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제2차 정기포럼 현장
경기 안양시, 충북 진천군, 경기 광명시, 서울 성동구 사례 발표
‘E(환경) S(사회) G(거버넌스)’는 기업경영에서만 중요한 화두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 지방 소별, 불평등 심화에 대응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지방정부들도 피할 수 없는 화두입니다. 지난 3월 30일 안양시 김중업건축박물관 교육관에서 ‘지속가능한 미래, ESG x 행정에서 찾다!’를 주제로 민선 8기 목민관클럽 제2차 정기포럼이 열렸습니다. 목민관클럽에 참여하는 31개 지방정부 단체장 가운데 11명이 참여해 ESG를 행정에 접목해온 시도와 성과를 나눴습니다.
안양시: 하수처리시설이 공원으로
안양새물공원에 가보셨나요? 축구장, 산책로 지하에 국내 최대 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습니다. 첨단 고도처리 시설이라 수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원래 하수처리시설은 지상에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지요. 첫 발제자로 나선 최대호 경기 안양시장은 안양시가 시도해본 ESG 행정 성공 사례로 이 공원을 소개했습니다.
두 번째 성공 사례는 안양천입니다. 안양천은 군포, 광명, 과천, 의왕, 안양 다섯 개 시를 관통합니다. 환경부가 수질오염 총량제를 도입하면서 5개 시 사이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안양천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 총량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를 두고 2년 동안 갈등이 이어집니다. 최 시장은 “2년간 15차례 공식협의하고 실무자간 소통을 300여 회 벌였다”며 “안양시에서 수질오염물질 발생량 산정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갈등을 해결했다”고 말했습니다. 5개 시는 안양천수질관리물량배분협약을 체결합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안양시를 오염총량관리부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안양시는 지난해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ESG 행복경제연구소로부터 ESG 최고등급을, 행안부 지자체 혁신 평가에서 6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았습니다.
최 시장은 “삶이 풍요로운 문화 녹색 도시를 만들겠다”며 “2030년까지 안양시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올해 말까지 분뇨처리장을 안양시에코센터로 리모델링해 기후변화 교육과 전시 체험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충북 진천군: 원목을 가열해 수소가스로 발전
“국가나 지자체의 존립 목적은 지역발전을 통해 주민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어 발제자로 나선 송기섭 충북 진천군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7년 진천은 외형적으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투자유치를 12조 원 했고, 일자리는 1만7000개 늘었습니다. 인구도 101개월째 연속 증가세입니다. 고용률은 75.1%로 전국 지자체 중 두 번째로 높습니다. 그런데 외형적 성장만큼 삶의 질도 개선됐을까요? 송 군수는 “민선 8기에는 내적, 정성적 발전에 치중하겠다”며 “결론은 ESG를 군정에 접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천군은 지난해 ESG 경영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했습니다. ESG 경영에 앞서가고 있는 대기업들과 MOU를 맺고 기업 사례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ESG 분야별 84개 사업을 잡은 종합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송 군수는 “이 계획을 바탕으로 임기 동안 4025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회복지 예산과 비슷한 수준으로 환경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CJ와 MOU를 체결해 올해 9월엔 원목을 가열해 수소가스를 생산해서 돌리는 발전소를 지을 계획입니다. 사회 부분(S)에서 키워드는 ‘상생도시’입니다. 송 군수는 “농촌지역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낀다”며 “기업에서 받은 세수를 농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거버넌스(G)의 키워드는 ‘포용도시’입니다. 송 군수는 “청렴도, 투명도, 공약 사업 이행률을 군민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광명시: “어렵다 ESG, 성공하려면 교육부터 차근차근”
“ESG 참 어렵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속가능 사회는 오랫동안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박승원 경기 광명시장은 발제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을 했는데 시민들은 재개발 재건축을 다 포함해 도시재생으로 이해하더군요. 개념에 대한 이해 차이 때문에 초반에 갈등을 정리하느라 힘들었습니다. 기업, 공공기관, 정부에서 생각하는 ESG가 조금씩 달라요. 교육부터 많이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광명시의 ESG 전략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닙니다. 2018년 지속가능발전팀을 만들고 수많은 토론을 거쳐 2년 뒤인 2020년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115개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ESG자문단을 구성해 의제들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혼났습니다. 매년 수정해 가자고 했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ESG 4대 전략을 추렸고, 그 전략을 바탕으로 ESG 6대 표준을 확립합니다. 6대 표준은 탄소중립, 순환경제, 사회적 경제, 평생학습, 포용돌봄, 자치분권입니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서 광명시에선 탄소포인트제를 운영합니다. 재활용품 분리수거 등 탄소를 줄이는 실천을 하면 포인트를 주고 이를 지역화폐로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시민 20%까지 탄소중립 교육을 확대해갈 계획입니다. ESG 친환경 스타트업 육성 사업에서 광명시는 다른 방식으로 지원 스타트업을 선정합니다.
“ESG 교육을 10번 받아야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컨설팅을 받아가며 창업해야 합니다.” 광명자치대학에서는 기후에너지학과, 마을공동체학과, 사회적경제학과를 운영해 시민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케아, 기아자동차 등 기업과 ESG 네트워크를 강화했습니다. “전기차인 관용차를 평일엔 공무원이 쓰고 주말엔 시민들에게 빌려주고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E-ESG 지표 개발로 체계적 관리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경제가 없으면 도시는 이뤄질 수가 없다”며 E(경제)-ESG를 내세웁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E-ESG 지표를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함께 82개 지표를 개발해 체계적인 목표 설정과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E(경제)엔 도시재생을 통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이 포함됩니다. 성수동의 소셜벤처는 13개로 시작해 최근에 400개까지 늘었습니다. 환경 관련해서는 성수동에 유독 많은 커피숍의 참여를 독려해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재활용정거장도 운영합니다. 단독주택이나 기업에서는 재활용이 잘 안 되는데 재활용정거장에 자원관리사 225명을 배치해 분리배출을 돕습니다. 정 구청장은 “재활용 선별률이 2020년 55%에서 지난해 72%까지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문제 분야에서는 필수노동자 보험과 지원조례를 만들었습니다. 필수노동자는 일상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동자들인데요. 이 조례에 따라 방역마스크, 자가진단키트를 제공하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경력‘단절’여성을 경력‘보유’여성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해 여성의 취업과 재취업을 돕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주치의 제도는 UN에서 공공행정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거버넌스 분야에서 시민 참여를 끌어낸 사업 중 하나는 ‘스마트 안전 통학로 만들기’ 리빙랩입니다. 정 구청장은 “초등학생들이 메타버스로 들어와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SG 강력하고 일관된 정책 펼쳐야
사례 발표 뒤에 이창언 경주대 대학원 ESG 경영학과 학과장의 특강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주민과 지역적 맥락을 고려한 지표를 개발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측정 평가를 통해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며 “시장이나 군수가 바뀌더라도 일관된 정책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포럼을 마치며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은 “배워서 좋긴 한데 고민은 엄청나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함명준 강원 고성군수는 “지역 안에서 개발 욕구가 강해 환경 개념이 실종될 가능성도 있어 고민이 많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 정리: 김소민 시민이음본부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