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에는 편견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대부분의 편견은 차별과 갈등으로 이어져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0년 덴마크의 평범한 청년들이 <휴먼라이브러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2014년 현재 전 세계 약 70여 개국으로 확산된 글로벌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2014년 2월 15일(토), 18일(화) 양일 간 진행되는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 로니 에버겔 초청 강연 및 컨퍼런스>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행사에 앞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에 대해 알아보고, 국내외 <휴먼라이브러리> 운영 현황과 시민교육으로의 가능성까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휴먼라이브러리 기획 기사
(1) 편견을 넘어서는 또 다른 방법, 휴먼라이브러리
처음 생각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지난해 6월, 필자는 우연한 계기로 독일, 덴마크 평생교육 연수를 준비하는 기획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자료조사를 하던 중에, 국내에도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인 로니 에버겔(Ronni Abergel)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연수단에 제안하여 공식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해 제법 알고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겠지만, 로니 에버겔(Ronni Abergel)을 만나 안면을 트고, 기회가 되면 초청 강연 정도를 검토해보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코펜하겐에서의 로니와 두 명의 사람책(다니엘, 벤덴)과의 대화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잔잔한 여운을 오랫동안 남겼습니다.
필자가 알고 있는 국내 휴먼라이브러리는 상당수가 명사 중심의 작은 강연회, 이웃 간의 재능 나눔, 청소년들의 진로탐색에 초점을 맞춘 일회성 프로그램이거나 이벤트였습니다. 반면, 코펜하겐에서 만난 휴먼라이브러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사람책과 독자가 직접 만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서로 위로를 주고받고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거두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이었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 그 자체가 이미 단순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 혁신적 방법론을 넘어 사회통합과 갈등을 다루는 일종의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제 머릿속 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었던 ‘일상의 민주주의, 시티즌십(citizenship), 시민 민주주의 교육’과 연결되어,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한 탐색을 계속 이어가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이런 것들이 궁금했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너무나 익숙하게 접하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사람책을 통한 소통’이라는 콘셉트를 창안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도전과 실험은 꽤 성공을 거두어 전 세계 70여 개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매우 단순한 방법론일 수 있는 휴먼라이브러리의 어떤 저력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일까요? 로니 에버겔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회에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알고 이해하게 되면 폭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한 사회에서 오랫동안 뿌리 박혀 온 편견과 고정관념이 몇 마디의 대화와 소통으로 과연 얼마나 줄어들 수 있을까요? 저와 동료들은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한 질문과 의심을 이어갔습니다. 어찌 보면 이 기록은 이런 우리의 질문과 고민에 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해 크게 4가지 관점에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기획시리즈 4편의 테마이기도 합니다.
1) 먼저 우리가 늘 쓰는 일상 단어이자, 휴먼라이브러리의 화두인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각각의 개념은 무엇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사회적 편견은 어떻게 형성되며 왜 문제가 되는지, 편견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이론적으로 고찰해 볼 것입니다.
2) 두 번째로, 우리가 알고 있는 휴먼라이브러리와 미처 알지 못했던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해 살펴볼 것입니다. 덴마크 휴먼라이브러리 공식 매뉴얼 북을 토대로 휴먼라이브러리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기획자가 운영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등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더불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휴먼라이브러리 현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3) 휴먼라이브러리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한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은 어떤 것들일까?’였습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2개월간 온, 오프라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당신의 편견은 무엇입니까?”라는 설문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약 800여 개의 편견리스트들이 취합되었는데, 이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한국적 편견의 특징은 무엇인지, 이것이 어떻게 사회적 차별과 갈등으로 표출되는지 등을 분석해 볼 것입니다.
