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목민관클럽은 지역의 다양한 특성을 살리고 참여를 통한 정책을 개발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자발적인 협력과 소통을 위한 연구모임입니다. 2010년 9월 7일 창립했으며, 현재 230여 개 지방자치단체 ?중 49곳이 가입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사무국 운영을 맡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운영에 꼭 필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격월 정기포럼 및 해외연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매월 발행되는 뉴스레터 목민광장을 통해 회원 동정과 정기포럼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쬐던 5월 13일,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던 정조의 꿈이 어린 곳,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도시 수원에서 목민관클럽 제3차 정기포럼이 열렸습니다.

수원 화성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과 예술가, 동서양 과학 기술의 성과가 총 결집되어 동양 성곽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는 곳인데요, 정약용 선생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라 더욱 뜻 깊은 곳입니다.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을 통한 마을 만들기 사업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주제로 오전, 오후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다들 바쁘신 와중에도 뜨거운 관심을 갖고 호응해 주셨고, 하나라도 더 얻어가시려는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특히, 주관을 맡은 염태영 수원시장은 마침 수원에서 경기도 체육대회가 개최 중임에도 불구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행궁동 레지던시

오전 일정은 행궁동 레지던시에서 자화상 그리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행궁동 레지던시는 2009년 철거예정이던 건물로, 당시에는 철거 직전 방치된 공간을 전시 공간이 없는 예술가들이 마음껏 이용해보자고 했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곳이 이제는 문화예술의 중심지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 주민들의 뜻과 예술가들의 참여, 그리고 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새로운 문화 창작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3차 포럼의 호스트인 염태영 시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행사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를 비롯해 6개 자치단체장들의 그림해설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들 지역에 대한 애정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셨는데, 지역 자랑이 대단하셨습니다. 특히 정구복 영동군수는 영동포도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아 하늘로 치솟은 포도를 씩씩하게 그려서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이 날 그린 자화상은 인증샷과 함께 건물외벽 타일 벽화로 영원히 남는다고 하네요.

행궁동 벽화골목

레지던시 건물을 둘러본 후 행궁동 벽화골목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벽화골목은 제주 올레길처럼 수원에서도 골목길을 살리자는 취지 아래 작가들의 참여로 도심의 후미지고 어두운 공간을 떠나고 싶지 않은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골목 곳곳에는 아름다운 벽화들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작가들의 독특한 감각과 주민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다른 곳의 벽화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곳의 벽화는 작가들이 100% 자발적인 의지로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합니다. 멀리 브라질을 비롯한 해외에서 찾아온 작가들의 작품도 있었는데, 특히 금보여인숙의 벽에 그려진 황금잉어 벽화는 매우 아름다워서 벽화가 유명세를 타자 여인숙도 함께 유명세를 타게 되어 숙박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친다고 합니다.

이어 북수동 경로당을 방문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한바탕 즉석 노래자랑을 펼치고 나와 골목집에서 묵은지 김치찌개를 먹으며 골목의 정취를 만끽했습니다.

수원 화성

이달호 화성 박물관장님의 안내로 화홍문에 올랐습니다. 수원 화성은 길이 5.7km, 면적 30만 평으로 자연지세를 살려서 만들었고, 당시의 과학기술이 모두 집대성되어 다양한 건축양식과 정교한 기술을 곳곳에서 엿볼수 있다고 합니다. 관장님의 설명과 함께 화성을 바라보니 건물 하나하나가 더욱 경건하고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사용자

수원 화성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데요, 1997년 등재 신청 당시 외무부와 문화재청에서도 어렵다고 한 것을 당시 심재덕 수원시장의 독단으로 가능했던 일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져서 당시에 신청하지 않았으면 영원히 등재되지 못했을 거라고 하네요.

못골시장

전통시장 성공사례인 못골시장은 87개 점포로 이루어진 상가건물형 시장입니다. 1975년 문을 연 이후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8년 문화관광부가 시행하는 문전성시 프로젝트 시범 사업지로 선정되면서,‘라디오스타’, ‘와글와글 학교’, ‘시끌벅적 난장’, ‘줌마합창단’ 등 소통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전개했고, 전통시장의 성공 모델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입니다.

