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로 주민이 잘사는 독일 전환마을, 빌트폴츠리트
지난해 겨울은 난방비 폭탄으로 더 추웠던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유럽 여러 나라가 에너지 위기를 겪었는데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인구 2600명의 작은 마을 빌트폴츠리트는 예외였습니다. 이 전형적인 농촌 마을은 전력 소비량의 800% 이상을 바람, 태양, 물, 축산 바이오가스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합니다. 자체 공급 에너지로 난방의 60%를 해결합니다. 남는 에너지는 팔아 번 돈은 주민들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데 씁니다.
“우리는 환경을 생각합니다.” 빌트폴츠리트 홈페이지 첫 줄엔 큰 글씨로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이 마을의 실험은 1999년 “자기 길을 가는 마을”이라는 모토로 시작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자급 마을로 전환하겠다는 주민 뜻을 받아들여 이듬해 1월 시의회에서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을 만장일치로 결의했습니다. 시의회는 재생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소비 절감, 친환경 건축 자재 사용, 생태적 폐수 처리와 지하수 보호 등을 ‘빌트폴츠리드 혁신적 리더십’이란 문서에 담았습니다. 원래 목표는 2011년까지 에너지 자급 100%를 달성하는 것이었다는데요. 초과 달성해 321%를 생산했습니다. 그해 잉여 전기 판매로 570만 달러 수익을 거둬들입니다. 이후 17년 동안 이 마을엔 4983kWp의 태양광발전, 바이오가스 생산설비 5개, 풍력 터빈 11개, 수력발전 시설 등이 들어섰습니다.
겨울엔 영하 20℃까지 내려가는 이 마을이 겨울에도 걱정 없는 이유를 정철균 진주시농민회 조직교육위원장이 이 마을을 방문하고 한국농정신문에 쓴 기고 ‘태양은 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다’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가축 분뇨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2020년부턴 난방에 쓰고 있답니다. 이렇게 연간 35만리터 기름을 절약합니다. 2017년 <뉴욕타임즈>는 이 지역 간호사 크리스틴 라허 부부 집을 소개하는데요. 그 집 지붕엔 태양열로 물을 덮이는 시스템과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습니다. 진흙 단열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입니다. 그 가족이 쓸 전기는 충분히 생산하고 전기자동차도 충전합니다. 빌트폴츠리트 마을은 개인 집 지열 난방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재생에너지로 이 마을에서 얻는 연간 수익은 700만유로(약 101억원) 정도입니다. 이 수익은 주민들에게 돌아갑니다. 수익은 지역 커뮤니티 시설 개선 등에 쓴답니다. 스포츠센터 이용료가 거의 공짜입니다. 지난해 5월 이곳을 방문한 이종수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은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정화되는 생태수영장에 반했다고 합니다. 이 수영장도 주민에겐 거의 공짜! 게다가 빌트폴츠리트의 주민들은 ‘마을개발 유한회사’를 만들어 재생에너지 투자에 참여해 수익을 배분받습니다.
빌트폴츠리트는 이제 국제적으로 유명한 마을이 됐습니다. 이제까지 전 세계에서 이 마을의 ‘전환정책’을 배우려 찾아옵니다. 유럽 최고 에너지 공동체로 인정받았습니다. 2019년엔 전력 회사가 들어오면서 일자리도 늘었습니다. 이 마을의 성공엔 독일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독일 정부 차원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재생에너지에 힘을 실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산농총재단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토마스 프뤼거 시의원은 “2000년 신재생에너지법이라고 불리는 ‘전력매입법’(EEG)이 통과돼, 정부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20년 동안 일정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서 지역에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빌트폴츠리트 홈페이지를 보니, 이 마을의 도전은 계속되는군요. 공동체 전체 차를 전기차로 바꿔 갑니다. 지역난방도 확대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문화센터에서 에너지 절약법을 가르치고 에너지 소비에 대한 상담도 이어간답니다. 이종수 위원장은 “한국에선 외부개발업자가 태양광사업으로 마을을 황폐화하고 이익은 가져가는 일이 많다”며 “빌트폴츠리트는 우리 마을이 가야할 길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자급시대 20년 넘어…마을 소비량의 800% 생산, 농민신문, 2023.5.26
필요 에너지의 5배를 생산하는 ‘빌트폴츠리드’ 마을, 한겨레
태양은 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다, 한국농정, 2023, 05, 21
에너지 자급률 828% 독일 마을 비결은, 단비뉴스, 2022, 10, 29
빌트폴츠리드 홈페이지
‘전환마을’ 레전드 영국 토트네스 “사람부터 모았다”
코로나19 유행하는 동안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받으셨나요? 지역화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큰 타격을 입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실도 했습니다. 이 지역화폐를 17년 전 도입한 마을이 있습니다. 영국 데본주에 있는 인구 2만5천 명 규모 토트네스입니다. ‘토트네스 파운드’로 지역 농부,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연결합니다. 상품 이동 거리가 주는 만큼 환경에도 큰 도움이 돼죠.
