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배우며, 누구나 가르치는 대학

 

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해외평생학습동향 ③ 누구나 배우며, 누구나 가르치는 대학

수원평생학습동향리포트 ‘‘에서는 전세계 다양한 평생학습 관련 동향과 사례, 단체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대안교육운동부터 각 나라의 평생학습 정책을 대표하는 단체와 프로그램까지. 정해진 틀은 없다. 각 나라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우리의 평생학습 체계와 내용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기대할 뿐이다.
첫 번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OECD의 ‘학습과 일터를 연계한 개인의 발달을 도모하여 평생고용의 가능성을 증진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상정하는 시장중심형 학습사회론’을 추구한다. 평생교육정책에서 인력자원의 개발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런 평생교육정책은 책무성과 가시적인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화를 형성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반대급부로 시민단체 등 제3섹터 그룹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교육운동과 프로그램이 개발, 운영되고 있다.

이번 호부터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지난 5월13일부터 19일까지 영국 현지를 직접 방문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느끼고, 경험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싣는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영국, 영국을 다녀왔다.

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

“U3A는 Learning Co-op(학습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군가는 그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함께 참여하여 서로 배우고 동시에 서로 가르치는 순환적 학습의 장입니다. 수업에 들어와 그냥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함께 만들어 가야죠.”  

-Pam Jones(U3A의 South East 지역 이사)씨와의 인터뷰 중에서

“Camden Town Shed는 나 개인의 공간도, 특정 기관이 소유한 공간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 멤버모두의 공간입니다. 지역 내 기반을 두고(community initiated), 멤버 간 스스로 서로 돕는(self-help) 형태의 조직이 가장 지속력 있는 강력한 조직입니다.”

-Mike Jenn(Camden Town Sehd의 회장)씨와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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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라고 하면, 학교, 학원, 주민센터 등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수업목록을 이리저리 살핀 후 적당한 수업을 찾아 등록하고, 수업이 있는 날 교실에 들어가 조용히 선생님의 가르침과 지시를 따르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마치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 교육도 또 다른 이름의 소비 행위쯤으로 여겼다고나 할까?

영국의 평생학습 동향 연구를 위해 방문한 U3A와 Camden Town Shed는 나의 이러한 안일한 생각을 깨주었다.

[##_Gallery|1092541518.jpg|Camden Town Shed의 Mike Jenn|1408219236.jpg|전.현직 U3A 대표들|width=”400″ height=”300″_##]
중국보다 성장률이 높은 유일한 조직

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 즉 U3A는 은퇴한 시니어들의 학습 공동체로서 각 지역에서 자립적,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자치단체다. 현재 영국 내 약 840여 개의 U3A가 설립돼 있고, 회원은 약 275,000명에 이른다. 요즘 2주에 1개꼴로 지역 내 새로운 U3A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중국보다 성장률이 높은 조직은 U3A가 유일할 거라며 U3A회원 분들이 자랑삼아 말씀하신다. 전 세계적 현상인 은퇴한 시니어들의 증가로 인한 고령화 사회를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니어 숫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U3A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U3A는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University라는 이름 때문이었을까? 프랑스에서는 좀 더 학문적 수업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즉,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one-way 방식 같은 형태 말이다. 그러던 것이 1982년에 영국에 전해져 영국 방식의 U3A가 발전하게 되었다. 선생과 학생 사이의 구분이 있는 강의보다는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two-way 방식. U3A에서는 선생이라는 말 대신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는 말을 쓴다. 회원들 중 특정 내용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회원이 코디네이터가 되어 수업의 진행을 도울 뿐이다. 일방적인 강의 방식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참여와 서로 간 지식의 나눔이 수업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코디네이터가 혼자 모든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수업을 준비한다. 수업에 들어와 잠자코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자율 그리고 자립, 포기할 수 없는 것