시장 안에 들어서니 높은 지붕과 깔끔하게 정리된 가게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고,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으로 북적였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가게마다 걸려있는 독특한 모양의 간판들이었는데요, 충남상회라는 건어물 가게에는 자전거 모양의 간판이 걸려있었습니다. 25년 동안 같은 자전거로 배달을 다녀서라고 하네요. 이처럼 간판 하나하나에 가게 주인의 스토리가 녹아 있어 진한 문화적 정서가 느껴졌습니다.

보이는 라디오

못골시장에는 ‘쉼터’라는 특별한 휴식공간이 있습니다. 시장을 방문한 이들이 저렴하게 차도 마시고 오랜만에 친구도 만날 수 있는 공간인데, 한쪽에는 소규모 라디오 방송국이 위치해 있습니다. 매주 월,목 11시 반 ~ 12시 반에 정규 방송을 한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정기포럼에 참석하신 자치단체장들이 보이는 라디오(인터넷 및 시장 내 모니터 중계)에 깜짝 출연하셔서 소감을 나눴답니다.

●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 죽어가는 재래시장들이 많은데, 생동감이 느껴져서 좋다. 대형유통마트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재래시장에서 보여주면 대형마트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임정엽 완주군수: 보통시장의 선입관을 깬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로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좋다. 먹거리, 다들 걱정하는데 재래시장을 애용해 주시면 농민도 살고 상인도 산다.

●? 송영선 진안군수: 말로만 들었는데 잘 정돈되어 있고, 세련된 느낌이 나서 재래시장 같지 않은 시장이다. 상인들의 밝은 모습이 보기 좋고, 서비스도 만점이다.

●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서대문에도 현대화된 시장이 있지만 여기처럼 깔끔하진 않다. 많이 배워가야 되겠다. 상인 여러분, 장사 잘 되시길 바란다.

● 김영종 종로구청장: 정말 밝은 모습으로 맞아주셔서 다 미인, 미남으로 보인다. 열정이 느껴져서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다. 종로구에도 100년이 넘는 시장이 있는데 잘 배워서 한 번 해보고 싶다.

● 정구복 영동군수: 전통시장 활성화의 대표적 사례인 못골시장에 와보니 뭔가 다르다는게 느껴진다. 60억 예산을 들여도 활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돌아가서 지역에 접목토록 하겠다.

●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주차장에서 시장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주부 입장에서 굉장히 편리하고 좋았다. 주부들이 좋아하겠다.

●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좀 일찍 도착해서 못골시장에서 묵밥을 먹었는데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역시 먹거리가 잘 되어 있는 시장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워크숍

자리를 옮겨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례와 과제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못골시장 활성화 과정과 향후계획이라는 주제로 이충환 못골종합시장 상인회장이 발표했습니다. 못골시장이 작은 전통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대형마트에 대응해 생존해왔으고, 상인중심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어떻게 전개했는지를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외부 지원없이 자립하는 문제와 주민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문정성시 프로젝트 사례를 포함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현황과 제언이었는데, 박경모 시장경영진흥원 전략기획팀 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전략을 어떻게 짜야하며, 진흥원에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설명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주도적인 참여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지역별 전통시장 활성화 고민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12개 지자체 단체장들의 발표와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느낀 한계나 애로사항을 발표했는데, 지역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고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했습니다.

회계보고 및 향후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운영위원회를 끝으로, 제3차 목민관클럽 포럼을 마쳤습니다. 목민관클럽은 오는 6월 29일 인천시 부평구에서 ‘꿈꾸는 상인들의 마을만들기’, ‘부평 문화의 거리’,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작은 도서관 다시보기’ 를 주제로 제4차 포럼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지역을 고민하고, 연구하려는 지자체장들의 노력에 많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_ 권나현 인턴연구원
사진_ 박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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