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사회혁신 현장 셋

지속가능한 사회, 경제 환경을 만드는 유럽의 사회혁신과 빈곤과 환경을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의 사회혁신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처럼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을 사회혁신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글에서 아시아에서는 어떤 사회혁신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저소득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시골의 빈곤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는 유명합니다. 금융 서비스 분야에 이보다 더한 혁신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혁신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파키스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소액신용대출, 저축, 생명보험 등 소액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쉬프재단(Kashf Foundation)입니다. 1996년 로샤네 자파르(Roshaneh Zafar)라는 여성 사회혁신가가 설립한 재단으로 파키스탄 최초의 소액 금융 기관이에요.

카쉬프재단 홈페이지

빈곤이 없고 성평등한 사회에서 모두를 위한 금융 서비스

여성 차별이 심한 파키스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소액금융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현재 파키스탄 전역에 32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870명의 구성원 중 여성 비율이 절반이 넘는 카쉬프 재단은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금융상품, 보험 서비스 뿐 아니라 역량강화 교육과 사회 옹호 활동을 합니다.

사업을 위한 대출 뿐 아니라 교육지원, 여성 농촌 활동 지원, 긴급생활자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소득 가정을 위한 소액 생명 보험도 있어요. 소를 도둑 맞거나 소가 죽었을 때를 대비해 보험 보장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금융 사업 외에 교육에도 열심입니다. 여성을 위한 금융교육연수, 비즈니스 개발 교육, 모성 및 생식 건강 교육을 벌입니다.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있지요. 지역 사회 여러 문제나 성차별 문제 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합니다. 사회극도 하고 미디어 캠페인도 벌여 파키스탄 여성과 저소득 가정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고 해결책을 촉구합니다. 저소득 여성의 경제 활동을 도울뿐 아니라 성불평등이나 사회적 문제 전반에 대항해 전방위적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소상공인 여성의 연대 금융과 프로그램 지원

작은 종잣돈이 가난을 벗어나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소액 금융으로 소규모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필리핀의 해피노이(Hapinoy) 프로그램이 그 일을 합니다. 해피노이(Hapinoy)는 “행복한 필리핀(Pinoy)”이라는 뜻입니다. 필리핀 지역 사회와 경제에 기여해 주민들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해피노이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작은 상점(사리사리 상점)을 운영하는 소규모 기업가들을 연결해 네트워크를 만들어요. 이들이 사업을 유지하고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해피노이 홈페이지

사리사리 상점은 필리핀에서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작은 가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필리핀어로 “sari-sari”는 “여러 가지” 또는 “모든 것”을 의미해요. 우리나라의 편의점이나 구멍가게와 비슷합니다. 간식, 음료수, 화장지, 세제, 기본 식재료 등을 살 수 있는 작은 가게입니다. 비교적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할 수 있어, 저소득층 여성의 경제활동 기회로 활용됩니다.

해피노이 프로그램은 작은 소상공인, 사리사리 상점의 운영자들에게 교육, 마케팅, 자본 연계, 기술 훈련 등을 제공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2022년에는 퀄컴과 협력해 모바일 마이크로 비즈니스 허브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참여한 사리사리 상점 여성 사업자는 코로나19 유행중에도 평균 10-20% 수입 증가를 달성했습니다. 4만 명 이상 소상공인이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해요. 여러 프로그램으로 혜택 받은 시민은 무려 50만 명이랍니다.

소액금융 지원 뿐 아니라 사회적 가맹점(소셜프렌차이즈) 방식으로 상점 운영자 간 연대도 다집니다. 작은 상점 사장님들에게 서비스 개선, 기술 교육을 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북돋우죠. 이 프로그램 덕분에 필리핀 주민들 삶이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아시아 지역, 특히 경제적 기회와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례입니다. 소액 금융, 연대 활동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행해 지역간 격차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합니다. 인권, 특히 여성 인권 신장, 인식개선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상품개발 과정에 고령자와 협업하는 브랜드

아시아에서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현실은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에서는 인구 고령화와 고용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표적이죠. 일본에서 고령화 문제를 다르게 풀어낸 활동 사례를 소개합니다.

mumokuteki 홈페이지

Sitte는 기업과 고령자 시설이 협업한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부터 고령자복지시설 서원과 주식회사 휴먼포럼이 라이프 스타일 숍, mumokuteki를 운영하는데요. Sitte는 이들이 함께 만든 브랜드입니다. 도마와 커팅 보드 목제품 2종류를 고령자, 경증 치매 노인들과 함께 생산합니다. 지역의 복지단체와 협업하니 어르신들에겐 일거리가 생겼습니다. 보수는 지역화폐로 줍니다. 교토 산조회 상가 약 180여 곳에서 대부분 사용합니다. 지역 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Sitte 상품들은 2021년부터는 교토시 고향납세 답례품으로 채택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노인들은 일하고 소비해서 즐겁고 지역 상인들은 지역화폐로 수익을 올리니 신나겠지요. 지역 사회 전체가 공생할 수 있는 모델인 셈입니다.

여성 인권을 위한 소액금융재단, 사회적 가맹사업에 함께 하는 상점 모델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치매노인뿐 아니라 느린학습자, 경계성 장애를 가진 시민과 더불어 사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사회이기를 바랍니다.
*글/안영삼 시민이음본부 팀장

*참고자료
Kashf재단 홈페이지
슈로더
Hapinoy 홈페이지
뉴스와이어
Greenz
Mumokutek 홈페이지
Human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