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같은 외부 환경으로 인해 목표했던 것들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릴 때 고민하는 시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해볼까? 해봐!’ 라고 결정할 수 있는 그 힘은 어디서 출발하는 것일까.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면 하고 후회하는 쪽을 선택하라는 말이 있다. 해보고 후회해도 그 지점에서 성장을 찾는 이를 만났다.
이명지 대표는 문경에서 카페 겸 제로웨이스트샵 해달별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난생 처음 수도가 얼어붙은 경험을 두고 “웃기고 재미있다”라고 답한 것은 그의 시원시원한 성격을 드러낸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살이의 당사자와 청년정책의 당사자로서 지역에서의 삶과 정책에 대해 전에 듣지 못한 솔직한 의견을 가감없이 풀어냈다. 줌을 통해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어제는 뭐하셨어요.
가게 내 수도가 터져서 건물 사장님과 대화도 하고요. 신년 인사도 나누고 왔어요. 지금까지 주택이나 아파트에 거주했는데, 이번에 수도가 터지는 걸 처음 겪었네요.
그렇군요. 원래 고향이 문경인가요.
문경에서 태어나서 중학생까지 산골짜기에 살았어요. 중학교 전교생이 30명에 불과했어요. 고등학교는 타 지역으로 가고, 대학 진학을 하면서 처음 번화한 곳에서 살았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문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문경에 대한 소속감이 없었어요. 제가 처한 환경과 동네의 주변 환경과 다른 점 때문에 외톨이 아닌 외톨이로 지냈거든요. 대학 진학 후 처음으로 해외에 갔다가 유학까지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문경으로 돌아와 정착하게 되었어요.
외부 상황으로 지역에 정착한 셈이네요. 사업과 지역살이를 동시에 시작한 셈인데, 그 과정을 어떻게 지나오셨나요.
제로웨이스트샵은 부담스럽지 않게 준비했어요. 샵 이전에는 전시 관련 일을 짧게 했어요. 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접게 되었고, 접는 와중 어떤 분을 만나 제로웨이스트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통하는 걸 느꼈어요. 그분과의 만남 이후에 어머니께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을)해보면 어떨까’’라고 물으니 ‘‘한 번 해봐’’라고 하셨고요. 그래서 외국에서 창업할 때 창고에서 첫 시작을 하듯이 저도 어머니 사무실 옆 창고에서 시작했어요. 이후 장소를 소개를 받아서 가게 이전을 했고요.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죠. 요즘 워낙 어려운 경기에 오가는 사람도 없어서 힘이 들긴 하네요.
🍀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 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원래 환경에 관심이 컸나요.
시골에서 살았지만 특이한 주변 환경에서 자랐어요. 어릴 때부터 친환경으로 집을 지으시는 프랑스인 가족의 한국 집이 근처에 있어서 계속 교류를 했어요. 부모님 지인도 식물학자, 친환경 농업 관련 종사자 등이 많으셔서 많은 영향을 받았죠. 그 영향 때문인지 어쩌다 보니 농업고랑 농업대를 진학하면서 환경 관련해 더 많이 접하게 된 것 같아요. 대학생 때 해외에서 유기농 농가에서 봉사를 하면서 제로웨이스트도 알게 됐는데요. 그때 한국에도 제로웨이스트 관련 상점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최근 한국에서도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던 차에 아예 샵을 열게 된 거죠.
본인이 원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고민하는 과정을 가진 점이 MZ세대의 ‘나다움 찾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점으로서 삶을 꾸리는 배경이 ‘도시’만이 정답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문경에 정착한 계기가 앞서 말한 것처럼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컸는데요. 원래부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경제적 여건이나 여러 환경을 고려해 최대한 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고민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든 해보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제 선에서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요.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문경에서 현재 가능한 도전을 시작했어요. 도시가 더 많은 기회가 있겠지만 더 작은 리스크를 안고 싶어서 지역 안에서도 저만의 기회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던 거죠. 지방에서는 망하더라도 적게 망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어찌되었든 도시던 지역이던 어떤 일을 시작하고 후회할 수도, 고민이 많아질 수도 있지만, 그 경험 자체가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문경에 정착한지 3년차입니다. 지역에 대한 시선이 바깥에서 볼 때와 막상 정착해 살 때와 다를 것 같은데요.
지역에 살고 있지만, 실은 여전히 이 지역을 잘 모르겠어요. 지역에서 오해 없이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를 찾기가 어렵기도 하고요. 이 곳 분들도 저를 보고 항상 다른 곳에서 왔냐고 물어보세요. 세대 간 차이도 있으니 어르신이 하는 말씀에 상처도 받거나 겁이 나기도 해요. 이게 MZ 세대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과한 관심이나 간섭에 불편함을 많이 느끼기도 편이기도 해요. 저한테 관심을 표하는 건데 그게 간섭처럼 느껴지기더라고요.
문경에 살면서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떠한 지 궁금합니다.
