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관광산업으로 ‘청년U턴’ 고속도로 뚫을 것

다산 정약용 선생은 백성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목민관이 가장 어렵고 무거운 직책이라고 했습니다. 시민의 일상을 살피고 지원하는 지방정부 단체장은 우리시대 목민관입니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지역불균형 문제가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오늘, 시민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며 지역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고 출범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어려운 시대를 지혜롭게 돌파하는 우리시대 목민관들을 만나 고민과 해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시대 목민관 – 공영민 전남 고흥군수

2021년 지방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을 살펴보면, 경북 군위군, 경북 의성군, 전남 고흥군 등의 순서였습니다. 한때 23만4,000명에 이르던 고흥군민의 숫자는 2022년 7월 말 기준 6만2,387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고흥군의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42.8%에 이릅니다.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군위군에서는 아예 군위가 대구광역시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고, 의성군은 ‘이웃사촌시범마을’ 등 독자적 지역 재생전략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험순위 세 번째 지역으로 지목된 고흥군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급격한 인구감소 위기를 맞아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 공영민 고흥군수를 만났습니다.

▲ 공영민 전남 고흥군수

민선 8기 비전으로 ‘10년 후 고흥인구 10만의 기반 구축’을 세우셨습니다. 인구문제를 지역혁신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제시하신 셈입니다.

고령화는 어떤 지역이 장수 지역이라는 말도 됩니다. 고흥은 숲이 많고 바다를 끼고 있어, 공기가 청정하고 바다와 뭍에서 나는 물산이 풍부합니다. 고흥에서는 90세 이하의 연세에 돌아가시면 상가에서 웃지도 못한다고들 합니다. 저는 고령화보다는 2030 세대들이 고향을 떠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청년들을 뺏어오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지역청년들이 고흥을 떠나지 않게, 그리고 떠났던 젊은이들이 지역으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10년 후 고흥인구 10만의 기반 구축’을 위해 당장 시급한 부분들을 짚어주신다면.

먼저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광주에서 고흥을 거쳐 나로도우주센터로 가는 고속도로가 계획되어 있는데, 이게 실현되면 고흥에서 광주까지 40여 분 정도면 갈 수 있게 됩니다. 젊은 사람들이 고흥에서 광주에서 출퇴근도 할 수 있고, 이른바 ‘5도2촌’(주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산어촌에서 생활)도 가능해지죠. 다음으로 젊은이들이 고흥에 와서 먹고 살 걱정이 없도록 양질의 일자리 많이 만들고,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관광 활성화를 통해 인구증가를 모색해야 합니다.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소개해 주십시오.

뉴스로 보셨을 텐데, 최근 고흥 나로도우주센터에서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죠. 발사체 관련 우주산업 클러스터가 예정돼 있는데, 고흥에는 발사체 관련해 3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발사체 관련 산업클러스터가 만들어지고, 관련 산업단지와 함께 우주발사체 산업클러스터에 포함되어 있는 우주발사체 사이언스 콤플렉스(ComPlex)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겁니다. 대한민국 최고 수준으로 우주환경을 모사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입니다. 예컨대, 지역 내 고등학교에서 우주 관련 특성화 교육과정이 개설될 경우 졸업 뒤 관련분야에 취업한 청년들이 고향에서 머무르게 되겠죠.

▲ 고흥군 드론쇼_고흥군 제공

다른 한편으론, 청년층의 귀농귀촌을 돕기 위해, ‘고흥에서 세 달 살아보기’ 등의 체험·교류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과 정착, 가업승계 등을 지원하는 ‘고흥청년 리턴고흥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청년층만큼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귀촌도 중요합니다. 이분들에게도 적절한 일거리를 제공해야 하고, 무엇보다 노년층이 필요성을 느끼는 응급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제주발전연구원장 등의 공직경험과 생애이력을 살펴보니, 인구과소화를 극복하는 지역발전의 대안으로 관광에 주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광객이 많이 오면 인구는 자동으로 늘어납니다. 제가 제주도에서 인구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본 경험이 있어요. 제주에 한동안 빈집이 많았습니다. 소액에도 안 팔리던 그 빈집들이 가수 이효리 씨가 제주살이를 하면서 엄청 인기를 끌게 됐죠. 올레길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올레길 한 코스마다 전통시장, 민속시장을 지나가게 하고 택배거점도 만들어뒀는데, 올레길을 걷던 관광객들이 시장에서 제주도 특색이 담긴 물건들을 사다가 선물을 부치고 다시 도보여행을 계속하게 됐죠. 제주도에서 60만 인구가 깨진다고 걱정할 때, 저는 올레길 개통, 외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등을 감안해 인구 80만 계획을 세워서 발표했습니다. 그때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고흥군 풍경_고흥군 제공

고흥은 바닷가 등에 풍광이 아름다운 명소들이 너무나 많고,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방문할 만한 우주센터가 있습니다. 데크길, 리조트, 골프장 등 관광인프라가 조금 더 갖춰진다면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어요. 고흥에는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보살핀 마르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의 자취가 남아있어 ‘봉사의 성지’가 될 만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여러 방안들은 힘있게 추진하되, 개별 시·군만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초 지방정부들 간의 유기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저는 시·군의 광역화에 찬성합니다. 지금 인구 2~3만 정도의 군 단위가 많고, 고흥도 한때 23만 인구가 6만으로 줄었죠. 기존 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하는 데 급급하기보단, 광역화해서 국가예산과 정책을 규모 있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중앙정부도 더 늦기 전에 실질적 권한이 주어진 ‘힘있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를 하루 속히 구성해 정부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한 종합적인 인구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출산, 육아, 청년, 주거, 일자리 등 모든 분야의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 인터뷰 및 정리: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자치분권팀
* 사진: 고흥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