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남] 괴물 도시를 탈출하는 법

박용남의 도시 되살림 이야기

우리는 지금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는 우주선 지구호에 탑승해 살고 있다. 이 지구호가 난파되는 것을 방지하고 오랜 세월 동안 큰 무리 없이 항해하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능한 모든 자원을 소비하고 오염시키는 ‘선형의 물질대사 도시’를  투입과 배출을 최소화하고 재생을 극대화하는 ‘순환형 물질대사 도시’로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도시를 하나의 ‘닫힌 계’라는 전제 아래 소비를 줄이고 자원 재활용을 극대화하면서 도시의 전반적인 효율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또한 이것을 이루기 위한 열쇠는, 지금까지 진전된 국제 사회의 논의와 경험을 토대로 할 때, 우리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임을 뜻한다.

건축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2007)한 리처드 로저스의 말을 빌리면, ‘지속가능한 도시’란 고밀도이면서 여러 중심을 갖는 도시, 다양한 행위들이 서로 교차되어 일어나는 생태적이고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공평무사하고 열려 있는 도시, 궁극적으로 예술 ? 건축 ? 조경이 인류 혼을 충족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는 바로 그런 도시다.

이렇듯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는 결코 한 두 해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고 그 구체적인 방안과 전략 또한 아주 방대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에 대해 상세히 논하지 않고 교통과 환경이 공존하는 미래에 대한 밑그림만을 간단히 그려보기로 한다.

[##_1C|1158223188.jpg|width=”545″ height=”36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하늘에서 바라본 두바이 인공섬 저택 1호의 모습 ⓒ 박용남_##]
필자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구현해 가는 성공의 열쇠는 다른 어떤 변수보다 교통에 달렸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토지 이용 계획과 교통 계획을 통합시켜 우리가 사는 삶터를 고밀도 도시로 만들고, 도시 내에서 자가용 자동차의 통행량을 줄이고, 속도를 저감시키며,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바로 교통에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주거 ? 상업 ? 공공 기능 등이 혼재된 복합 용도 개발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단일 기능 개발과 자동차의 지배력을 배제하는 노력을 도시 안에서 다양하게 동원해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도로를 늘리면 교통이 뚫릴까?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우리는 새롭게 도로 건설을 하거나 도로 폭원을 넓히는 것이 교통 정체라는 질병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는 그릇된 고정관념을 우선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많은 사람이 흔히 드는 비유처럼 허리띠를 늦춘다고 비만이 해결되고 코를 넓힌다고 코막힘이 치료되지 않듯이, 복잡한 도로에 수용 능력을 늘려 준다고 실제로 차량 흐름이 빨라지거나 개선되지 않는다는 실례는 현실 속에서 무수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도로를 폐쇄하거나 가로를 좁게 둔 채 건물들을 집약적으로 배치하고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면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거주하는 주민들도 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코페르니쿠스와 같은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때 우리에게 좀더 빨리 새 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살고 싶은 도시는 승용차가 절대 군주처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괴물과 같은 도시가 아니다. 반대로 대중교통 ? 자전거 ? 보행 등의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주거 지역과 상업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면서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고 이용 수요를 극대화할 수 있는 도시가 우리가 꿈꾸는 도시이다.

동시에 교외화에 의한 도시의 평면적 확산을 억제하고 도심공동화를 방지할 수 있는, 작은 행성에 더욱 적합한 유형의 도시가 우리가 꿈꾸는 도시이다. 이것은 최근에 국내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중교통 지향형 도시개발(TOD)’이나 ‘현명한 성장정책(Smart Growth initiatives)’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이러한 노력과 병행하여 다양한 교통 정온화 조치를 취하고, 차량 진입 금지 지구를 지정 ? 관리하거나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교통 수요 관리 정책을 추진하며, 보행이나 자전거와 같은 녹색교통을 진작시키는 일도 적극 전개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도시 내에서 여러 장소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스트뢰에와 같은 보행자전용거리나 광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길과 건물의 관계도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도시가 열려야 인간이 편하다

대도시 가로변의 많은 건축물, 특히 대형 건물들은 지금 드나드는 차량이 보행자의 흐름을 끊고, 관상목을 심거나 접근이 어려운 조각품을 배치해 건물을 더욱 배타적으로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길과 아주 유리된 장소로 만들고 있다.

우리 인간들은 이런 폐쇄적인 건물보다 길과 바로 붙어 열린 형태로 존재하는 개방된 건물이 있을 때 더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우리가 자동차로부터 해방된 도시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시급한 것이 길과 건물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동차가 대중화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렸던 진정 그리운 예전의 정든 길을 되찾고,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해 안전하고 공평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전적으로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런 의지를 갖고 우리는 앞으로 교통과 환경이 공존하는 미래를 계속 열어나가야 한다. 이 같은 일은 현재 우리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아주 시급한 현안과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심각한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일이 아주 중요한 과제로 새롭게 등장했고, 기후변화협약과 같은 국제조약에 의한 현실적 압력이 보다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이동성과 접근성만을 고려한 개인 교통수단에 의존하는 도시 교통체계를 구축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현저히 저감시키거나 거의 배출하지 않는 녹색교통수단을 적극적으로 개발 · 보급하고, 이를 근간으로 한 녹색교통망의 구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확충해 나가는 일을 한시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라츠ㆍ보고타ㆍ 꾸리찌바를 보라

이미 지구촌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교통정책의 최우선으로 화석연료를 거의 쓰지 않거나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현저히 저감시키는 교통수단을 새롭게 도입하는 노력을 역점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시처럼 폐식용유를 100% 재활용해 만든 바이오디젤로 도시 전체에서 버스교통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브라질의 꾸리찌바 시와 같이 BD100을 연료로 하는 플렉스(Flex) 엔진을 장착한 시내버스의 시범운행사업을 새롭게 착수한 도시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보고타를 비롯해 세계 전역의 무수히 많은 도시 사례들처럼 ‘땅 위의 지하철’이라 불리는 간선급행버스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또한 노면전차와 같은 경전철 건설사업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확보하는 노력까지 경주하는 자치단체들까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도 새롭게 건설되는 신도시의 경우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자전거 도시나 차 없는 도시를 만들려는 움직임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노력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결실로 맺어질 때, 우리는 교통과 환경이 공존하는 미래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교통안전공단 사보(09년 6월)에도 실렸습니다.

글 /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2001년 ‘꿈의 생태도시 꾸리찌바’ 를 소개하면서 꾸리찌바 박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 후 여러 곳에서 기고와 강연을 통해 신도시 건설에 집착하는 우리 도시 재생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그는 자동차와 건설에 치우친 도시재생의 개념을 사람을 중심에 두는 개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를 비롯한 해외 도시들의 참다운 도시 재생사례를 수집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계도시라이브러리는 우리 지역과 도시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는 희망제작소의 프로젝트로서 국내외 전문가, 공공리더, 해외동포, 일반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집니다.
2009년 세계도시라이브러리는 주로 참다운 도시재생에 관한 사례를 모아 소개할 계획입니다. 도시의 속성상 끊임없이 제기되는 교통, 쓰레기, 주거 등의 문제를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방안으로 풀어가는 생생한 사례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박용남의 도시 되살림 이야기는  앞으로 여섯번에 걸쳐 매주 1회 연재될 계획입니다.  이 글은 세계도시라이브러리 블로그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세계 도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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