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지산지소의 시대를 열다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29-3)
재생 가능 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든 이이다 시(飯田市) 이야기
– 에너지 지산지소의 시대를 열다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이하 ‘안’) : 앞으로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의 ‘진보’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하라 아키히로 (NPO법인 미나미신슈 오히사마 진보 대표 이하 ‘아키히로’) : 지금까지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가 공공시설, 민간기업, 일반 가정에 설치한 3,500KW의 발전 용량은 일반 가정 약 1,000세대의 소비 전력에 해당합니다. 이이다 시에 약 35,000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니까 전체 가정 전력 소비량의 3% 정도를 충족하고 있는 것이지요. 거꾸로 생각하면 아직 지역의 에너지 지산지소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요. 앞으로도 시민 참여로 태양광 발전소를 계속 설치할 생각입니다.

또한 태양광 발전소에 이어 소수력 발전과 바이오매스 발전에도 도전할 생각입니다. 이이다 시는 84%가 산림 지역으로 산림 자원이 매우 풍부한 중산간 지역입니다. (이이다 시는 7년 전부터 지역의 바이오매스 협동조합이 벌재해서 만드는 목재 파렛트를 학교와 공공시설의 스토브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장작 스토브 애호가를 중심으로 일반 가정에서도 스토브를 꾸준히 설치해 왔다.)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태양 에너지와 달리 벌재와 목재 파렛트 생산 과정에서 수많은 고용 창출 효과가 있습니다. 바이오매스 발전이 확산되면 지금까지 폐기 처리되었던 간벌재가 유통되면서 산림 자원이 순환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이이다 시는 해발 3,500미터의 산 위에서 눈과 물이 시내 중심의 강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유량이 안정적이고, 발전에 필요한 낙차도 충분하며, 근처에 발전소 건물을 세울 땅도 확보할 수 있어서 소수력 발전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올해 중으로 시와 협동으로 수량 측정과 주변 주민들과의 협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안 : 환경 문제와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의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형님이 물질이 연소될 때 나오는 연소성 물질을 연구하는 연구자였습니다. 언제나 하시는 말씀이 인간이 지금과 같은 생활을 계속한다면 결국 이 지구상에서 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일찍부터 환경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게 되었죠. 결국 51세에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지역에서 환경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동료들과 NPO법인을 만들고 기부금을 모아 3KW의 태양력 발전소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사업이 이렇게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은 결코 어려운 사업이 아닙니다. 단, 혼자 하지 말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한다면 말입니다. 처음에는 비록 작을지라도 3KW의 발전소가 1,000개 이상으로 증가했듯이 동료들과 하나씩 하나씩 함께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반드시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이다 시, 전국 최초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 조례 책정

아키히로 대표가 말한 모두가 함께 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에 ‘이이다 시’가 이인삼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는 설립 당시부터 이이다 시와 함께한 것이다. 1996년 일찌감치 도시의 미래상으로 ‘환경 문화 도시’로 설정하고 환경 선진 정책을 펼쳐 온 이이다 시가 작년에 또 다시 일을 냈다. 전국에서 최초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 조례를 책정한 것이다. 그 조례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시민들에게 ‘지역의 환경권’을 보장해 주며, 시가 시민들의 ‘지역 환경권의 행사를 지원’해 주고 있는 점이다. 이이다 시 환경 모델 도시 추진과 지역 에너지 계획계의 오가와 히로시(小川博) 계장을 만나서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와 협동에 관한 이야기와 이번 조례 책정의 의의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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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가와 히로시(小川博) (이이다 시 환경 모델 도시 추진과 지역 에너지 계획계 계장)

안 : 이이다 시는 환경 모델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시하고 있는 환경 모델 도시 정책은 무엇입니까?

오가와 히로시(小川博) (이이다 시 환경 모델 도시 추진과 지역 에너지 계획계 계장 이하 ‘히로시’) : 이이다 시는 오랫동안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한 마을 만들기와 쓰레기 불법 투기 방지 등의 지역 환경 보전 활동을 항상 시민과 함께 추진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지금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와 함께 실시하고 있는 ‘시민펀드를 활용한 태양광 시민 공동 발전소 만들기 사업’입니다.

