대가 의료 봉사를 실천하는 베트남 따이선현의 중학생들이 밝게 웃고 있다_##]”99년인가 2000년 즈음에 ‘한겨레21’에서 베트남 전쟁과 양민 학살에 대한 문제를 거의 처음으로 제기했죠. 그 기사를 접한 우리는 전쟁의 명분을 떠나 민간 차원에서 사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치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지요. 그리고 그 고민을 이어 8년 전부터 베트남에서 진료 봉사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매년 베트남을 찾아가 머무르는 기간은 약 10일. 그 기간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낸다. 베트남 전쟁의 참혹함을 기록해놓은 평화 박물관을 견학하고, 희생자 비를 참배하는 것으로 베트남에서의 봉사는 시작된다.

‘따이선현’ 등 베트남 양민 학살 지역에 찾아가 무료 의료 봉사를 펼치는 것은 물론 베트남의 시민 단체들과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한다. 베트남의 대학생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학생교류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쟁이 남긴 상처로 인해 베트남 주민들이 봉사단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한 해, 두 해 지날 수록 그들도 마음을 열고 함께 하는 행사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의사들이 베트남 땅에 평화를 심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건치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외 활동은 바로 북한에 대한 의료 지원이다. 어깨동무, 겨레하나 등 대북 지원 단체와 결합하여 초기에는 두유, 빵 공장 건설 등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치과병원을 설립하는 등 독자적인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기들만 지원하는 형태였죠. 그러나 북한 의료 사정이 우리나라 60년대 수준으로 워낙 열악하고, 또한 전기, 수도 등의 문제까지 있어서 기기 지원 만으로는 안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세미나나 학술교류까지 실시하고 있죠. 장비 사용법이나 의료 기술 등의 교류를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지 우리가 지원한 장비들도 제대로 쓰일 수가 있죠.”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이 밖에도 건치가 하고 있는 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각 지역별로 특색에 맞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고, 보건 제도나 시설에 대해 꾸준하게 정책적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진료 시스템의 정착”이라고 박대표는 말한다.

정부가 의료 보장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건치가 지향하는 ‘건강사회’로 가는 길은 험난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건치는 실천 가능한 방안을 중심으로 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아동주치의 제도, 스케일링 보험화, 노인 틀니 보험화 등이 그 구체적 방안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치아보건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예방’이다. 치아건강은 비교적 예방이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예방’에 관한 사항은 전무한 실정이다.

충치예방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돗물 불소화 정책마저도 제대로 논의가 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건치의 노력으로 건립,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치과병원은 예산과 인력의 부족으로 의사와 환자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의료선진화 방안’이 가져올 보장의 약화는 건치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건치 서울 경기 지부에서 제작한 뮤직 비디오 한 편을 발견했다. 제목은 ‘Six-Nine Blues’. 서경 지부의 임종환 임원이 치아의 날을 기념하여 직접 만든 랩 음악이다.

힙합 리듬의 이 노래는 정부의 의료법 개정, 의료 산업화 등 국민의 건강권과는 반대로 향하는 정책과 값비싼 치과 비용 등을 꼬집고 있다.

아직까지 ‘건강한 사회’는 가깝지 않아 보인다.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이 많음을 느낀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우리의 치아는, 우리의 신체는 건강할 권리가 있다. 건강사회를 위해 더욱 열심히 달려나가는 ‘특별한’ 치과의사들에 응원을 보낸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홈페이지 http://www.gunchi.org/
주소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동 60-24 월드메르디앙 벤쳐센터 1차 1111호
전화 02) 588 – 6944, 6977
팩스 02) 588 – 6943

[글_고정은/해피리포터, 사진_건치신문 http://www.gunchinews.com]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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