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공공디자인, 가당치 않다

6기 소셜디자이너스쿨 현장 중계 ⑤

‘소셜 디자이너’라는 말을 들으면, 사회를 디자인한다는 게 너무나도 막연하게 다가옵니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마치 예술가, 디자이너가 하는 전문 분야의 일만 같습니다.

이번 소셜디자이너스쿨(SDS) 다섯 번째 강연은 공공디자인 사업을 진행하는 티팟 조주연 대표가 맡았습니다. 디자인이란 무엇이고, 사회를 디자인한다는 건 어떤 일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지요.

[##_1C|1357197392.jpg|width=”45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의 조주연 대표_##]
디자인은 결국 인간 대 인간의 소통입니다. IDEO라는 디자인 회사에서는 ‘소셜 인터액션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뜻합니다. 소셜인터렉션 디자이너는 사람, 환경, 기존의 도구 뿐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 권력의 역학관계, 문화적인 관습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디자인 작업이란 더욱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에 대한 문제입니다. 즉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행위를 독려하고 촉진하는 시스템인가, 적합한 문화적 언어와 사회적 제스처를 사용하고 있는가, 사용자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 상호작용하기를 원하는가 등의 문제인 것입니다. IDEO에서는 ‘사회적 인터액션 디자인 (Social Interaction Desig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간 대 컴퓨터, 그리고 인간 대 인간 간의 상호작용 모드를 위한 툴의 창조 작업을 표현한 것입니다.
– 젠트리 언더우드 (Gentry Underwood)

조주연 대표는 이러한 디자인의 관점에서 공공디자인 사업을 펼쳐갔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많은 산업분야에서 디자인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더이상 산업에 종속되는 하위 분야로서가 아니라, 사회를 기획하는, 사회를 바꾸는 확장된 개념으로서의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SDS에서 말하는 소셜 디자인 역시 이렇게 확장된 디자인의 주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조주연 대표가 말하는 기존 공공 디자인의 한계는 무엇일까요?

“가장 부족한 게 ‘자기 동기에 근거한 사업계획’입니다. 디자인에 ‘현장에서 발견한 현장성’이 부족합니다.”

조 대표가 강조하는 공공 디자인은 현장에 근거한 디자인입니다. 행정이란 것이 일반 시민의 생활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지역에 밀착한 디자인 사업은 행정과 시민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첫 단추는 발품팔기

티팟이 진행한 진안군 백운면의 원촌마을 사업 프로젝트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건 충실한 ‘자원 찾기’ 덕분입니다. 미리 내려가 있던 마을조사단 분들이 마을의 훌륭한 매개자 역할을 했는데요, 근 2년 동안 두꺼운 책 한 권을 펴낼 정도로 지역 연구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들이 제일 처음 한 일은 간판 달기 사업이었습니다. 소통의 기본은 잘 듣기! 그들은 마을 가게에 간판 하나를 달기 위해, 마을 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간판 문구나 가게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원촌마을의 간판은 자극적이고 현란한 도시의 간판과는 다릅니다. 간판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자기 생업에 평생을 종사한 주민들의 삶이 담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가 말하는 자원이란 사람, 이야기 그리고 지역의 문화인 셈입니다. 주변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 몇 개를 세우는 것이 지역 사업이 아니라, 지역 내부에 존재하는 자원들을 발굴하고, 그들 스스로가 변화와 발전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주민들과의 ‘소통’이고요.

티팟은 주민들과의 더 많은 소통을 원했고, 결과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작업을 추구했습니다.

그들이 첫 번째로 한 일은 주민, 기획자, 작가, 공무원이 중심이 된 백운공공미술팀을 결성하는 일이었는데요, 이러한 팀이 주도해 지속적으로 워크숍을 열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사업 진행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지역연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사업을 해보았다며 ‘이렇게 하면 되겠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조주연 대표는 지역 연구에 있어서 지역 주민들과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전문가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강조합니다.

티팟의 사례들은 지역 구성원들에 의한 자발적인 내부 문화 구축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지속 가능한 변화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고 경계를 나누는 순간, 소통은 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경계를 허물 때 진정한 소통이 일어나고, 지속 가능함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_1C|1377446201.jpg|width=”45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저 밑의 동기를 발견하라

그럼 실제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간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공공사업에 앞서, 공통의 비전 제시나 의사개진의 과정 없이 들어가게 되면 많은 싸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을의 갈등을 조정하고자 처음으로 한 일이 마을 신문 편집위원회를 모집하는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주민 분들도 모두 즐거워하셨고, 마을의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하는 박물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실행 전 부터 이 마을의 어떤 것들로부터 사업을 발전시켜야할 지 고민하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끌어냄으로써 지역 사업의 핵심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보통 하드웨어 쪽을 중시해서 사업계획을 세우게 되면, 소프트웨어는 소홀하기 쉽습니다. 막상 만들어 놓은 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저 밑의 동기가 무엇인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이를 반영해 시공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민 분들의 요구가 사업계획에 반영되어 자전거 길도 만들고, 전망대도 만들고 하였습니다.”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사업계획만 세워 놓았을 때, 실행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에서 주민의 참여를 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민이 아닌 우리는 곧 빠져나올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시지역의 문화공간은 어떨까요?

다세대 문화공간 합정동 벼레별씨에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도시 옥상 경작 등의 교류 활동을 운영합니다. 조 대표는 지역의 문화공간 사업이 좀 더 브랜드를 가지게 되면, 수익사업으로써의 체인사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도시의 수많은 문화공간들도 하드웨어 안에서 운영할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셈이지요.

결론적으로 지역 ‘밀착’ 디자인은 자원찾기, 주민과 함께하는 기획 과정 등을 통해 지속 실천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회적 소통을 가능케하는 매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은 소셜 디자이너의 역할일 것입니다. 그것이 마을 가게 간판이든, 마을신문이든, 특정한 공간이든 말이죠.

어떤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 낼 것인가? 공공디자인 안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것인가?  

이러한 질문도 중요하겠지만, 공공 디자인이 사회적 소통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보는 일이 먼저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글_이응준 인턴연구원
사진_정재석 인턴연구원

※ 6기 SDS 강의 목록

1강 안철수가 젊음에게 권하는 말
2강
사회혁신 탐구생활
3강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샤워법
4강
고경태 기자의 ‘진부한’ 기획 이야기
5강 그런 공공디자인, 가당치 않다

Comments

“그런 공공디자인, 가당치 않다” 에 하나의 답글

  1. 김태영 아바타
    김태영

    아~ 항상 사진에 저는 짤리네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