4) 마지막으로, 휴먼라이브러리가 일회성, 이벤트성 행사로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시민교육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과제가 필요한지를 기존 휴먼라이브러리를 운영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기획자들의 목소리를 토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자, 그럼 첫 번째 기록,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이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자주 사용하고 있는 단어,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 하지만 정작 그 의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보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편견, 고정관념, 선입견이 학문적 의미에서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첫 질문에서부터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우선 이 개념이라는 것이 인지적, 사회학적, 정치학적 입장에 따라 조금씩 다른 해석과 의미로 표현되고 있어서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또한 자료조사를 하면서 국내에 이와 관련한 연구 자료가 매우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그나마 있는 책이나 논문도 주로 외국의 서적들을 번역한 것이다 보니 한국적 상황과 정서에 맞지 않은 사례가 많았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도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편견과 고정관념, 차별을 줄이기 위한 교육적 가치와 중요성은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어떤 내용과 방법을 가지고 교육해야 하는지 아직까지 전문 학술 서적과 참고서가 대단히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한계를 먼저 밝히면서, 필자가 이해한 수준에서 각각의 개념과 특징들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선입견(Preconception)은 ‘어떤 특정 대상에 대하여 실제 체험에 앞서 갖는 주관적 가치판단’을 말합니다. 즉, 어떤 사물, 사건, 인물 등에 대해 사전에 접한 정보나 지식이 강력하게 작용하여, 그들 대상에 대해 형성되는 고정적이며 변화하기 어려운 평가 및 견해를 뜻합니다. 선입견은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인 것 등 갖가지 요소에 의해 형성되는데, 때로는 무비판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선입견이 합리화되고 고정되면 ‘편견’이 되는데, 인종적 편견, 사회적 편견 등 대부분은 이러한 선입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고정관념(Stereotype)은, 한 사회나 문화 속에서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널리 퍼져있는 지식이나 믿음을 일컫습니다. 고정관념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 1922)에 의하면 고정관념은 특정한 사회 집단에 대해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젠더, 인종, 민족, 출생 지역, 그리고 여러 직업군에 대해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고, 유태인은 인색하며, 흑인은 폭력적이고,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며, 금발은 멍청하다 등이 전 세계적으로 흔히 접하는 고정관념의 대표적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이 곧장 편견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자신이 얼마나 이런 것들을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또한, 어떤 범주 또는 집단에 대한 태도에서 인지적인 측면을 ‘고정관념’, 감정적인 측면을 ‘편견’, 그리고 행동적인 측면을 ‘차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 편견(Prejudice)은 어떤 사물, 현상에 대하여 그것에 적합하지 않는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는 태도를 말합니다.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라면, 편견은 어떤 집단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반영하고 있는 ‘태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편견은 몇 가지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편견은 대부분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근거에 기초하고, 특정의 선입견에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둘째, 대상에 대한 가치 판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떤 가치 기준에 따라 대상을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높게 평가하거나, 부정적으로 낮게 평가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셋째, 대다수의 편견은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매우 강고하며,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비판에 대해 강하게 저항을 보이기도 합니다. 넷째, 집단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때에 따라서는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 간에 집단적인 정체성을 형성해 일시적인 사회통합의 기능을 갖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온통 붉은색 옷을 입고 태극전사들을 한목소리로 응원하던 모습이 좋은 사례입니다. 이렇듯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집단 간 경쟁심을 고취시키거나 사회적 정체성을 위협받았을 때 크게 나타나는데,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면서 상대편에게 일방적 야유를 보내는 관중들의 행동도 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존재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인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과 경험 속에서 축적된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바로 ‘사회적 편견’ 입니다. ‘사회적 편견’은 고정관념이 심화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적 편견이 잘못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차별’과 ‘폭력’입니다.
예를 들어 ‘충청도 사람들은 느리다’는 고정관념입니다. 그런데, ‘충청도 사람들은 느리니까, 이번 인사(人事)에서 제외해야 해.’라고 한다면 이는 곧 차별과 폭력이 되는 것이죠. 즉, 앞서 ‘편견’은 어떤 집단의 구성원에 대한 태도를 말한다고 했는데, ‘차별’은 표출된 구체적 행동을 나타냅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어떤 소수집단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런 태도가 자신의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는다면, 그는 편견은 가졌지만 차별은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편견과 고정관념, 어떻게 형성되나?