토트네스는 먹거리, 에너지, 경제 자립도를 높여 자족적 도시를 지향하는 ‘전환마을’로 유명한 곳입니다. 얼마나 유명하냐면 이 도시에서 시도한 ‘전환거리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서울시가 2012년부터 3년 동안 15개 에너지 자립마을 정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모델을 배우고 있죠.
토트네스가 속한 영국 데본주는 목축업이 유명합니다. 1986년 광우병으로 큰 타격을 받습니다. 토트네스의 실험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석유가격이 계속 오르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역에서 생태적 자립적 경제구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토트네스는 주민과 지역사회가 주도해 성공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사람부터 모은 겁니다. ‘토트네스 전환거리 프로젝트’입니다.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 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세계와 도시 8호>에 쓴 ‘전환도시 서울과 에너지 자립 만들 만들기’ 글을 보면, 토트네스의 실험은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먼저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싶어하는 6~10가구가 모여 ‘함께 전환하기’ 그룹을 만듭니다. 에너지와 자원 절약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서로 응원합니다. 그렇게 삶의 방식을 바꿔갑니다. 이어 주택 단열 개선사업을 함께 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발전기 설치로 나아갑니다. 2012년까지 이 프로젝트에 500여 가구가 참여했답니다. 전환거리가 2030년까지 꾸준히 늘어나게 되면 토트네스 전환마을이 완성되는 것이다. “연결되고 친구가 되고 나누다 보니 예상치도 못한 굉장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설명합니다.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모든 연령대가 어울리는 파티도 엽니다.
토트네스 전환마을 홈페이지를 보면 ‘인크레더블 에더블(incredible edible)’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끝내주게 먹을 만한’ 과일, 허브 견과류, 채소를 토트네스 짜투리땅에 함께 심습니다. 지역 주민 모두를 위한 식량입니다. 2007년 3월 견과류 나무를 심으면서 시작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락다운’이 실행되던 해에 이 프로젝트의 결실을 지역 주민 모두가 맛봤다더군요. 슈퍼마켓 앞에서 줄 설 필요 없이 신산한 먹거리를 가져갈 수 있는 데다 정원 가꾸기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었답니다. ‘가든 쉐어링’도 있습니다. 텃밭은 가꾸고 싶은데 땅이 없는 사람들과 땅은 있는데 가꿀 여력이 없는 사람들을 연결해 수확물을 나눕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안 되겠죠? ‘Reconomy center’가 있습니다. 경제에 재생가능성을 나타내는 R을 덧붙인 이름입니다. 인간에게 공정하고, 자연에 친화적이며 지역 사회를 돕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일종의 못자리인 셈입니다. 일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돕습니다. 투자 유치 대회 같은 것도 엽니다. 토트네스에서 내놓은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이 ‘Reconomy’ 프로젝트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27개 기업이 태어났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사이트 소개 문구엔 철학자 존 듀이의 말이 인용돼 있습니다. “생산의 최종 목표는 상품이 아니다. 평등한 관계로 연결된 자유로운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토트네스 ‘전환마을’ 프로젝트에는 ‘내면의 전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소피 뱅크스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소비자나 노동자 이외에 나는 누구인지 돌아보는 것이 전환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참고자료
전환도시 서울과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세계와 도시 8호 특집
토트네스 전환마을 홈페이지
They don’t just shop local in Totnes – they have their very own currency, Independent
Totnes transition towns ethical living, the Guardian, 2011,0206
정리 김소민 시민이음본부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