U3A가 이렇듯 회원 모두의 참여, 즉 주인의식을 중요시 하는 것은 자율적, 자립적 조직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U3A는 외부의 어떤 재정 지원도 거부한다. 기본적으로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외부에서 재정 지원을 제안해 오는 경우도 있다. 사실 솔깃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 지원에 따를 제반 조건들로 인해 제한 될 회원들의 자율을 생각하면 거절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재원이지만 이렇듯 U3A가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건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 때문이다. 코디네이터들의 수업 진행, 조직 운영에 수반되는 각종 행정 업무 등 모든 U3A 업무는 회원들이 무보수로 직접 처리한다. 또한 조직이나 단체라고 하면 보통 독립된 공간 마련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U3A는 물리적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상당한 고정 비용을 감내 할 필요가 없다. 주로 회원들의 집이나 또는 지역 사회 내 community center, 교회 등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수업이나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_Gallery|1395460415.jpg|매월 회의를 진행하는 지역 교회의 강당|1311101639.jpg|두 번째 미팅이 진행된 커뮤니티센터|width=”400″ height=”300″_##]
Camden Town Shed를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Camden Town Shed는 2011년 5월 퇴직을 앞 둔 사회적 기업가인 Mike Jenn씨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퇴직 후 사회생활의 단절로 어려움을 겪기 일쑤인 남성들을 위한 지역 목공소를 만들고 싶었다. 목공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작업장, 연장, 자재 등 어느 정도 돈이 필요했다. 기획서를 들고 여러 군데 문을 두드려 펀딩을 받을 수 있었다. 단순한 애걸이 아닌 명확한 목적과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펀딩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초기 비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펀딩을 받긴 했지만, Jenn씨는 앞으로는 자립적으로 목공소를 운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어딘가에서 펀딩을 받으면 어쩔 수 없이 그 후원처에 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Jenn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목공소에서 만든 물건의 판로를 개척한다든지, 회원이 아닌 일일 사용자에게 약간의 사용료를 받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적 재원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

왜냐하면 특정 후원 조직의 이름을 단 목공소도, 또는 나만의 목공소도 아닌, ‘우리의 목공소’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Jenn씨는 이러한 자립적, 자조적 조직만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회원 간 다툼이나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가정이 무너질 수 있는 것처럼 Camden Town Shed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을 이겨낼 수 있는 내성을 기르면 그 무엇보다 강력한 조직이 바로 이러한 self-helf 조직이라고 Jenn씨는 말한다.

[##_Gallery|1329330386.jpg|커뮤니티센터 2층에 자리한 Camden Town Shed|1055373886.jpg|회원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공간|width=”400″ height=”300″_##]
자율적 참여가 만들어내는 열정과 활기

U3A와 Camden Town Shed를 방문하며 가장 크게 감명 받은 건 그들의 눈빛과 몸짓에서 뿜어 나오는 열정과 활기였다. 항상 어떤 의무감이나 뒤쳐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으로 무언가를 배워왔던 나에게, 배움 자체에 대한 열정과 환희,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공유의 기쁨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무언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감동이 있었다.

방문을 해도 좋겠냐는 이메일에 대한 즉각적이면서도 친절한 답장, 미팅 장소 및 시간에 대한 상세한 설명, 우리 방문단을 맞이하는 따뜻한 눈길, 우리가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갈 수 있도록 신경 쓴 세세한 사전 준비, 자신들이 하고 있는 학습 활동을 설명할 때의 그 진지하면서도 열정적 몸짓. 귀찮을 만도 했을 텐데,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세세히 신경 쓴 흔적을 느끼며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러한 준비들이 전혀 가식적이지 않고 즐기며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 대접받는 우리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그 열정에 감염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것이 바로 자율적 참여가 만들어 내는 힘이 아닐까?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에는 언제나 피로와 매너리즘이 있다. 또한 받기만 하는 서비스에는 언제나 불만과 불편함이 있다. 자율적 참여로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습을 행할 때만이 진정한 배움에 대한 환희와,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묻어날 수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_ 정선영(수원시 평생학습관 연구원)

* 해외평생학습동향 연재 목록
1) 영국에 부는 대안교육의 바람
2) 영국의 평생학습 생태계, 그 비밀을 캐다
3) 누구나 배우며, 누구나 가르치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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