그렇다면, 우리는 왜 특정한 사람들(또는 집단)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될까요?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답변들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편견이 형성되는 기원을 찾는 이론으로는 심리 역동적 접근, 사회 학습 접근, 인지적 접근, 사회 인지 발달 접근, 진화적 접근 등 매우 다양합니다. 이렇듯 편견의 원인을 둘러싼 이론적 논쟁이 다양한데, 대체로 많은 학자들이 어려서부터 부모의 양육 스타일, 또래 집단의 영향, 사회적으로 편견에 대한 논의의 부재, 다양한 집단에 대한 지식과 이해 부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한국인의 소수자 집단에 대한 편견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태도가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북한에 대한 지식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고정관념 및 사회적 친밀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북한에 대한 지식이 적은 학생일수록 부정적 고정관념을 많이 갖고 있고 사회적 친밀감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추병완, 2012 재인용). 이런 결과를 볼 때 편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 및 집단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이해가 편견을 줄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인지적 관점에서 편견과 ‘도식(Schema)’을 연결한 개념도 있습니다. 심리학 용어인 ‘도식(Schema)’은 정보처리를 원활히 하기 위한 사고의 틀을 말하는데,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도식을 통해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시키게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과’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 머릿속에서는 빨갛고 둥글고 시큼한 과일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사과에 대한 도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기서 고정관념은 ‘특정 집단에 대한 도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식은 사람의 머릿속에 입력돼 직접 다른 경험을 하기 전까지는 바뀌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도식은 정보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대부분 부정확하며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는 것입니다. 빨간 사과만 접했던 어린아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초록색 사과를 보여주면 처음에는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바로 도식에 의한 한정적 경험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학교 현장이나 언론에서 시민들이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과 집단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개인들의 다양한 경험을 통한 인지범위의 확대도 동시에 강조되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많은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편견이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근거에 기초한 감정적 태도와 제한된 체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모두에게 북한이탈주민인 친구가 생긴다면, 우리가 전형적으로 갖고 있던 불필요한 오해나 인식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일상 곳곳에 자리 잡은 편견과 고정관념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 낸 인종차별, 학력차별, 양성차별 등이 때로는 한 사회를 넘어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고 사회갈등과 폭력을 불러일으킨 비극적 사례는 과거 역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1940년대에 600만 명 이상의 유태인들이 유럽의 인종적 혈통을 순수화한다는 미명하에 나치 독일에 의해 학살되었습니다. 또, 미국에서 흑인의 노비문서는 남북전쟁 이후로 공식적으로는 사라졌지만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완전히 없어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편견과 고정관념이 앞의 사례처럼 극단적이고 집단적인 폭력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 오랫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일상의 소리 없는 폭력과 차별, 그 갈등의 현장은 우리 주위에서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편견은 숨어 있습니다. “몇 학번이냐”, “전공이 뭐냐”고 묻는 게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대학을 졸업했을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던지는 질문이니까요.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가정환경조사라는 이유로 부모의 학력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한 장면입니다. 지난 1월 경향신문은 “학벌사회, 수치로 입증됐다.”며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통계를 통해 생활 만족도와 일자리 만족도에서 학벌에 따라 받는 차별이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우리가 느끼는 편견과 차별은 일상의 작은 말 한 마디와 행동에서부터 옵니다.
얼마 전 신문을 통해 본 기사는 더욱 황당했습니다. 2013년 12월 편견에 우는 여성들(국민일보, 2013. 11. 28. / http://goo.gl/SX668j)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는 ‘자취, 유학경험, 외국인 교류 동아리 활동을 한 여성들은 결혼정보회사에서 감점 대상이 된다.’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이런 여성들이 성적으로 문란할 것’이라는 편견이 그 이유였는데, 이런 황당한 편견들이 이미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 편견이 차별을 넘어 폭력으로 이어지는 단면을 본 것 같아 매우 씁쓸했습니다. 게다가 이 기사는 편견이 특정한 대상과 집단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편견으로 인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줍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대화의 장, 휴먼라이브러리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써 행동하여야 한다.”
? 세계 인권 선언 제1조
이러한 고귀한 이상에도 불구하고 편견과 차별은 계속 인류를 괴롭혀 왔습니다. 특히 오늘날 한국사회는 저신뢰 국가, 갈등사회로 치닫고 있어,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매우 낮습니다. 사회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누군가가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적 정치를 마련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최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우리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일상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사회심리학자인 브루어&밀러(Brewer&Miller)의 “편견을 감소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두 집단구성원들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는 조언에 힘입어서 말이지요.
“편견을 줄이려면 내 세상을 넓히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인정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인식을 넓혀간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이게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요?”
? 김수정(2012)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82쪽 중
우리가 휴먼라이브러리에 주목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기억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 자신의 편견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 그래서 타인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이해를 높이는 힘이 휴먼라이브러리에 있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휴먼라이브러리가 조금 궁금해지셨나요?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편에서 소개하겠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 로니 에버겔 초청 강연 및 휴먼라이브러리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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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남경아 (교육센터 센터장 msnka@makehope.org)
최영인 (교육센터 선임연구원 in@makehope.org)
이민영 (교육센터 연구원 mignon@makehope.org)
<참고자료>
– 추병완(2012) 「다문화사회에서의 반편견 교수 전략」
– 김수정(2012)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2013) 「평생교육 혁신사례 탐방 보고서」
– 휴먼라이브러리 홈페이지 (http://humanlibrary.org/index.html)
*그 외 신문 기사와 인터넷 블로그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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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견을 넘어서는 또 다른 방법, 휴먼라이브러리” 에 하나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