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열차 충청편] 우리 마을 특산품은 ‘이야기’

2011 희망제작소 창립 5주년 프로젝트
박원순의 희망열차


● [충청] 4월 23일 제천 예마네


예마네 학교는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 학교’의 줄임말이다. 예마네 학교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대전1리에 있다. 예마네는 현재 2가지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마을이야기 학교’와 ‘새만화책’이 그것이다.

[##_2C|1309700225.jpg|width=”340″ height=”21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폐교를 활용한 예마네 학교 전경 |1143777209.jpg|width=”340″ height=”1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원순씨와 김정헌 대표_##]
예마네의 모토, 또는 철학이랄까? 이곳은 마을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의 역사를 이야기를 통해 재밌게 풀어주는 이야기꾼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예마네 대표 김정헌 선생님은 “이야기가 중요하다”란 말에 힘을 주었다. 수산면 대전1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예술을 덧입히는 작업을 천천히, 예술과 마을 그리고 네트워크의 뜻을 되새기며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마을이야기 학교’ 프로젝트의 두 번째 기획전 <생전처음>이 소박하게 전시되고 있었다. 대전리 노인회,부녀회분 들이 생전 처음, 그림도 그리고 글을 썼다. 그림 그리기 수업을 통해 옆에 앉아 있는 사람 얼굴 그리기, 좋아하는 사진 가져와서 그리기 등 어르신들이 소박하게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그림을 훏어 보니, 고양이 얼굴이 있었다. 예마네의 터줏대감인 고양이 한 마리의 짓궂은 표정을 잘 표현한 그림이 한 눈에 들어왔다.    

[##_Gallery|1312977567.jpg||1314497193.jpg|대전리 부녀회분들의 그림솜씨 |1098221656.jpg|예마네 주민들의 솜씨자랑|1305316469.jpg||width=”400″ height=”400″_##]
예마네 학교를 둘러보다가 책이 많은 교실을 발견했다. 만화전문 출판사 ‘새만화책’ 의 새 보금자리란다. 새만화책에서 출판한 <뜻밖의  개인사>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만화책의 개념을 흔들었다. 방바닥에 뒹굴 거리면서 슬쩍 슬쩍 보던 그런 만화책이 아니였다.  새만화책은 만화 언어 실험과 내용적 깊이를 추구하는 대안 만화잡지도 발간하고 있다. 국내 신인작가의 작품과 해외 예술 만화를 주로 싣는다고 한다.                                

새만화잭이 펴낸 <뜻밖의 개인사>와 <놀라운 아버지>는 그냥 글로만 이루어졌다면 금새 덮어버렸을 책인데, 만화책이 가지는 재미에 진지함을 더한 책인것 같다. 두 책은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 가족의 대소사와 함께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진솔하게 살아가려는 한 인간의 삶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_Gallery|1242983596.jpg||1393611034.jpg||width=”400″ height=”400″_##]
예마네 대표 김정헌 선생님과 지역 공무원, 지역주민, 옆 동네에서 놀러오신 분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농사일이 시작되는 3월이라 마을 분들은 많이 참석 못했지만, 부녀회 회장님과 이장님, 그리고 전 이장님들이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정헌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프린트물에는 ‘왜 마을이며, 마을 이야기가 중요한지’가 잘 나와있었다. 농산어촌의 마을은 현재 도시로의 이주와 개발 지상주의에 의해 공동화되고 붕괴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을은 공동체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일 큰 공간이다. 하부구조인 마을이 살아있지 않으면, 그 상위에 자리한 사회가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의 이야기는 왜 중요한 것일까? ‘노인들만 남아있는 마을이 뭐가 중요하고 어떻게 살릴 수 있냐’고 질문할 수도 있지만, “노인들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더 열려있다”고 김정헌 선생님은 말한다. ‘할머니 한분이 사라지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아닐까?

노인에게는 그들이 살아 온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날 현장에서 그 ‘이야기’를 증명해주신 분이 대전1리의 터줏대감 할아버지이시다. 굉장한 기억력을 소유하신 할아버지는  대전1리 마을의 이야기를 투박하게 풀어나가셨다. 50여 년 전에는 대전리가 소위 ‘잘나가는’ 동네였다고 한다. 대략 215호 가구, 1,000여 명이 살았다고 한다.

[##_1C|1271551858.jpg|width=”400″ height=”22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른쪽에 계신 분이 대전 1리의 산증인 할아버지_##]교육열이 높아 이장은 아무나(?) 할 수 없고, 학부모의 눈 밖에 난 사람은 이장이 될 수 없을 정도로 교육열이 뜨거웠다고 한다. 당시 엔 인구가 많았기에 단합이 잘 안되는 문제도 있었다. 85년 행정 구역 조정으로 대전리에서 대전1리, 대전2리..등으로 분리되기도 했다.

