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미세플라스틱 30%는 옷 때문

👕 옷x시민 강연 “가치를 입는 사람들”

옷장을 뒤집어 지구를 살리는 특급 프로젝트, ‘옷x시민 강연’이 5월 30일과 6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열렸습니다. 이승우 119REO 대표, 하나 낫아워스 공동대표,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사무총장, 양수빈 리클 대표 등 4인의 혁신가가 강연자로 나섰는데요,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1강 생명을 구한 용기에서 지구를 구할 용기까지_이승우 119REO 대표
“119레오는 소방관들의 폐방화복을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업사이클링합니다. 소방관들의 공무상 상해 인정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계류되고 폐기되기를 반복하던 2017년 무렵, 암 투병 중이던 고 김범석 소방관을 위한 기부 캠페인에서 시작됐지요. 동네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의 방화복이 지역에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고 지역 자원과 자활의 재료로 쓰일 수 있게 하고,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119레오의 소명입니다.

그간 방화복, 소방호수, 방열복 등을 8천여 점 만들었고 65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했습니다. 그리고 12명의 암 투병 소방관을 지원했습니다. 지금은 재활용할 수 없는 특수한 방화복 소재(아마디드)를 대체할 수 있는, 지구를 살리는 소재를 연구 중입니다.”

2강 내일을 위한 비건 옷 만들기_신하나 낫아워스 공동대표, 브랜드 마케팅 담당
“패션업계는 정유업계 다음으로 환경오염 규모가 큽니다. 그래서 기후위기와 더불어 변화의 압박을 많이 받는 분야가 됐고, 패션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낫아워스는 옷을 만들 때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비건 브랜드라도 세상에 새로운 옷을 더 만들어 내놓는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일까, 고민이 되었어요. 결론은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실용적이고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튼튼하고 질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재고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포장이나 택배 재질도 엄격히 관리하고요.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 소재를 끊임없이 찾고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비건 디자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물가죽을 대체할 선인장가죽, 사과가죽 등을 찾아 나섰지요. 새로운 소재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무조건 연락했고요. 이 분야에 도전하려는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처음부터 ‘다 해나갈 거야, 다 바꿀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하나씩 차근차근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야 한다고요. 소비자들에게는 갖고 있는 물건을 최대한 오래 쓰고 새것을 살 땐 신중하게, 중고제품 구매를 늘리기를 권유하고 싶어요.”

3강 빨래와 바다 오염의 상관관계_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사무총장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1차와 2차로 나뉘는데 1차 미세플라스틱은 치약이나 세탁세제 등의 제품에 넣는 것으로, 2017년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생겨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어요. 하지만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풍화되어 대기 중에 떠돌거나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생물에 흡수되고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해 우리 몸에 쌓이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바다에 떠도는 미세플라스틱의 삼분의 일은 옷 때문에 생겨요. 우리가 입는 옷은 대부분 플라스틱을 가공한 합성섬유로 이루어져 있고, 빨래를 하면 섬유끼리 부딪히며 조금씩 닳아 미세섬유가 나옵니다. 이것이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생물에 영향을 미치지요. 그러니 세탁을 할 땐 가급적 낮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한꺼번에 모아 세탁하는 것이 좋고, 더 근본적으로는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저감 필터를 설치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물론 기업이 알아서 관련 제품을 연구·개발할 리 없겠지요. 2023년 6월 5일 국회에서 미세플라스틱 특별법이 발의됐습니다.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그리고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4강 안 입는 옷, 맡겨주세요_양수빈 리클 대표
“옷장 정리를 하다가 근사한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어요. 집 근처 헌 옷 수거함에 버리기엔 제법 무겁고 20㎏ 이상만 수거하는 기존 헌 옷 매입업체에 의뢰하기엔 양이 적은 옷장 속 안 입는 옷들을 수거해 재판매하는 비즈니스는 어떨까? 그래서 리클을 설립했지요.

리클의 옷장 정리 서비스는 4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선 카페에 가입하거나 대면할 필요 없이 필요한 정보만으로 간편하게 신청하고, 원하는 수거일에 문 앞에서 비대면 수거하며, 10벌 이상이면 수거 가능하다는 점이죠. 가장 큰 특징은 무게로 매입하는 동시에 재판매 가능한 의류에 대해선 별도로 매입금액을 산정하는 ‘플러스 구매’ 제도가 있다는 것이죠.

처음엔 수거하는 인건비도 못 건졌어요. 그러다 수거, 재판매, 개발 등의 영역을 나누어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을 재편했지요. 플러스 구매를 통해 한 벌 한 벌 검수해 사입해서 해외에 수출하고 내수업체에 판매하고요, 리클 스토어라는 직영매장도 열었습니다. 지금은 수거한 옷을 폐기 없이 100% 재판매하고 있어요.

의류의 생명주기를 연장하면 탄소저감 효과가 엄청납니다. 그동안 리클은 소나무 648만 그루, 193,377톤의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했어요. 리클에 접수되는 수거신청은 하루 평균 400건, 무게로는 하루 10톤가량 됩니다. 5년 이내에 우리 국민들의 옷 버리는 습관이 ‘리클’로 바뀌고, 중고의류 구매가 힙한 문화가 될 거라고 전망하며 오늘도 열심히 수거합니다.”

*정리 이미경 연구위원/시민이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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