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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며칠 전 전남도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이 강의의 실무를 담당하면서 나에게 연락도 하고 안내해 준 공무원이 있었다. 늘 뻣뻣하고 고압적인 공무원을 연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분은 사뭇 달랐다. 아주 곱상하고 친절하고 겸손하여 오히려 내가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이제는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편견을 좀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고 느꼈다.

이 분의 명함을 받아드는 순간 명함에 또 한 번 감동하였다. 녹색의 떡잎 하나가 길게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공공기관의 뻔한 고답적인 명함과는 차원이 달랐다. 거기에다가 ‘녹색의 땅, 전남’이라는 카피가 함께 하고 있었다. 이미 우리들에게 ‘남도’로서 늘 따뜻하고 소박한, 그래서 가장 향토적인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전라남도에게 가장 맞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사용자
사실 전라도는 지난 70년대 이후 권위주의 정부하에서 지역개발과 발전과정에서 소외받고 차별받았다. 거대한 산업도시들이 별로 들어서지 못하였다. 자연히 소득과 삶의 질에서의 차이를 유발하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오히려 전라남도에게는 더 큰 기회요인이 되었다. 그만큼 환경이나 생태적, 향토적, 역사적 자산이 많이 남게 된 것이다. 일제 때 개항과 더불어 항구로서의 번성하였던 마산과 목포는 비슷한 처지에 있었지만 최근 이 두 도시를 방문해 본 나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마산의 여러 근대유산들은 대부분 사라져 버렸지만 목포는 아주 많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노관규 순천시장님께 가끔 이런 농담을 한다. “시장님은 하룻밤 자고 나면 부자가 되지 않느냐?”고. 다른 지역이 개발의 바람에 그 아름답고 풍요로운 갯벌을 모두 없애 버리는 통에 순천만의 가치는 나날이 증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지속적으로 개발에 몰두한 경기도는 이제 남아있는 자연해안이 겨우 2킬로미터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디 경기도뿐인가. 전라북도는 세계 10대 갯벌이라고 하는 새만금을 막았고, 경상남도는 남해안개발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환경단체들은 남해안 개발이 아름다운 해안들을 해칠 것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또한 같은 전남의 장흥군의 김인규 전 군수님은 “느린 건강, 건강한 장흥”을 군정의 목표로 내세웠던 적이 있다. 희망제작소는 김군수님의 요청에 따라 장흥군의 한 마을을 ‘지렁이 마을’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세워드린 적이 있었다. 그 마을에 지렁이학교가 있고 지렁이박사가 계셨기 때문에 그 자산을 기초로 지렁이의 분변토로 농사를 짓고 그 유기농 농산물로 식사를 만들어 이 동네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이 때 만난 김군수는 “장흥(長興)이라는 지명의 뜻 자체가 길게 흥한다는 뜻이니 천천히 가야 오래 흥할 수 있다”는 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장흥의 군수답다는 생각을 하였다.

강의를 끝까지 듣고 함께 식사를 한 박준영 도지사님도 슬로우 시티라든지, 태양광에너지 등 대안에너지 산업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남의 미래발전 전략이 명함의 카피대로 ‘녹색의 땅, 전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생태적 가치가 자산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대로 변하였다. 과거에는 환경을 지키는 것이 산업발전에 장애가 되고 비용이 발생된다고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돌변하였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꿈으로써 산소를 많이 발생시키면 탄산가스배출권을 얻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도시에 몰린 사람들은 이제 아토피를 비롯한 많은 질병을 앓으면서 조만간 그들이 떠났던 고향마을로 회귀할 때가 올 것이다. 이제 ‘녹색의 땅’ 전남은 오래 그리고 멀리 흥하는 지역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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