한참 동안 신나게 이야기해주셨는데 다음 강연 일정 때문에 끝까지 못 듣고 온 아쉬움이 컸다. 할아버지의 예리한 눈썰미와 힘주어 말씀하실 때 마다  교실바닥을 지팡이로 탁탁 때리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현장영상 보기 
 
 ● [충청] 4월 23일 제천 환경운동연합

제천 환경운동연합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다음 목적지인 제천시 장애인복지관으로 향했다. 토론은 3명의 패널과 원순씨가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사회적기업, 커뮤니티비즈니스가 과연 지역에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사회적기업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 라는 질문이 나왔다. 원순씨는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혔다.

“굳이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비즈니스 말고도 많은 길이 있다. 생태,문화예술,교육 등을 통해서도 지역 살리기를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커뮤니티비즈니스를 말하는 이유는 지역에 일자리가 없어서 사람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도 확실한 사업이 없다. 남들이 다 하는 사업은 너무 경쟁이 치열하다. 남들 안하는 사업이 더 성공확률이 높다. 커뮤니티비즈니스를 통해 레드오션이 아닌 블루오션으로 가자는 것이다.”

[##_1C|1215193571.jpg|width=”400″ height=”22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사회적기업 운영의 고충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원순씨는 다시금 새로운 사업의 발굴과 협력을 강조했다.

“자활사업의 경우 청소업체 등 단순한 일이 많다. 청소업계도 이미 레드오션이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단순한 일로는 안되고 또 다시 업그레이드를 해야한다. 협력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협력으로 경비는 줄이고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복지관끼리 협력할 수도 있고, 전문적인 중간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담양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다는 참석자분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역에 사는 분들의 생활수준을 더 높여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8년 농촌진흥청에서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얼마인가를 평가했는데, 농산물을 금액으로 따지면 35조 원, 다각적 측면(경관조성,대기정화 등)을 고려하면 67조 원이 된다고 한다. 현재 만 오천 평도의 농지를 경작하고 있는데, 1억 원이 넘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는 현실화되지 않은 가치다. 이렇게 현실화 되지 않은 지역의 가치를 실현하는 게 우선 아닐까?

아래는 원순씨의 답.

“한국에서 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계량적 가치로만 판단한다. 농업이 망해도 자동차 수출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농민들에게 복지 수당을 주면 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발상이다. 보조금 제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소기업에게 유통판로를 열어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희망수레라는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다. 농민들의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높여주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건축가 정기용선생님의 무주프로젝트를 보면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생활의 질을 높인다.”                                                                                                            

● [충청] 4월 23일 제천 간디학교  


제천의 간디학교는 정말~ 멀리 꼬불꼬불한 길을 타고 가야하는 산 속에 있었다. 이렇게 멀게 있으리라 생각을 못했고, 대안학교에 대한 나의 선입견 하나도 빗나갔다.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에 비해 교육비가 비싸다. 돈이 있는 부모라야 대안학교를 보낼 수 있다고, 시설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제천간디학교는 굉장히 춥고, 푸세식 화장실 등 참 착한(?) 시설을 갖춘 학교였다. 이런 생각도 해봤다. 주변을 둘러보면 보통 아이들은 학교 외에도 2개 이상의 학원을 다닌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비용과 여러 학원을 다니는 비용 중에 과연 어느 쪽이 더 클까.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_2C|1065603903.jpg|width=”340″ height=”19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뒷태|1111592336.jpg|width=”340″ height=”19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동네 아이들까지 참석해 시끌벅쩍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_##]
바닥이 무척 차가운 간디학교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많은 아이들이 복도에서 장난을 치며 지나가고 있었다. 저녁시간이라 저녁을 먹고 다 먹은 그릇은 학생들 스스로 씻고 있었다. 식당을 찾아 밥을 얻어먹으러 가던 중, 내 주변을 지나는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주었다. 무언가 마음이 찡-했다. 마치 평상시 알고 지내는 사람한테 편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 처럼, 수줍어하지도 않고 눈을 바라보며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비속어이지만 안구정화라고 했던가?  왠지 모르게 내 눈이 정화가 된 느낌을 받았다.
  
누리마을 빵 까페는 덕산지역 마을 사람들과 간디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다. 22일 강연 중 로컬푸드(지역먹을거리)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는데, 이에 대한 실천이 바로 여기 누리마을 빵 가게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_Gallery|1169425066.jpg||1346730249.jpg||1111572599.jpg||width=400_##]

누리마을 빵 카페 운영자분은 “로컬푸드를 어떻게 하면 해당 지역에서, 더 나아가 도시에서 더 많이 소비하게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질문 자체의 프레임을 바꾸는 답변을 들려주셨다.

운영자분이 강조한 것은 도를 넘지 않는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파이의 개념으로 봤을 때 내가 너무 많이 가지면 다른 사람들은 적게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리마을 빵 가페는 그 지역에서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만들고 소비하기를 추구한다. 로컬푸드,유기농 식품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먹느냐가 아니라 내 자신이 보다 조금 먹고 그 남은 것을 다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 말 속에서 사람에 대한 예의와 아름다움이 보였다.

글ㆍ사진_ 희망열차 자원활동가 김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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