이외에도 이이다 시는 풍부한 산림자원의 혜택을 받고 있어 바이오매스 특히 목재 파렛트를 스토브나 보일러의 연료로 사용하여 열에너지를 공급하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소수력 발전 즉 댐을 만들지 않고 물의 낙차를 이용한 발전소를 만들 계획입니다. 즉, 햇빛과 산림, 소수력이라는 3가지의 재생 가능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여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것이 이이다 시의 환경 모델 도시 정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 : 시민과의 협동은 이이다 시의 오랜 전통인 것 같습니다만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와 협동으로 태양광 시민 공동 발전소를 설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시에선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히로시 : 이이다 시는 1996년 ‘환경 문화 도시’로 비전을 세운 뒤 재생 가능 에너지의 이용과 절전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부의 다양한 모델 사업도 시행했습니다. 정부의 모델 사업 보조금은 태양광 시민 공동 발전소 설치 등 구체적인 사업 시행에 큰 힘이 됐었죠. 그 성과로 2009년에는 전국에서 12개의 시정촌이 선정된 ‘환경 모델 도시’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보조금을 받을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서 태양광 발전소의 숫자만 기계적으로 늘리는 것이 지역의 지속적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것입니다. 그것 보다는 지역에 있는 자원을 살려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비지니스를 새로 창출시켜 지역 활성화의 조건을 다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공모를 진행했는데,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가 시민 펀드로 태양광 시민 공동 발전소를 만들자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시가 공공시설의 지붕을 빌려 주고 생산한 전기를 고정 가격으로 사주는 것만으로 초기 투자 비용 없이 태양광 발전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지요. 시민들과 파트너가 되어 시의 공공재산을 보다 유효하게 활용해 새로운 커뮤니티 비지니스의 가능성을 열 수 있고 재생 가능 에너지도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로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정부가 고정 가격 매입 제도를 실시하기 때문에 전국에서 이런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시도였습니다. 또한 공공시설의 사용 목적 외 이용 또한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 의견이 분분했습니다만, 시장 직권으로 사용 허가를 내줬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현재는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개인 가정과 기업들의 지붕에도 계속 시민 공동 발전소를 확대시켜 가고 있습니다. 이때도 역시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는 시민들에게 출자를 받아서 시민들이 보다 폭넓게 지역의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는 셈이지요.

안 : 작년에 전국의 자치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 조례’를 제정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취지와 내용이 무엇입니까?

히로시 :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와 협동으로 추진한 태양광 시민 공동 발전소 사업이 시 협동 사업의 좋은 모델이 됐습니다. 협동의 모델을 잘 만들면 지역의 자원으로 지역의 커뮤니티 비지니스를 창출하고 자립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지요. 지역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햇빛과 바람과 물, 그리고 산림 등의 자원은 어느 개인이 그것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역의 자원은 지역 모두의 재산이지요. 그리고 그 재산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력 고정 가격 매입 제도의 실시로 전기의 생산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 것이죠.

조례는 이러한 지역의 환경권을 시민들에게 우선 보장해 준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지역의 이익을 위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지역 밖의 자본이 들어와 사업을 벌이는 것을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역에서 먼저 활용하고 거기에서 얻는 수익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남겨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례는 한 발 더 나가 지역 주민이 구성하는 주민 조직이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시가 전문가로 구성된 지원 조직을 시 부속 기관으로 설치하여 지속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과 조화를 이루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하여 지역 전체가 향상해 가는 것을 이상향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2030sus 이이다 시에 리니아 신간선이 개통합니다. 도쿄까지 45분, 오사카까지 40분, 나고야까지 15분이면 연결됩니다. 일본의 3대 도시에 1시간 이내로 자연 자원이 풍부한 이이다 시에 올 수 있게 되는 거지요. 그때까지 이이다 시의 생활 소비 전력의 20% 정도는 지역의 재생 가능 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수익이 지역에 순환돼 지역의 자립도를 높이고 환경의 가치를 높여서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마을로 가꾸고 싶습니다. 이 조례가 이야기하는 대로 재생 가능 에너지로 마을의 환경 부가가치를 높여서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사는 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두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의 풍부한 자연 자원을 이용해 에너지의 지산지소를 꿈꾸는 이이다 시의 포부를 들어 봤다. 내년에 이이다 시에 다시 방문했을 때 마을의 모습이 많이 바뀌어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든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