문경이 편하지는 않지만 확실한 것은 문경은 아름답다는 거예요. 본인만 원한다면 도시에서는 누릴 수 없는 여유를 누릴 수 있어요. 구석구석에 숨은 보물같은 분들도 많이 계세요. 물론 찾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요. 그래도 어른을 만날 때면 ‘이 지역에는 다양하고 멋있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과 그분들께 감사함을 느껴요. 결론적으로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는 거예요. 긍정적인 시야로 보면 한없이 좋고, 부정적인 시야로 보면 한없이 불편한 곳이 지역살이라고 생각해요.
제로웨이스트 샵을 열고 지역 주민과의 관계는 어떻게 꾸리나요.
처음 제로웨이스트 샵을 열고 나서 지역 내 관계 맺기에 관한 고민 때문에 자주 가게 문을 닫았어요. 관심이 간섭으로 느껴졌거든요. 뭔가 마음이 불편할 지점이 생기더라고요. 지금도 어르신들의 표현법이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지금은 마치 ‘부캐’마냥 저만의 새로운 인격체를 만든 뒤에 오시는 분들을 응대하고 있죠. 또 다른 나로서 샵을 운영하는 셈이죠.
지역에서 소통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도시에 거주하는 친구와 대화할 때도, 지역에 있는 분들과 대화할 때도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뭔가 어디에서도 소통이 어려운 느낌이랄까요.) 저의 소통 방식이 이곳에서는 너무 솔직해서 많이들 당황스러워 하세요. 저도 당황스러워 하듯이 제가 하는 말들이 당황스럽나 봐요. 하지만 예전보다는 방어적인 말들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는 너무 방어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해외에 살다 보면 ‘0개국어’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언젠가 모두와 소통할 수 있겠지요?
🍀 유턴청년의 현실, 앞으로 청년정책의 방향은?
청년마을 만들기 달빛탐사대도 활동하셨다고 들었어요.
2020년 1기로 참여했어요. 1기라 그런지 우당탕탕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예상했던 밑그림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도 얻은 부분도 있고, 실망한 부분도 있었어요. 의지가 강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확실하다면 지역 내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어요. 문경에는 문경에서는 모르는 유명한 분들이 많아요. 만약 지역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업을 가진 분이라면, 자연환경도 아름답고, 생활하는 데 돈이 많이 들지 않으니 지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달빛탐사대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요.
전시기획자로 활동했어요. 인지도 있는 작가를 초청해 문경을 주제로한 12경을 그려달라고 요청해서 전시하고, 달력으로 제작해 판매하는 등의 활동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당시 지자체에서 활동에 관심을 보여주시고, 문경 최초로 저작권을 받고 작품을 대여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지만, 해당 활동을 하면서 예산 집행 관련한 부분에 변동이 많아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문경 청년정책 워킹그룹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요.
지역에서 살면 불편하고 힘든 게 많아요. 그래서 청년정책 정책위원단 구성원으로 활동한다면 지역에서 불편했던 것을 바꿀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문경 청년정책 워킹그룹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정책에 대해 청년들의 의견을 어땠나요.
청년정책과 관련해서 분과 별로 논의가 이뤄졌는데요. ‘청년정책이 실질적으로 당사자에게 와 닿지 않는다’라는 점이 공통적인 의견으로 나왔어요. 만약 A라는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A 정책이 아니라, 에둘러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이 많아서 뭔가 통쾌한 느낌이 부족하다는 인상이었어요.
청년들이 지역에 살기위해서 지역의 어떤 것들이 해결되어야 할까요.
청년과 지역 주민, 서로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해’가 있으면 ‘오해’가 없어지거든요.
두 번째로 주거 문제요. 지역 내 주거를 월세로 거래할 때 불공정한 지점이 많아요. 지인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본적으로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요. 문경이 인구소멸도시라고 하지만, 실제 집값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요. 월세의 경우도 책정된 적정 가격이 없어요. 실제 사람이 살 만한 장소가 아닌데 터무니없는 월세를 받는 경우도 많아요.
지인에게는 20만원인 월세가 외부인 혹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40만 원이 되는 경우도 많죠. 급한 분들(매물을 못 찾는 분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높은 월세에 상태가 좋지 못한 곳에서 사는 거예요. 문경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좋은 주거공간 찾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거의 하늘의 별따기죠. 이런 부분을 지자체에서 모니터링하고 제재를 해야 한다고 봐요.
향후 청년 정책에 대해서 의견이 있다면요.
단체나 청년 당사자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청년을 앞세우고, 청년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으면 해요. 단체가 실적을 채우기에 급급해서 청년 정책을 활용하거나, 청년 당사자 중에 단지 금전적 지원을 받는 데만 집중하는 등 이러한 흐름은 청년 정책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봐요. 이러한 흐름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각 정책들이 청년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정책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미디어팀 방연주 연구원 yj@makehope.org, 정보라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